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장 내시경을 받고나서 올리는 후기이다.
난 세달전부터 변에 피가 섞여서 나왔다. 변에 피가 섞여서 나올때는 별거 아니려니 생각했었다. (섞여나온 피의 색깔이 선홍색)
하지만 한달 전부터는 변 따로 피 따로 나왔으며 피는 뭔가 터지듯이 터져서 흘러나왔다. (변기통이 온통 피바다가 됨.)
그러면서도 아무런 통증이 없었고, 변비, 설사도 없었다.
나는 이것을 자가진단 하여 많은 종류의 약을 먹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질 등등)
이번에 승선하기전에 눈에 보이는 병은 모두 해결하자고 결심하여, 집 앞에 있는 항문외과에 가보았다.
그런곳에는 의사가 있는 진찰실? 옆에 침대가 있어 똥꼬로 카메라를 약간 집어넣어서 볼 수 있다. 의사가 보더니, 좀만 건드려
도 피가나고 염증이 있다 .내시경을 해 보자 라고 하였다. 하지만 난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약만 받아나왔다. 약을 먹어도 해결
이 안되자, 시내에 있는 메디컬센터같은곳을 찾아보았다. 거기서도 대답은 똑같았다. 한결같이 내시경을 해보자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대장내시경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한결같이 아파서 죽을맛이라고 했다. 나는 겁이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내시경은 하지말고 그냥 계속 치질약이나 먹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검색 도중, 대장내시경은 항문외과가 아닌 소화기분과전문의가 있는 내과가 안아프게 잘 하고, 더 잘 관찰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 유명한 곳이 '속편한내과'였다. 대도시나, 좀 큰도시마다 하나씩 있었다. 거기서 수면대장내시경
을 받았던 사람은 하나도 안아프다고 했다. 나는 바로 이곳이다 라고 생각하고 접수를 하러갔다. 동네 내과 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나는 의사를 만나 수면대장내시경을 받겠다고 하고, 이틀 후로 예약을 했다. 수면대장내시경은 10만4천원.
그러니깐 어떤 통을 하나 주면서 설명을 해준다. '코리트'라는 가루가 든 4L짜리 물통이다. 검사 전날 밤부터 금식하고 검사 6
시간 전부터 여기에 물을 섞어서 먹으란다. 난 정오에 예약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6시부터 8시까지 먹어야했다. 그 '코리트'라
는 약은 대장내시경 전에, 피검사자의 대장에 있는 모든것을 없애준다. 오늘아침에 일어나서, '코리트 산'을 마시기 시작했다.
10분간격으로 250ml씩 마시는데, 소금물에 미원 탄 맛이다. 처음 1리터 정도는 마실 만하다. 그리고 배에서도 별 반응이 없다.
2리터가 점점 가까워지자, 마시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사탕을 물고 마시기 시작했다. 2리터를 넘게 마시자, 첫 신호가 왔다.
대장에 있는 찌꺼기를 뒷구녕으로 쏟아냈다. 그러고는, 계속 10분마다 250ml씩 마신다. 이젠 너무 마시기가 힘들다. 배도 부르
고 맛도 좆같다. 한번은 마시자마자 오바이트 했다.그때부터 4리터 다 마실때까지 계속 속에서 부글부글한다. 다 마시고나서
1시간이 지날때까지 계속 화장실에 가는데, 나오는 변의 양은 줄어들고 나중엔 깨끗한 약물만 나온다. 대장 청소가 다 되었다
는 말이다. 이때까지 첫번째 고비를 넘긴 셈이다.
나는 친구를 하나 데리고 병원에 갔다. 먼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랬다. 똥꼬쪽이 뻥 뚫린 바지다. 그리고 덮개로 그 구멍
이 가려져 있다. 그것을 입고, 포도당 닝겔을 맞고 기다렸다.
내 이름이 불리자, 간호사가 내시경실으로 날 안내했다. 검사대 위에 옆으로 쭈그린 자세로 누웠다. 간호사가 주사를 3방 놔준
다. 수면주사라고 했다. 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ㅠㅠ
의사가 똥꼬에 젤을 바르고 내시경을 넣었다. 수면이라고 했는데 느낌 다 났다. 계속 넣는거.. 안들어가는 곡선 부분이 있으면
가스넣는거..다 기억난다. 가스 넣을때 약간 아프지만 그리 호들갑 떨 정도는 절대 아니다. 난 미동조차 하지 않았으니..
좀 하니깐 간호사가 끝났다고 툭툭 친다. 10분정도 걸렸다고 했다. 난 이상이 없음을 직감하고 수면실로 가서 좀 누워있었다.
그때도 잠이 오지않았다. 약간 어지러운건 있었지만..
그러곤 진찰실에서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며, 별 특별한 이상은 없고 염증이 좀 있고, 약한 궤양성대장염이라고 했다. 약을 먹으
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약을 2주일분 지어서 왔다.
다른사람들 말 들어보면 죽을뻔했다느니, 아파서 소리만 질렀다느니 이런 말 하는데 내시경은 의사의 숙련도가 중요한 것 같다. 일반 항문외과엔 내시경 전문의가 거의 없다고 한다. 걍 의사도 내시경을 할 수 있으니 경험도 거의 없는 외과의사가 내시경을 하니 아플 수 밖에 없다. '속편한내과'의 의사들은 모두 소화기내과전문의에 내시경전문의였다. 이 병원은 내시경에 특화된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위 내시경은 대장내시경보다 훨씬 편하다. 왜냐. '코리트 산' 같은 좆같은 약물을 안먹어도 되기때문에... 하튼 오늘 신기한 경험을 해보았기에 훌리들도 겁먹기 잘고 주저없이 몇년에 한번씩은 내시경을 받으라고 하고싶다.
첫댓글 위 내시경도 좆같은거 맥이더라;;
이거 글 스크랩 해갈게
ㅋㅋㅋ 진짜 스크랩 1있어
어지러우면서 감각을 좀 무디게 했을껴. 여튼 수고했어-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