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芻濁酒如潼白(신추탁주여동백)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飯罷取枷登場立(반파취가등장립)
雙肩漆澤飜日赤(쌍견칠택번일적)
呼邪作聲擧趾齊(호사작성거지제)
須臾麥穗都狼藉(수유맥수도랑자)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낙막락)
了不以心爲刑役(요불이심위형역)
樂園樂郊不遠有(낙원낙교불원유)
何苦去作風塵客(하고거작풍진객)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옹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핵심 정리
• 지은이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경기도 광주 출생.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 또는 여유당(與猶堂). 정조 13년에 남인(南人)의 불리한 처지를 극복하고 대과에 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기도 한 실학자이다. 저서에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아주 많다.
• 갈래 : 행(한시의 일종), 서정시, 리얼리즘 시
• 연대 : 1801년
•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 성격 : 사실적, 반성적
• 배경 사상 : 실사구시의 실학사상
• 주제 : 농민들의 보리타작의 모습을 보고, 그 노동에서 얻는 즐거움을 보고 자신의 삶을 반성 혹은 노동에서 얻는 즐거움
시어 및 구절 풀이
• 타맥행 : 보리 타작의 노래. '행'은 한시의 한 체
• 신추탁주 : 새로 담은 막걸리를 거르다.
• 여동백 : 젖빛처럼 희다.
• 대완 : 큰 그릇
• 취가 : 도리깨를 들다.
• 칠택 : 검은 윤기
• 번일적 : 햇빛을 받아 번쩍거림
• 호야 : 감탄사. '옹헤야' 하는 소리. 여기서 '邪'는 어조사 '야'로 읽음. 간사할 사가 아님.
• 거지제 : 擧는 들다, 趾는 발, 齊는 가지런함, 곧 타작을 위해 발을 나란히 맞추어 드는 모양을 말함.
• 수유 : 잠시 만에
• 맥수 : 보리 낟알
• 도낭자 : 다 어지럽게 흩어짐
• 호답 : 서로 답한다. 즉 민요를 선창, 후창하는 것
• 성전고 : 소리가 옮겨 높다.
• 옥각 : 지붕의 모서리
• 분비맥 : 어지럽게 날리는 보리
• 낙막락 : 어떤 즐거움보다 더 즐겁다.
• 이심위형역 :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으로, 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음을 말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이미 스스로 마음이 몸의 노예 되었으나 어찌 근심하여 슬퍼하고만 있으리오"라는 말이 있음
• 낙원낙교 : 낙원을 반복한 것
• 풍진객 : 속세의 나그네
새로 거른 ~ 햇볕 받아 번쩍이네: 좋은 술과 기름진 음식은 아닐지라도 노동의 건강성과 좋은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와 보리밥이 요기로서는 부족함이 없음과 햇빛에 그을은 두 어깨로 대변되는 농민의 노동하는 건강한 삶에 화자가 감탄하고 있다. 화자는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으로 시적 대상이 노동하려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응해야 소리내며 ~ 보리티끌 뿐이로다: 노동요를 부르면서 흥겹게 도리깨질을 하는 농민이 보리낟알이 온 마당에 날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그 노동의 강도는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노랫가락 소리도 높아지고 동시에 마당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보리 낟알이 날리고 있다. 화자는 건강한 농민의 노동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기색 ~ 되지 않았네: 농민의 즐거운 노동 행위에서 건강하고 생동하는 삶을 발견하고 그로 말미암아 육신과 정신이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는 것이다. 화자는 시적 대상인 농민의 건강한 노동 행위를 관찰한 끝에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매인 바 조금도 없어라->마음(정신)이 육체의 힘듦에 매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기쁨을 주다. 육신과 마음의 조화로운 통일.]
낙원이 먼 곳에 ~ 헤매고 있으리요.: 대상의 행위에서 깨달은 삶의 본질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화자의 내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즉 화자가 벼슬길에 나서 정치적으로 억압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아온 과정이 모두 부질없는 행위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화자는 대상을 보기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진리를 깨달았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해설과 감상
다산(茶山)의 한시 작품은 실학 사상을 배경으로 사회 제도의 모순, 관리나 토호들의 횡포, 백성들의 고뇌, 농어촌의 가난 등이 그 주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대부분이 현실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시어(詩語)도 평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 타작'도 가난을 딛고 건실하게 일하는 농민의 건설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 악부(樂府)시체에서 전화한 한시의 한 체인 '행(行)'을 그 형식으로 하고 있고, '타맥행'은 다산 문학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이것은 농민의 생활에서 취재한 것이요, 여기에서 농민은 일하는 농민이다.
다산 정약용 자신이 생산과 그 노고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농민과 한 마음이 되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사실적으로 노래한 농부가인 것이다. 또한 '막걸리, 보리밥, 도리깨, 보리알' 등 평민적인 시어들은 한결 친밀감을 주면서 보리 타작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그리고 씩씩하게 두드리는 도리깨 소리로써 가난을 딛고 일어서려는 꿋꿋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건강하고 생동하는 농민들의 삶에서, 시인은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내고 있으며, 당시 새롭고 가치있는 삶을 평민들의 현실 세계에서 찾고자 하는 당시 진보적 지식인들의 경향을 엿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