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에디>를 보았습니다.

애초에 계획에 없던 영화였습니다. 기다리던 영화가 있었는데 반응이 좋지 않길래 일단은 미뤄뒀습니다.
원래 다른 반응에 상관없이 보고 싶은 영화는 보는 편인데, 괜히 마음이 안 좋아질까봐 선뜻 보기가 힘드네요.
나중에라도 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신할만한 영화를 찾다가 <독수리 에디>를 선택했습니다. 평이 예상보다 괜찮고 가볍게 볼만한 것 같아서 말이죠.
1. 생각보다 훨씬 전형적인 영화입니다.
인간승리의 실화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영화임을 감안한다 해도, 요즘의 영화들이 전형성의 틀 속에서도 차별성을 두는 솜씨가 좋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전형적인’ 전형성이 의외로 다가옵니다.
이야기의 구조, 인물의 성격과 관계, 갈등구조 등이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질 않습니다.
2. 당연히 한국영화 <국가대표>가 연상됩니다.
스키점프라는 소재는 물론이고, ‘오합지졸의 좌충우돌 도전기’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는 영화들이기 때문이죠.
다만, <국가대표>가 관객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반면, <독수리 에디>는 담담합니다. 의외로 유머의 함량도 적은 편이죠.


3. 이런 담담함이 이 영화의 장점이며 단점입니다.
전형성이 강한 영화임에도 이 영화의 만족도가 낮지 않은 것은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웃기고(울리고) 말거야!’는 태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상되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따라가면 됩니다.
반면, 이 영화만의 정체성이 약합니다. 재미를 줄려는 것도 아니고, 깊이를 보이려는 것도 아닙니다. 밋밋해 보이기도 하죠.
4. 가장 큰 단점은 악역입니다. ‘전형성이 강하다, 깊이가 부족하다’는 앞서의 평가는 이 점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특별히 ‘악역’이라고 부를만한 인물은 없습니다. ‘장애물’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겁니다.
사람을 장애‘물’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에디’의 도전을 방해하는 인물들은 ‘악역’이 아닌 그야말로 ‘장애물’로서만 기능합니다.
영국 올림픽 위원회 관계자, 올림픽 대표 동료, 노르웨이 스키점프 대표팀은 ‘에디’를 괴롭히거나, 방해합니다.
나름의 이유들은 있지만 결국 ‘에디’가 ‘약자’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약자’로 보이면 이유없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만, 영화상에서 너무 맥락없이 요소요소에서 방해하고 괴롭히고 조롱하고 사라집니다.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였다면 오히려 이런 기능적인 쓰임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영화가 아니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5. <국가대표>가 떠오릅니다. <국가대표>는 꽤나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코미디나 신파도 분명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스키점프’라는 생소한 스포츠의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심히 거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이 영화의 가치가 별 한 개 정도는 깎아낼 수 있을 정도죠.
‘현태(하정우)’의 친모와 관련된 에피소드입니다. 여기에 악역이 등장하죠. ‘현태’의 친모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딸입니다.
이 딸은 계속 이 아주머니를 괴롭힙니다. 그것도 영어를 가지고 괴롭히죠. 이유는 너무 뻔합니다.
네이티브 스피커인 ‘현태’에게 한 방 먹게 하려고 그런거죠. 이 인물은 오로지 그것때문에 아무 맥락없이 이 아주머니를 괴롭히는 기능을 한 겁니다.
상업영화에서 인물이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예는 많지만, 이 사례는 너무 영리하지 못했어요.
(덧붙여, 가정부인 엄마가 ‘현태’의 경기를 보게 하기 위해 TV가 잘 보이는 위치의 그 곳만 계속 청소하고 있는 장면도 정말 별로였죠.)

6. 다시 <독수리 에디>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전형적인 이야기를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따라가도록 하는 동력은 ‘에디’의 추진력에 있습니다.
‘에디’는 자신이 목표한 꿈을 이루기 위해 용감하게 또는 무모하게 도전합니다.
‘에디’는 마치 ‘산이 거기에 있어서’라는 말처럼 스키점프가 눈에 보여서 눈에 보이는 점프대를 하나하나 정복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어쩜 그렇게 무작정 독일로 날아가고, 어쩜 그렇게 훈련 한번 안하고 스키점프대를 뛰어 내릴 수 있는지. 존경스럽기도 하고 미친 사람 같기도 합니다.
관객은 이런 ‘에디’에게 ‘대단해’, ‘미쳤어’라고 번갈아 말하며 영화를 끝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7.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작의 주연이었지만, 늘그막에 멋있는 척(?)을 하는 아저씨에게 모든 이목을 뺏겼던 ‘테런 에저튼’은 원톱 주연으로서 영화를 끝까지 책임집니다.
실존 인물을 묘사하기 위한 안경과 주걱턱 등의 설정들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연기 자체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연기력 자체는 깔 부분이 없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킹스맨>의 속편에서 키 큰 아저씨에게 뺏긴 주목을 도로 뺏어오기만 한다면 스타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을겁니다.



8. ‘과거에는 천재 스키점프 유망주, 현재는 알콜중독 퇴물이지만 에디의 도전정신에 자극받아 그의 코치가 된다.’
이런 뻔하디 뻔한 역할을 맡은 ‘피어리’ 역의 ‘휴 잭맨’은 이 영화에서 뭔가 쉬어가는 느낌입니다.
배우에게 쉬어가는 작품이 어딨겠습니까만은, 오로지 ‘테런 에저튼’을 서포트하는 역할에 만족하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휴 잭맨’의 체구와 기럭지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더 나이들기 전에 스크린에서 그의 ‘수트 빨’을 뽐내는 역할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첫댓글 조만간보러가야겠네요
제가 볼 때도 상영관이 많진 않더라구요.
반헤일런점프나올때 지렸어요 ㅎㅎ
절정 말씀하시는거죠?ㅎㅎ
ㅎㅎㅎㅎ 개인적으로는 보고싶어했던 영화구요 가장 큰 장점은 밍기적거리지 않고 전개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데 있습니다.
크게 선정적이거나 한 장면은 없지만 위험한 운동이다보니 가슴졸이며 보게 되는 장면들이 몇 있죠 ㅎㅎ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70~80% 실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각색이 90%인 점이 아쉬웠지만 ^^;; 그래도 따뜻하고 차분한 영화입니다
에디의 추진력만큼이나 거침없는 전개죠^^
기대에 비해서 전개가 약간 지루한 감은 있었어요. 저랑 아들은 약간 하품을 하며 봤다는... 아, 조조로 보긴 했습니다.
생각보다 잔잔하더라구요. 하품도 할만하죠.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성공 또한 특출난 사람의 특출난 성공만큼이나 값지고 아름답다.'로 봤습니다.
에디가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것과 마지막에 엘리베이터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뷰캐넌과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영화 자체도 약간 심심한듯 하면서 뻔한듯 뻔하지 않게(평범하게) 풀어나간 것 같구요
'에디'의 추진력은 매우 특출나보이더군요^^ 심심하고 담백한 연출은 불만이 없지만 주변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그것이었던게 아쉬웠어요.
저는 재밋게 봤습니다. 그나저나 휴잭맨은... 그냥 존재자체로도 멋있더군요. 테런에저튼이랑 둘이 입장문에서 나오는 장면있었는데, 여자친구랑 저랑 동시에 캬아~!~! 소리질렀어요ㅋㅋㅋㅋ
그게 알콜중독 퇴물의 몸이라니 정말 말이 안되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