삶과 죽음의 기운이 공존하는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혼곤한 정적을 깨며 통곡소리가 퍼집니다. 저녁내 의료진들이 부산히 움직이더니 맞은 편 침대에 누웠던 환자가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남은 가족들의 슬픔이 땅거미처럼 병실에 내려앉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을 무심코 잊고 살았는데 코로 호흡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만 죽음이 일어나 나를 치려고 할 때도 두렵지 않았던 것은 내 안에 이미 예수님이 주신 생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안에서 죽음이 예수 안에서 삶과 하등 다를 바 없기에 그것을 마주하고 서서도 평안하다 말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죽음의 문턱에 섰다가 건짐을 받고 은총처럼 쏟아지는 밝은 햇살 아래 앉아서 바라보노라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날마다 경이롭습니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고 내 의지대로 눕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한 발짝 앞에 일도 알 수 없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인생길 가면서 ‘몇 년 뒤에 이런 일을 해야지, 어디를 가야지’ 했던 나름 야무진 계획들과 나의 시간표를 모두 내려놓고 오늘도 여전히 나에게 열어 주신 하루에 충실할 뿐입니다.
예기치 않았던 회오리를 만나도 요동치 않고 영원한 것을 붙들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이유는 내 삶의 기초가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태풍이 불어도 홍수가 나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터는 예수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