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공법과 빠른 사업 기간이 최대 장점, 2년 내 판매 가능
"조립식 공법 도입 시 건축비 절반으로"…주택 위기 해결 기대감
불과 2년 전, 업계의 냉대 속에 등장했던 소규모 공동주택 '멀티플렉스(multiplex)'가 밴쿠버 주택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4~6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이 새로운 주택 모델이, 극심한 주택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개발업자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지각 변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2023년 밴쿠버시가 단행한 파격적인 건축 규제 완화였다. 시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대부분의 단독주택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 멀티플렉스 건설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주었다. 이로써 통상 수년이 걸리던 인허가 기간이 9~12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CBR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밴쿠버의 10억 달러 규모 주거용 토지 시장에서 멀티플렉스 개발 부지 거래액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 해 동안 평균 245만 달러에 총 124건의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부촌인 쇼네시에서는 평균가가 440만 달러에 달했다.
건설업계가 멀티플렉스로 쏠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압도적인 '사업성'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층 타워나 타운하우스는 천정부지로 솟은 건축비와 긴 사업 기간,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 때문에 개발업체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반면 멀티플렉스는 공정이 단순하고 회전율이 빨라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별도의 지하층 공사 없이 3층 규모로 지을 수 있어, 토지 매입부터 유닛 판매까지 전 과정을 2년 안에 끝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밴쿠버 시의회 역시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대형 부지를 여러 개로 나누거나,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소형 부지에도 멀티플렉스 건설을 허용하고, 버나비시처럼 용적률을 높여 층수를 더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주택 옹호 단체들은 멀티플렉스가 주택 위기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고 평가한다. 특히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조립식 건축 방식을 도입하면, 제곱피트당 600달러가 넘는 건축비를 275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반값 아파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최근 한 개발업체가 이스트 밴쿠버에 공급한 멀티플렉스 유닛은 제곱피트당 1,050달러에, 웨스트 사이드에서는 1,250달러에 완판됐다. 업계 관계자는 "듀플렉스마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된 상황에서, 크기는 작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멀티플렉스가 내 집 마련의 새로운 사다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소규모 건축업자들의 경험 부족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말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첫 멀티플렉스 프로젝트들의 성공 여부가, 향후 캐나다 전역의 주택 시장 지형을 바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