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 4년간 25% 급등, 저렴한 외식 대안 찾기 어려워져
전문가들 "기업의 미끼 상품이 사회 안전망 역할…기이한 현실"
“서민의 마지막 보루마저”…고물가 속 ‘가성비 성지’ 사라지나
최근 밴쿠버 다운타운 코스코 매장 푸드코트에 '유효한 회원 카드 소지자만 음식 구매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자, 온라인 공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코스코의 상징과도 같은 저렴한 음식을 비회원도 계속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한 끼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맥도날드에서 4인 가족이 한 끼를 해결하려면 50달러가 훌쩍 넘고, KFC의 패밀리 메뉴도 세전 45달러에 육박한다.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평범한 핫도그 4개조차 30달러를 넘기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간 1.50달러라는 가격을 유지해 온 코스코의 핫도그와 음료 세트는 회원과 비회원 모두에게 '가성비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1.50달러짜리 핫도그를 먹을 권리는 있다"고 썼고, 다른 이는 엑스(X, 옛 트위터)에 "모든 게 비싼 요즘, 여기서만큼은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비회원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 코스코 푸드코트는 규정상 항상 회원 전용이었지만, 그 정책이 엄격하게 시행되지는 않았다. 코스코는 2020년부터 비회원의 푸드코트 이용 단속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도 정책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65달러의 연회비를 내지 않고 저렴한 핫도그를 즐길 방법을 찾아내곤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매장 잠입기 영상이나, 약국을 간다고 둘러대고 입장하는 요령, 점심을 해결하러 오는 10대들의 이야기 등이 넘쳐난다.
특히 밴쿠버 다운타운 지점은 푸드코트가 매장 외부에 위치한 구조적 특성상 그동안 정책 시행이 느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로저스 아레나나 BC 플레이스로 향하는 사람들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인기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여름부터 이 지점 역시 정책을 엄격히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코스코의 방침 전환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캐나다 사회의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4년간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음식 가격은 운영비 급증으로 25%나 치솟았다. 2025년 캐나다 연간 식품 가격 보고서는 전체 식품 가격이 3~5% 추가 상승해, 4인 가족 기준 연간 식비가 지난해보다 최대 801.56달러 증가한 1만6,833.67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무 및 경영 경제 전문가들은 코스코 푸드코트가 자체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해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loss leader)' 전략으로 설계되었기에 저렴한 가격 유지가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최근 식품 원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들의 재정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다른 물건은 사지 않고 오직 값싼 핫도그나 미트볼을 먹기 위해 코스코나 아이키아(IKEA)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현상을 두고,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기업의 '미끼 상품'에 의존해야 할 만큼 캐나다 서민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신호라고 진단한다. 코스코 입장에선 쇼핑 없이 음식만 이용하는 비회원이 늘어나는 것이 손실이기에 이번 결정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시각에서 보면, 값싼 핫도그를 향한 필사적인 발걸음이야말로 캐나다 사회의 뿌리 깊은 식량 불안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2024년 기준 캐나다인 4명 중 1명은 식량 불안을 겪는 가정에 속해 있으며, 2025년 1분기 소득 격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빈곤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에 큰 타격을 준다.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외식하는 경험이 박탈감과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약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어울리기를 바라는 부모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론 1.50달러짜리 핫도그가 식량 불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안정적인 소득,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 주거비 문제 등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핵심 과제다. 또한 대부분의 코스코 매장이 밴쿠버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도심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단순히 식사만을 위해 들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최근 많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은 가격 인하 경쟁 대신, 샐러드나 라이스볼 같은 고수익 차별화 메뉴를 추가하며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저가 시장에 공백을 만들었고, 코스코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그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해왔다.
소셜미디어에는 "도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이윤을 남기는지 모르겠다"거나 "다음 주 파티 때 핫도그 20개를 포장해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볼까? 이 가격은 이길 수 없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며, 코스코 핫도그의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