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희의 댤은 다리
김구
올희의 댤은 다리 학긔 다리 되도록애
거문 가마긔 해오라비 되도록애
향복무강(享福無疆)하샤 억만세(億萬歲)를 누리쇼셔
♣어구풀이
-올희의 : 오리의(鴨)
-댤은 : 짧은
-학긔 : 학(鶴)의 ‘학의’의 혼철 표기.
-되도록애 : 될 때까지
-가마긔 : 가마귀가
-해오라비 : 해오라기. 백로
-향보무강(享福無疆)하샤 : 언제까지나 끝없이 복을 누리시어.
-억만세(億萬歲) : 억만 년, 즉 오랜 세월
-누리쇼셔 : 누리십시오, ‘쇼셔’는 존칭 명령형 어미.
♣해설
초장 : 오리의 짧은다리가 학의 다리처럼 길어질 때까지
중장 : 검은 까마귀가 해오라기처럼 희게 되도록까지
종장 : 복을 누리심이 무한하시어 억만년을 누리옵소서
♣감상
김구가 어느날 옥당(玉堂)에서 숙직을 하면서 글을 읽고 있을 때
중종이 옥당에 찾아왔다. 중종은 ‘달이 밝은지라 후원에 나왔다가 그
대의 맑은 음성에 마음이 끌리기로 찾았노라, 이런 때에 어찌 군신의
예를 가릴 것이냐, 마땅히 붕우(朋友)로서 사귈지어다’라고 하였다.
이어 주찬을 차려 잔을 기울였는데, 이때 지어 부른 2 수 중의 한 수
이다. 초장·중장은 대조법·댓구법과 조사의 생략 등으로 음악적 울조
의 효과를 거두었고, 불가능한 사실을 들어 과장, 강조함으로써 시간
적 무한성을 나타내어 종장의 향복무강, 억만세를 누리라는 가상적
상황과 어울려 오래오래 사실 것을 비는 작자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
는 작품이다.
♣작가소개
김구(김구(金絿, 1488~1534) : 자는 대유(大柔), 호는 자암(自庵). 본관은 광주
(光州), 조선 중종 때의 학자로 중종 8년에 문과에 장원하고 벼슬이 부제학
(副提學)에 이르렀다. 그는 시가에 취미가 있어 고금의 명작을 애송하고 창
작도 많이 하였으며, 글씨에도 일가(一家)를 이루어 인수체(仁壽體)라는 독
특한 서체를 만들어 냈다. 을묘사화로 조광조 등과 같이 해남(海南)으로 유
배되었다가 중종 29년에 세상을 끝마쳤다. 저서로서는 경기체가 형식의 「화전
별곡(花田別曲)」과 시조 5수, 「자암집(自菴集)」 등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