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송년모임'이 많고 연초가 되면 '신년회'가 많다.
경자년 1월 둘째주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떤 모임의 신년회가 일박이일 동안 '전주'에서 있었다.
전북 전주.
전주는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었다.
또한 전통과 예향의 고장이자 맛의 본향 같은 귀한 동네였다.
그래서 갈 때마다 감동을 경험하고 돌아온다.
토요일 정오쯤에 모였다.
위로는 서울부터 아래로는 남해안의 중소도시까지 전국 각지에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어느 누구 하나 시간을 어기지 않았다.
모두 정확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전주천을 따라 트레킹을 이어갔다.
날씨가 부드럽고 경치도 아름다워 마냥 행복한 시간이었다.
4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마치고 사우나를 한 다음 우리 일행이 찾아간 곳은 전통 '막걸리집'이었다.
찌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가 나왔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정말로 시원하고 구수했다.
곁들여진 여러가지 전주 토속 음식들도 맛이 깊고 향이 풍부했다.
하나같이 쫄깃하고 찰지며 구뜰했다.
그런데 음식을 먹는 동안 무대에선 우리의 전통음악인 '창'이 구성지게 흐르고 있었다.
예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인들의 소리와 장구의 가락에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저절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얼쑤~좋다~"
추임새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역시 전주로구나"
굳이 길게 부연하지 않아도 전주를 설명하는데 이 짧은 한마디면 그것으로 족했다.
사족은 불필요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모두가 그런 생각이었을 거라 믿는다.
전주 '한옥마을'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낮이든, 밤이든 우리네 영혼의 본향같은 전주의 곳곳을 가능한 한 많이 보고 더 느껴보려 노력했다.
야경도 훌륭했다.
다음날 아침에 먹었던 '왱이 콩나물 국밥'도, 점심에 먹었던 '전주 비빔밥'도 과연 일미였다.
이틀간 참 많이 걸었다.
그러면서 우리네 가슴속에 전주의 숨결과 향기 그리고 멋과 맛의 감동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려고 힘썼다.
엄마 품 속 같은 따스함과 전주의 단아한 정취가 우리를 부드럽게 안아주고 다독여 주었다.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 남부시장, 전주천과 한옥마을, 콩나물 해장국과 모주, 풍년제과의 파이까지 모든 것들이 다감하고 향기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 살갑고 행복한 주말이었다.
경자년 새해.
친구들의 건강과 각 가정의 평안을 위해 따뜻한 덕담과 격려를 주고 받았던 의미있는 신년회였다.
긴 인생길, 함께 갈 친구가 있어 고맙고 동고동락할 진실한 벗들이 있어 감사했다.
나는 오늘 새벽 큐티시간에도 기도했다.
환경과 상황에 기대 살지 말고 서로의 마음과 신뢰에 기대 살자고.
각자의 환경과 처지는 변할 수 있어도 마음과 영혼만큼은 어떤 비바람에도 풍화되지 않을 것이므로.
어느날 잘 익은 홍시감이 저절로 내 손안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각종 모임도, 사람도, 우정도, 신뢰도 손쉽게 그냥 얻어지는 법은 결코 없을 테니까.
더 헌신하고 더 배려하며 살겠노라고 독백하듯 기도했다.
서원했다면 진중하게 실천하면 되리라.
'삶'은 '앎'이 아니라 '행'이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에 담아온 아름다운 전주의 모습을 몇 장 소개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최고의 2020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언제나 충만하기를.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