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⑩ 끝
한번 충전에 1만킬로, 10년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56호(2024.07.17)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클러스터장 이정동)에서 최근 ‘그랜드 퀘스트 2024’(포르체)를 펴냈습니다. 이정동 클러스터장은 “도전적 질문 (Grand Quest)이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10개의 도전적 질문을 통해 최신 과학∙공학의 이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총동창신문에서 10회에 걸쳐 그 내용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최장욱(응용화학96-02)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강기석(재료공학94-01)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이차전지에서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은 상충관계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수명을 길게 하려면 극단적으로 가벼운 소재에 기반하면서도 가역적인 전기화 학 반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찾아야 한 다.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의 한 계는 어디까지일까?
Grand Quests 연재 순서 1. 집적회로기반 양자컴퓨팅 2. 프라이버시 기반 인공지능 3. 효소모방 촉매 4. 추론하는 인공지능 5. 체화 인지구조 인공지능 6. 인공지능 기반 항체설계 7. 노화의 과학 8.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 9. 환경적응적 로봇 10. 초경량 배터리 |
배터리는 양극, 음극, 그리고 전해질 의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 부분에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배터리의 전체적인 성능 지표인 전압, 수명, 용량 그리고 안전성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 터리의 음극에는 주로 흑연이 사용되었 고, 양극에는 리튬코발트 산화물, 리튬 니켈 산화물, 인산철, 리튬망간 산화물 등이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 하고,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을 지닌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차세 대 배터리의 기본설계 구조와 소재에서 획기적인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혁신적인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의 화학적 구조, 전기화학적 특성, 그리고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의 상호작용과 충전 방전 과정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전기화학적 사이클 동안의 화학적, 물리적 변형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경제성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소재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생산되어야 하며, 원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이 차세대 배터리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다.
차세대 이차전지로 ‘리튬공기 배터리’와 ‘다가 이온 배터리’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음극재로 리튬메탈, 양극재로 리튬과 반응하면서도 가장 가벼운 소재라 할 수 있는 산소를 사용하여 높은 에너지 밀도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리튬공기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수명 사이의 상충관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많이 필요하다. 첫째, 리튬메탈은 그 자체의 높은 반응성 때문에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다른 화합물과의 불안정한 상호작용 때문에 리튬메탈의 화학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충방전 과정에서 가역성이 낮은 문제가 있다. 둘째, 대기 중에서는 안정화된 산소가 리튬공기 배터리 내에서 전자를 수용하게 되면 상당히 불안정한 라디칼 상태가 된다. 이 불안정한 산소는 리튬공기 배터리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수명을 짧게 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산소의 안정화 방안에 대해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의 대안으로는 일가 이온인 리튬이온이 아니라 전자 2~3개를 이동시킬 수 있는 다가 이온 소재를 배터리에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 에너지 밀도를 2~3배 향상시킬 수 있어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에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가 이온 배터리는 개념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을 뿐, 실제 적용을 위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특히 다가 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와 음극재의 핵심 소재 개발 및 최적화에 대한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공기 배터리에서 산소의 안정화는 주요 난제 중 하나다. 리튬공기 배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체 상태인 산소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지만, 대안으로 양극재의 산소를 격자 구조로 안정되게 고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접근법에 대해서는 기존에 상용화되어 있는 양극보다 에너지밀도가 조금 높은 수준에서 구현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연구 차원에서 산소의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은 확인하였으나, 실용적으로 산소를 양극으로 활용하면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추가 연구와 소재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리튬 외의 이온들 중에서도 이론적으로 높은 용량을 보이는 다가 이온들에 대한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차전지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한 Zn, Mn과 같은 이온뿐만 아니라 Ca, Al 이온을 전하 매체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를 통해 다가 이온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은 확인하였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전적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다가올 미래의 차세대 이차전지는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초경량 이차전지가 만들어지면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크게 늘면서 전기자동차의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고, 휴대용 전자기기의 사용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및 관리를 가능하게 하여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환경 보호와 에너지 효율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산업 트렌드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