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소풍 잘 살아야 환하게 웃음 지으며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벚꽃이나 진달래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화사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한평생 수많은 실수와 공적을 켜켜이 쌓으며 살다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난다.
살아온 발자취가 그 사람의 일생이다.
아름다운 삶으로
’미안해, 감사해, 고마워, 사랑해‘말을 하며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세상 소풍을 아름답게 마감하자
박수받으며 떠나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3조에서 돌보는 로사 할머니가 위중하니 선종 기도를 부탁한다”는 카톡 문자가 왔다.
돌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은 데다 환절기라 돌아가시는 분이 종종 계신다.
얼마 전에 성당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단체의 책임 역할을 맡았다.
회원들은 이분들께 후원금이나 쌀과 김치 같은 먹거리를 전달하기도 하고
건강 상태나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로사 할머니는 30대에 남편을 잃고 두 명의 양자 마저도
교통사고와 병으로 먼저 보내고 외롭게 사셨다.
무릎에는 야구공만 한 혹이 있지만,
수술도 할 수 없어 걸음걸이가 불편한 88세의 홀몸노인이라
성당 단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자주 방문했었다.
겨우 하루를 지났는데 선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8남매의 맏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지만,
친인척에게 알릴 방법이 없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연락했으나 대부분의 반응이 싸늘하다. 사는 게 힘들어 남남처럼 지내온 것 같다.
평소 돌보아 오던 봉사자가 로사 할머니의 제부와 간신히 연락이 닿아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자
“자신들은 관여할 생각이 없으니 무연고자 사망으로 처리해 달라”고 한다.
경찰의 조사로 친인척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자 난감해한다.
장례비를 걱정하는 눈치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데 형제 자매지 간의 정은 어디로 갔는지 부담만 될 것 같으니
그러는 것 같다.
“로사 할머니가 사시던 방의 보증금과 기초생활수급자인 관계로
정부의 장례 지원금이 있어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며 설득했다.
빈소도 차리지 않고 돌아가신 다음 날
오후에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극적인 타협을 보았다.
외롭고 힘들게 사시다가 가신 자매님의 사정을 성당에 알렸더니
각종 단체의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평소에는 홀로 지내셨지만,
입관과 장례미사에는 수녀님을 비롯하여 식장이 가득 찰 정도로 와서 애도해 주었다.
신부님은 장례미사를 집전하시면서
로사 자매님은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으면
제일 먼저 적지 않은 교무금을 납부하여 사무실에서
“이렇게까지 내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한다.
“큰 신앙 보여주셔서 교회를 대신해서 고맙다는 말 꼭 전해 드린다”목이 멘다.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는다.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누가복음서에 예수님은 헌금 궤에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동전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시고
"이 가난한 과부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넉넉한 가운데 얼마씩을 예물로 바쳤지만,
이 과부는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 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입관과 장례미사 진행 중에도 참석한 제부 두 명은 앞으로 나서지 않아
우리 회원들이 상주 노릇을 하며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정중히 장례를 치렀다.
평소에는 거의 혼자 지내셨지만,
많은 참배객의 애도 속에 신부님까지 칭송의 말씀을 하시자 유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살아생전 잊고 지냈던 처형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러지자,
죄책감과 함께 송구한 마음은 생기지 않았을까.
'우리도 돌보지 않던 처형인데 어떻게 사셨기에 장례식장이 가득할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슴 깊이 스며들어 폐부를 후비는 아픔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을까.
시신을 모신 구급차 조수석에 영정사진을 안고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교우들도 추모공원 내 승화원에 모였다.
유족들은 장례를 시작할 때 화장 후 유골은 추모공원 유택동산에서 처리하겠다고 하였다. 화장하는 동안에도 교우들이 대기실에 모여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연도를 바쳤다.
고개 숙여 의자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슬며시 빠져나간다.
함께 있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한참 후 돌아온 유족은 그동안 로사 자매를 보살펴 왔던 회원을 잠깐 보자고 한다.
만나고 온 다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봉투를 내놓는다.
그 속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다.
못 받겠다고 한사코 사양했지만, 감사의 마음이라며 강권해서 뿌리치고 올 수 없었다.
유족들은 교우들이 처형의 장례를 위해 애쓰시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 받았다며,
그동안 처형에게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또한, 추모공원에서 산골하기로 한 것을 취소하고
유골함을 구매하여 일단 집으로 모시고 갔다가 봉안당에 안치하기로 했단다.
장례를 마친 후 두 제부는 유골함과 영정을 가슴에 포근히 품고 떠났다.
처음 장례식장에 들어올 때는 마지못해 끌러 온 사람 같더니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 보였다.
추모공원 큰 항아리에 다른 유골과 섞여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질 될 뻔했던
로사 할머니가 고향의 아늑한 봉안당에 모셔질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유족에게 받은 성금은 미사 때 할머니를 위한 기도 예물로 한 달 동안 봉헌하기로 했다.
이 세상에서 친척들로부터 외면당하여 외롭게 지내셨던 로사 할머니도
제부들의 이런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흐뭇했을까.
우리 곁을 떠나신 로사 할머니는 하느님을 열심히 섬겼듯이
천상에서 평안하게 영생을 누리리라 생각한다.
많은 교우의 애도 속에 치러진 장례를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유골함을 가슴에 품고 가는 것을 보고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무엇이 이들에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했을까.
유골함을 고향에 안치하기로 한 것은 이제라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처형의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하늘나라에 오르시는 로사 할머니의 환한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당신이 이땅에 태어날 때 벚꽃이나 진달래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화사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한평생 수많은 사랑으로 공적을 켜켜이 쌓으며 살다가
아름다운 삶을
‘미안해, 감사해, 고마워, 사랑해‘말을 남기며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세상 소풍을 아름답게 마감하고
하나님 품에 안긴 당신이 보고 싶어요
여보!, 다시 봄이 왔습니다
여보!, 꽃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여보!, 올해도 어김없이 찬란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꽃향기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신 당신
자식을 위하여 날마다 기도 하시던 당신
당신의 기도 하시던 모습을 떠 올립니다
있을 때 잘 못해주어 미안하오
무엇이 그리 급하여 천국 나라 가셨습니까?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 믿는 맘 가지고 가겠네
믿는자 위하여 있을 곳 우리 주 예비해 두셨네
찬란한 주의 빛 있으니 거기는 어두움 없도다
우리들 거기서 만날 때 기쁜 낯 서로가 대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이 세상 작별한 성도들 하늘에 올라가 만날 때
인간의 괴롬이 끝나고 이별의 눈물이 없겠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광명한 하늘에 계신 주 우리도 모시고 살겠네
성도들 즐거운 노래로 영광을 주 앞에 돌리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천국에서 만나보자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 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 보자 만나보자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내 본향 가는 길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 위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 앞에 남은 일 오직 저 길
주 예수 예비한 저 새 집은 영원히 영원히 빛나는 집
거기서 성도들 즐거운 노래로 사랑의 구주를 길이 찬송
평생에 행한 일 돌아보니 못 다한 일 많아 부끄럽네
아버지 사랑이 날 용납 하시고 생명의 면류관 주시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