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아이폰'이 드디어 국내에도 정식 수입되었고, 관련 애플리케이션 중 '서울버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이 히트를 치면서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서울과 경기도의 실시간 버스 정보를 통합해서 휴대기기인 아이폰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인 개발자가 이런 엄청난 인프라스트럭쳐를 단시간 내에 구축했을 리는 만무하고, 실제로는 서울시BIS와 경기도BIS에 각각 접속해서 정보를 다운로드한 후, 필요한 정보만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일 것입니다.
(오래전 일이라 당연히 아이폰용은 아니지만), 예전에 저 또한 심심풀이로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
2008년 1월 심심풀이로 만들었던 '실시간 버스 레이다'의 실행화면입니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시점에서 현재 운행 중인 서울시 버스와 경기도 버스의 모든 좌표를 뿌려주는 프로그램인데, 검정색은 경기도 버스, 파란색은 서울시 간선버스, 초록색은 서울시 지선버스, 빨간색은 서울시 광역버스에 해당하는 좌표들입니다. 버스 환승센터의 입지나, 경기도 버스의 침투(!)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하는데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었습니다.
이 외에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로 '굴절버스 20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준다든가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
다만 엔진 수준에서 더 이상 발전되거나, 대대적으로 풀거나 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점인데...
여기까지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사실 현재 '서울버스'가 일으키고 있는 문제점과도 동일합니다.
서울시가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인프라스트럭쳐에 허락도 없이 '무임승차' 하여 정보를 리핑하는 것이 도의적인 문제는 물론 과연 실정법이나 저작권 등에 위배되는 것이 없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서울 TOPAS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각종 검지기와 차량들로부터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교통관리 정책에 사용하는 것 뿐 아니라, 교통정보업체 같은 민간 기업체나 교통 관련 연구자에게 '정보를 파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자칫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버스'의 경우 과감하게 공개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서 불특정 다수의 대상에게 뿌려졌고, 초창기 각 기관은 당시 제가 예상했던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1. 서울시는 내부 동작 코드를 살짝 바꿔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의 정보 리핑이 불가능하도록 막았습니다.
후에 사용자들로부터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자 '서울버스 앱을 차단할 의도는 없었고 단순한 시스템 업데이트였다' 라고 해명하고 코드를 원래대로 돌려놓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석연치 않습니다.
2008년 당시 제가 만든 프로그램의 경우, 트래픽 최소화를 위해 PDA/모바일용 서비스를 경유해서 정보를 리핑하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만. 얼마 뒤 서울시 측에서 이를 인지하였는지, PDA/모바일기기로 접속하지 않은 경우 '허용되지 않는 기기입니다.'라는 경고문을 뿌리며 접속을 거부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된 적이 있고.
2009년 초에는 개인적인 연구 준비를 위해 비슷한 기능의 프로그램이 필요해지자, 이번에는 XML 서비스를 경유해서 (아마 '서울버스 앱'도 이 방식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달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얼마 후 내부 동작 코드의 변수이름들만 살짝 바뀌면서 애플리케이션 작동이 안되도록 변경 - 사실상 차단 - 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초기 '서울버스 앱'을 차단했던 방식과 동일합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에도 그런 방식으로 스리슬쩍 차단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 경기도는 아예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을 '불법'으로 인지하고 차단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 한 언론이 '경기도 관계자'를 인터뷰한 것에 따르면, '서울버스 앱이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의 공공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정보공유를 차단'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용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자, 도지사의 직접 지시로 차단조치가 해제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양상은 조금 달랐지만 결국 '서울버스' 사용자들이 인해전술로 서울시와 경기도를 '아닥' 시켜버린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 이제는 나도 멋대로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도 찍소리도 못하겠구나~' 라는 안도감도 들면서도
'역시 이 나라는 떼를 만들어서 집단으로 두들겨패면 뭐든 다 된다' 라는 생각도 들어서 다소 씁쓸하기도 합니다. -_-;
P.S. 이제 '아이폰용'이기만 하면 '로지스 앱' 나, '큐비 앱' 같은 걸 멋대로 만들어도 되는건가염?
첫댓글 저작권이나 도의 이전에 교통 관제 시스템에 부하를 일으키는 게 문제일텐데, 사실 이건 교통 운영측에서 지원했어야 할 것을 (각각 웹으로는 Topis 및 GBIS로 무상제공중) 시스템의 차이를 빌미로 방기한 셈이기 때문에 비상업적 이용에 대해 법적대응 운운은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다못해 표준 모바일웹 사이트만 만들어줘도 이런 App 만들 필요가 없겠죠.
간단한 사견을 올려보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기관 등에서 방조나 무관심일 수 있으나 아이폰용 앱에 대한 관심/이용이 급증하면서 요번에 공론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단, 도지사에 의한 해제 조치 이런 건 없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사건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웹 환경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시와 경기도 '개발자'들은 이런 사정을 '악용'하려다가 여론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인뱅도 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한국 인뱅 시스템은 다들 알다시피 ActiveX 도배로 유명한데, 이를 위해 Windows/IE 아니면 접속 자체를 거부하거나 페이지 구현이 제대로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한때 소송까지 간 적이 있었습니다(결론은 패소였지만). 사족 하나 달자면, 사실 아이폰용 인뱅 앱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개념있는 개발자들에게는 결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요. 은행 웹페이지를 아예 웹 2.0이나 3.0에 맞춰버리면 되니까요.
이 글 마지막 부분에 "역시 이 나라는 떼를 만들어서 집단으로 두들겨 패면 뭐든 다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서울버스'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까? 말하자면 설령 공익적인 목적에 따라 이윤을 취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허가를 얻지 않고 정보를 재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은 잘못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시민들이 항의한 것과 경기도 측이 이 항의를 수용한 것이 잘못이냐는 말입니다.
설령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역시…"이하의 말은 시민들의 항의(정당한 것에 한하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공익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공익과 무관한 기업비밀일수도 있는 내용이며,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공개되는것이 오히려 공익에 해로운(가령, 국가보안법 등에 의해 보호된다든지) 보호해야 하는 기밀일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그 누가 공익이라고 주장한들.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허가되지 않은 정보를 가공하여 공개했다면 원칙적으로 개발자에게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별다를벗님... 님께서 제기하신 부분은, 글쓴이 께서 한 시민이 문제제기를 해서 되는게 아니라 단체로 항의해서 이슈화되어야만 그제서야 시정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비판한것 같은데...좀 다른 방향으로 나간것 같아서...
논지의 초점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만... -_-; 제 윗 덧글에서 지적하였듯 정보의 가공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방식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특정 방식만이 유효하고 다른 모든 방법을 유효하게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일종의 '차별'로서 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뱅 소송이 마침내는 패했던 것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여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면도 없지 않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개떼 전술(?)이 도움이 되기는 되는가 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