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다.
좋은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번뇌 가운데 탐욕, 탐욕 가운데 재물욕을
드러낸 속담이지만 식욕, 음욕 등 다른 욕망에도 해당한다.
호텔 뷔페 음식진열대에 가득한 산해진미를 보고 입에 군침이 돈다.
음식에 대한 견물생심이다. 아리따운 여성(또는 멋진 남성)을 보면 사귀고 싶다.
이성에 대한 견물생심이다.
견물생심. 재물욕, 식욕, 명예욕, 음욕과 같은 탐욕의 번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법에 걸리지 안는 한도 내에서 온갖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세속인들에게
해당하는 속담으로, 불교의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에서 수(受)에서
애(愛)로 이어지는 매듭을 이해할 때 좋은 참조가 된다.
십이연기는 삶과 죽음을 무한히 되풀이 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된
윤회의 법칙이다. 모든 생명체는 무명(無明)으로 인해 행을 짓고 이어서
식(識)↔명색(名色)→육입(六入)→촉(觸)→수(受)→애(愛)→취(取)→
유(有)→생(生)→노사(老死)로 이어지는 열두 단계 과정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인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전생에 나는 무지하였기에(무명), 일생동안 갖가지 업을 지으며 살았다(행).
그런 나의 모든 행동은 종자와 같이 영글어 내 마음 밑(식)에 저장된다.
나의 모든 행동을 내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후 사망한다.
전생 업의 종자를 모두 간직한 나의 마음은 현생의 어미의
자궁 속에 형성된 수정란에 반영되어 태아로서 자라난다(명색).
임신 후 5주가 되면 태아의 몸에 이목구비와 같은 감관의 모양이 잡힌다(육입),
그리고 10달이 되어 어미의 몸밖으로 나와서 며칠이 지나면 소리가 들리고
무엇이 보이기 시작한다. 감관과 대상의 접촉이 시작되는 것이다
(촉). 외부대상에는 괴로운 것도 있고 즐거운 것도 있는데 아동기에는
힘이 없기에 그저 수용만 할 뿐(수) 이에 대해 극렬하게 반응하지 못하다가,
장성하여 사춘기가 되면 동물적 즐거움을 탐하는 마음이 강력하게 일어난다(애).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갖가지 종교에서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서(취)
그런 욕망을 실형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유). 그 후 다시 사망했다가,
자신의 업에 맞추어 다시 탄생하고(생) 늙고 사망하는 일(노사)을 되풀이한다.
열두 지분을 이상과 같이 전생, 현생,
내생으로 펼쳐서 조명한 십이연기를 분위연기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한 찰나에 열 두 지분이 동시에 쌓여있다고
해석할 경우 찰나연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열두 가지 지분 가운데 외부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수(受)의 단계이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동물적 감성이(愛)의 단계이고,
그 과정이 견물생심(見物生心)에 그대로 부합한다.
"좋은 것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기서 '좋은 것을
봄'은 '수'에 대응되고, '그것을 가지려는 욕망의 발생'은 '애'에 해당된다.
불교수행자는 기초단계에서 먼저 동물적 욕망을 버려야 하는데,
욕망을 억제할 수도 있겠지만, 초보수행자에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욕망의 대상을 접하지 않는 것이다.
즉, 견물을 하지 않아야 생심하는 일이 없다.
십이연기설로 설명하면 수(受)를 차단하면 애(愛)가 일어나지 않는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