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 구단주이며 42년을 이끈 여장부 버지니아 할라스 맥캐스키가 102세를 일기로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야후! 스포츠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고인은 구단 창업자인 조지 할라스의 맏딸이었다. 고인의 오빠 조지 머그스 할라스는 1963년 구단 회장으로 임명됐으나 197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오누이의 아버지 조지는 1983년 세상을 떠나 고인은 남편 에드와 함께 구단을 이끌기 시작했다. 부부의 아들 조지 맥캐스키가 현재 구단 회장을 맡고 있다.
고인은 지난 달 5일 102번째 생일을 지낸 뒤 한 달 만에, NFL 우승을 다투는 제59회 슈퍼볼(필라델피아 이글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을 불과 사흘 앞두고 눈을 감았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슬픈 가운데에도 우리는 버지니아 할라스 맥캐스키가 오래, 가득, 믿음으로 충만한 인생을 살았으며 이제 지상에서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돼 편안해진다"면서 “그녀는 40여년 베어스를 이끌며 베어스 선수들과 코치들, 팬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모든 사업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로저 구델 NFL 총재 역시 성명을 통해 "믿음, 가족 그리고 풋볼이 고인의 북극성이었으며 항상 '옳은 일을 하라'를 단순한 신조로 믿고 살았다. 그녀의 부친이 시작한 베어스는 그녀에게 세상의 전부였으며 헌신과 열정으로 가족 비즈니스를 계속한 데 대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맥캐스키는 NFL이 두 팀으로 출발해 오늘날 저그너트(juggernaut, 무자비하고 파괴적이라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힘)로 성장하는 과정을 맨앞에서 지켜봤다. 그녀는 부친의 비서를 하겠다며 드렉셀 대학에 입학했는데 대신 40년 넘게 구단을 책임졌다.
맥캐스키가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베어스는 두 차례 슈퍼볼에 진출해 1986년 제20회 슈퍼볼을 제패했다. 베어스는 2007년에도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물리치고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부친의 이름이 들어간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제41회 슈퍼볼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게 지고 말았다. 고인은 42년 구단주로 일하는 동안 10명의 감독과 호흡을 맞췄는데 최근까지 감독으로 일했던 벤 존슨이 마지막 사령탑이 됐다. 따라서 맥캐스키 인생의 마지막 베어스 경기는 최근 몇 년에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그린베이 패커스를 24-22로 물리친 경기가 됐다.
고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도였으며 대체로 각광받는 일을 마다하며 시카고 교외의 검소한 자택에서 지내왔다. 하지만 거의 모든 베어스 경기들을 직관했다. 죽기 전까지 그녀는 NFL 구단주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오랜 기간 구단주로 일했다. 10명의 여성 구단주 가운데 한 명이었는데 고인과 그녀의 가족이 구단 주식의 80%를 소유했다.
맥캐스키는 11명의 자녀와 40명 이상의 손주와 증손주를 뒀다. 맏아들 마이클이 1983년부터 어머니가 쫓아낸 1999년까지 팀 대표로 일했다. 그 뒤 마이클은 베어스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다 2011년 사퇴했다. 해서 버지니아 맥캐스키의 여덟 번째 자녀인 조지가 승계해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마이클 맥캐스키는 2020년 사망했다. 고인의 남편 에드 맥캐스키는 한때 이사회 의장 겸 재무책임자로도 일했는데 2003년 작고했다.
공교롭게도 9일 슈퍼볼에 진출한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취재하는 텔레문도 캔자스시티 방송의 스포츠 기자 아단 만자노가 지난 5일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 현지 취재에 나섰다가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물일곱 살 한창 나이였고, 지난해 아내를 비극적인 자동차 사고로 잃은 지 일년 만에 자신도 비극적 최후를 맞아 안타까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