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이나 세련된 펜션 대신 시골 독채민박에서 방학 같은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도시생활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시골생활이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인 것.
조용했던 시골에 여유롭고 특별한 바캉스를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01. 하늘 아래 첫 은둔지_ 하늘솔황토민박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짙어질까봐 펜을 들어 봅니다.’ 강원도 삼척의 외딴 산골에 자리한 하늘솔황토민박에는 얼마 전에도 퇴실한 숙박객의 편지가 나무 탁자 위에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첩첩이 물결치는 산등성이들과 푸른 언덕이 눈 아래 가득 펼쳐 지는 이곳은 누구에게나 아늑한 은둔지가 되어준다. 주인 내외가 2년 전 황토집을 지을 터로 선 택한 땅이 해발 약 600m의 고지여서 번잡한 도시와 떨어져 조용히 쉬기가 좋다. 삼척 시내에서도 차로 1시간 가까이 산길을 올라야 보이는 이 집에서는 주인 내외의 인심만이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온기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이천5길 205-263
문의 @haneulsolhwangtominbag
02. 할머니의 손때 묻은 물건들_ 휴아재
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놀러갔던 시골 할머니 집을 떠올리면 또렷하게 기억나는 물건들이 몇 개 있다. 꽃무늬 양은밥상, 손때 묻어 반들반들한 가마솥, 달팽이 모양의 모기향….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물건들은 그리운 과거로 빠르게 우리를 데려다놓곤 한다. 붉은 기와지붕이 포근하게 덮은 휴아재는 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한옥으로 ‘시골감성’을 자극하는 생활소품이 가득하다. 볕 좋은 툇마루에 앉아 양은밥상에 밥을 차려 먹으면 할머니가 퍼주시던 고봉밥이 생각나고, 삐거덕 삐거덕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에 만화책을 읽거나 수박을 먹으며 뒹굴뒹굴 거렸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낡은 카세트테이프와 차곡차곡 쌓인 장작나무 역시 그리운 시절의 한 페이지를 다시 쓰게 만든다.
주소 경남 창녕 휴아재(상세주소는 예약시 문자 발송)
문의 @restme_stay
03. 주인의 추억 깃든 외갓집_ 유상리 외할머니집
40대 초반의 주인이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놀러갔던 할머니 집을 일부 개조한 유상리 외할머니집. 할머니와 보낸 추억이 담긴 공간이라 개조를 최소한으로 줄여 옛날 생활양식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루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문 높이가 낮아 허리를 숙여야 하고 화장실이 마당에 있는데다가 온수가 빨리 닳아 샤워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진정한 시골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다며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아예 몸빼바지까지 챙겨와 촌캉스를 제대로 즐기고 가는 투숙객들도 많다. 흙담 대신 나무로 얼기설기 두른 울타리와 전통 격자무늬 미닫이문이나 요즘 ‘오션뷰’보다 인기 좋다는 ‘논밭뷰’가 펼쳐진 자갈 깔린 마당에 시골 감성이 짙게 묻어 나니 입는 것, 먹는 것까지 시골생활에 맞추지 않고는 못 배긴다.
주소 경북 영천시 북안면 유상길 241-28
문의 @yusang_gil
04. 귀여운 강아지가 반겨주는 농가_ 수네민박
제주도의 수네민박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반갑게 반겨주던 강아지가 생각나는 곳 이다. 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커다란 강아지 ‘순애’가 집을 지키는 이곳은 제주의 오래된 농가주택 을 깔끔하게 다듬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하루에 두 팀만 예약 받고 있어 거실, 주방, 욕실이 공용공간이다. 독채민박은 아니지만 밤하늘을 촘촘히 수놓는 별들과 서툴지만 정성껏 키우고 있는 귤밭이 아름답다. 서정적인 풍경에 맞게 내부를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원목 가구들로 가득 채웠다. 주인이 직접 만들어 가구 하나하나가 단정하면서도 개성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세련된 분위기와 제주의 오랜 주택이 주는 편안함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 한 쉼터가 없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360번길 204
문의 @homeofsoo
에디터 한재원
출처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