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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옥상위로 올라간다. 모두가 잠이 든 새벽 3시만 되면 저절로 몸이 그리로 향한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오늘은 유
난히 바람이 세게 부는것 같다. 거기에다가 여긴 고층 아파트 옥상이지 않은가. 칼같은 바람이 불어와 나의 머리칼을 한껏 흩날려
주고 간다. 저 멀리 붉은빛 십자가, 내가 다니는 학교, 요즘 한껏 길거리를 장식해 주고 있는 벚꽃이 보인다. 아직 핀지 얼마 안 됬
지만, 제법 센 바람으로 인해 핑크빛 눈이 내리는 듯한 환상을 보는 듯 하다. 이건 마치…하늘 위에서 날 부르는 듯 하다. 뽀얀 맨발
로 먼지가 가득 쌓인 옥상위를 걷는다. 난간에 올라서니, 중심을 잡지 못해 살짝 비틀거린다. 아찔한 높이에도 나는 눈하나 깜짝하
지 않는다. 살며시 눈을 감고 팔을 벌린다. 향기로운 꽃내음과 포근함을 느껴본다. 새하얀 백색의 원피스가 바람에 휘날린다. 시골
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도시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이 곳을 사람들은 시도라고 한다. 이 시도는 워낙에 평화로운
지라 새벽인 지금은 가로등 불빛도 거의 꺼져갈 지경이다. 그래, 아무도 보지 않아. 설령 누가 보던들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어짜
피 슬퍼하지도 않을꺼잖아. 아, 엄마라면 슬퍼하지 않을까? 괜한 기대를 가져본다. 하지만 말이야, 자기 배속에서 나온 제 핏덩어
린데…설마 기뻐할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불안함만 더해져 간다. 이제 가로등 불빛도 완전히 꺼져 깜깜한 어둠만이 드리웠다. 달
빛도 구름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다. 이 참에 확 뛰어내릴까? 이건 마치…죽어버리라고 유혹하는 상황이잖아.
〃나, 죽고싶어요. 죽고만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사는게. 얘들은 맨날 나만 미워하고. 괴로워요, 정말. 나도 이렇게 까지 하긴 싫
었어요. 하지만…흑. 하지만,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요. 내가 죽으면…모두가 행복해 질까요? 나만 보면 다들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
진 것 처럼 인상을 찡그리곤 하더라구요…나만, 나만 없어진다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가 있는거겠죠? 그럴수만 있다면…나, 여기
서 그냥 뛰어내릴께요. 엄마, 죄송해요. 슬퍼하진 마세요. 아, 오히려 기뻐하시려나.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주세요. 그냥 딸
하나 없는 셈 치세요. 부탁..드려요. 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원하신다면 되도록 빨리 갈께요. 기다려, 얘들아. 내가 곧 갈께.〃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에 마지막으로 음성녹음을 해 놓은 후, 날 향해 손짓하는 그 곳으로 갔다. 잠시, 시원한 바람에 나의 몸을 맡
겼다. 난, 이제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다. 죽음의 신이라는 것에 영혼을 생명을 팔고, 이제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삐뽀삐뽀-.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경찰차들이 달려온다. 난 아직 그자리에 있다.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드는 나를,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
하였나 보다. 다들 위에서 여유부리며 저들을 지켜보는 난 보이지 않고, 저 아래 이미 쓸모 없어져 버린 피비린내 나는 나의 육체
에만 모든 관심을 쏟는다. 그 때, 누군가 옥상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남자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저 남잔, 내 옆에 놓여있던 핸드폰
을 집어들었다. 폴더를 열고 이리저리 뒤지더니 아까 녹음해 놓은 음성녹음을 틀었다. 내용을 끝까지 다 들은 남자는 꽤나 놀란 표
정으로 부들거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난관 밖으로 떨어트려 고장내려고 했다. 누구 맘대로-. 난 남자의 손을 꽉 잡아 주먹을 피지
못하게 하였다. 인상을 쓰며 낑낑 애를쓰는 모습이 약간 불쌍해 보였으나 꽉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는 포기한 것인
지 핸드폰을 들고 옥상을 빠져나갔다. 나는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 남자는 간간히 등 뒤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인지, 뒤를
돌아 보았지만 난 발견하지 못했다. 어리석은 것. 감히 네가 날 볼 수있을거라 생각하나. 풉-, 정말 웃기지도 않는군. 어느새 건물
밖으로 나왔다. 내 시체가 있는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내 시체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난 나의 시체속으로 들어가서 씨익- 웃음
지었다. 이런 날 발견한 사람들은 꺄악- 소리지르며 말했다.
〃어, 어머! 꺄악! 시, 시체가.. 웃고있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한 명이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나의 얼굴을 볼테고, 다들 소리지르며 한 마디씩 하겠지.
〃으, 으악! 저, 정말이야.. 아까 무표정이었던 시체가.. 웃고있어..!〃
아이, 재밌어라. 그래, 이거야. 나의 자유, 나의 즐거움. 난 이런걸 원했던 거라고. 난 그상태로 나의 시체를 빠져나왔다. 시체는 그
대로 웃음짓고 있었다. 내가 봐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까 그 남자는 경찰관 한 명을 붙잡고 내 핸드폰을 전해주었다. 경찰관
내 핸드폰을 샅샅히 뒤지더니 사람들을 주목시켰다.
〃흠, 여러분. 뒤로 물러나 주세요. 아, 이 아이가 댁의 따님.. 맞습니까?〃
경찰관은 나의 엄마를 붙잡고 물었다.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지 않았다…. 내 바램이었으나, 왠지 허한 느낌이 들었
다. 경찰관은 소리를 최대로 해놓고 음성녹음을 틀었다.
〃나, 죽고싶어요. 죽고만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사는게. 얘들은 맨날 나만 미워하고. 괴로워요, 정말. 나도 이렇게 까지 하긴 싫
었어요. 하지만…흑. 하지만,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요. 내가 죽으면…모두가 행복해 질까요? 나만 보면 다들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
진 것 처럼 인상을 찡그리곤 하더라구요…나만, 나만 없어진다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가 있는거겠죠? 그럴수만 있다면…나, 여기
서 그냥 뛰어내릴께요. 엄마, 죄송해요. 슬퍼하진 마세요. 아, 오히려 기뻐하시려나.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주세요. 그냥 딸
하나 없는 셈 치세요. 부탁..드려요. 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원하신다면 되도록 빨리 갈께요. 기다려, 얘들아. 내가 곧 갈께.〃
아까 내가 녹음했던 내용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놀라 주위 사람들과 갖가지 말을 주고받았다. 경찰이 드디어 입을
떼었다.
〃후, 데체 딸을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까지…. 근데 마지막 말은 의문점이 가는군요. 아 혹시….〃
〃네? 뭐가요?〃
〃따님의 영혼이 아직 이세상에서 처리할 일이 남아 떠나지 못한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부족합니
다만. 별로 신경쓰실 필욘 없을 것같습니다.〃
저 경찰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뭐가 어쩌고 어째? 그래, 내가 참자 참아. 그 동안도 잘 참아왔잖아? 이 날을 위해….
´오늘 시도에서 여고생 한명 자살…´
´오늘 새벽 3시 반쯤 여고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메모엔…´
이 일로 뉴스에선 한동안 이 얘길 떠벌렸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잊혀져 갈 때 즈음- 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한
화고등학교엔 내가 증오하는 아이들이 참 많다. 내가 죽을 때 그애들은 눈하나 깜짝 하지도 않았다. 잔인한 년놈들. 난 당최 이해
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날 싫어하더라도, 죽었는데…저들 때문에 죽었는데 눈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음, 그래. 관두자, 관둬. 어
차피 곧 죽을 애들 이니깐.
내 앞엔 지금 다섯명의 여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그녀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지만, 역시 날 보진 못한다. 이애들은 날 많이 괴롭
혀 왔다. 특히 가운데 있는 애. 난…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주먹을 꽉 쥐며 참으려고 애쓴다. 좋아, 이제 모두 헤어졌어. 밤이
야, 깜깜한 밤. 혼자 밤길을 걷다보니 무서운건지 주위를 둘러본다. 그렇게 도착한 그녀의 집. 그녀는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2층으
로 올라간다. 피곤한지 씻지도 않고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으로 잠이든다. 난 그녀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마음껏 장난을 친다. 그
녀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그녀는 뒤척이다가 눈을 떳다. 그녀의 눈엔 공포가 서렸다. 소릴 지르지도 못하고 애꿎은 솜이불만
꽉 깨물고 공포어린 눈으로 날 바라본다. 내가 보인다, 보여. 나와 눈이 마주첬다. 난 씨익- 웃어주었다. 그럴수록 그녀는 점점 뒷
걸음질 쳤다. 내가 무섭나 봐. 정말 웃기지도 않지. 내가 살아있을땐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하더니만. 난 조용히 그녀의 눈에서 사
라져 주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눈에 힘을 풀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난 검정색 비닐봉지와 휘발유, 라이터를 챙겨들고 다시
그녀의 방으로 갔다. 그녀의 몸으로 들어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뒷산으로 갔다. 그녀의 눈은 마치 귀신에 씌인것 마냥 초
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긴, 내가 귀신…이니까. 딱히 지금 상태가 익숙하진 않다. 하지만 좋다, 좋아. 자유롭잖아, 이건. 그녀의
몸에서 나오니 그녀의 몸은 털썩 쓰러졌다. 난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의 몸을 꽉 붙잡고 머리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끝을 묶었
다. 그리고 그 위에 휘발유를 부었다. 난 그상태로 그녀를 깨웠다. 고통을 느끼려면 적어도 깨어있는 상태에서 죽여버리는게 훨씬
낳을테니까.
〃일어나…일어나…일어나라니깐…내가 재밌는거 보여줄께…〃
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깼다. 그녀는 검정색 비닐봉지를 뒤집어 써서 아무것
도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두려워 했다.
〃조금만 기다려…하현아 너도 곧 자유를 맛보게 될꺼야…지금보다 더 자유로워 질꺼야…〃
난 그녀의 머리에 불을 질렀다. 그리곤 놓아주었다. 그녀는 산 아래로 데굴데굴 굴렀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산 아래로 내려가
보니 불은 꺼져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이렇게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난, 후회는 없다. 내가 장담컨데, 그래도 난 얼굴은 그녀보다 예뻤다. 단지 소문이 좋지 않아 괴롭힘을 당한 것
뿐이지.
´이번엔 시도의 김모양이 타버린 채 죽어…´
요즘엔 저번에 하현일 죽인 일로 인해 마을이 소란스럽다. 하현이는 내 뒤를 따라다니며 울부짖고 있다. 자길 왜 죽였냐고, 미안하
니까 다시 되돌려 달라고 말이다. 그러게,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웃기지 않아? 이게 미안하다는 말로 해결될 거 였으면 널 죽
이지도 않았지. 안그래, 하현아?
〃어머어머, 저것좀 봐. 어쩜…징그러워라-.〃
´하현아, 기분이 묘하지 않아? 예쁘던 너의 얼굴을 보고 징그럽다잖아. 크큭.´
´제발…제발 이러지마…´
싫어. 아, 맞다. 재밌는게 떠올랐어. 자, 잘봐. 난 하현의 시체로 들어가서 얼굴을 한 층 더 일그러 트려 놓았다. 누군가 입을 열었
다. 그럼 그렇지. 하현아 듣고 있지? 저 소리.
〃꺄, 꺄악! 허, 허업..윽.. 구역질 날 것 같아.. 우윽!〃
´하, 하지마! 내, 내얼굴이.. 내 예쁜 얼굴이!! 내, 내 이쁜 얼굴을 보고 구역질 난다고!? 아니야, 이건 아니야!´
〃푸흡, 하현아 너 정말 웃긴다. 지금 니 꼬라지를 봐바. 나보다 낳을게 뭐가있니? 솔직히 내가 더 낳잖아. 그만큼 얘기했으먼 알아
들었겠지? 닥치고 있으란 말이야. 왜, 내가 안하던 짓을 하니까 두렵니? 두려워? 난 분명 후회할거라고 했잖아.〃
저거봐, 저거. 입술 꽉 깨문다, 깨물어. 아, 왜 저래. 하현이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그래, 좀 더. 좀만 더. 너의 망가진 모습
을 보고싶어. 좀 더 해봐, 해보라니까. 그 날 부터 하현이는 없었다.
학교다, 내가 다니던 학교. 내겐 지옥과도 같았던 학교다. 참 오랜만이지, 이곳도. 아, 참. 얘들은 어떻게 지낼까? 하현이가 저렇게
처참하게 죽었는데도 자기 잘못을 모르고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반성을 해? 큭-. 그래그래, 반성은 무슨. 설사 반성
을 한다더라도 내가 봐줄 것 같냔 말이야. 그렇다면 난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 죽을 생각조차 하질 않았겠지. 아, 잠깐만 기
다려. 내가 너흴 데리러 갈테니까.
〃야야, 너희들 하현이 죽은거 봤어?〃
〃어? 아, 응. 어쩜.. 되게 징그럽더라.. 나 진짜 토하는 줄 알았다니까.〃
〃아유, 말도 마. 난 보자마자 구역질이 났어. 정말이지…〃
〃근데 누가 그런걸까? 하현이가 설마…자살할 이유는 없잖아.〃
〃그래, 맞아. 아, 혹시 그…전따가?〃
〃에이, 설마. 걘 죽었잖아.〃
〃그치만…나 그거 음녹 듣고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니깐!〃
〃야야, 그건 좀 오바다. 어쨋든 좀 무섭긴 했어. 기다리라니…으~ 생각하기도 싫다, 야.〃
〃음, 그리고 세상에 귀신이 어딨니? 다 지어낸 얘기지.〃
〃그래, 희선이 말이 맞긴 맞다. 그치?〃
〃응, 그건 그래. 하지만 역시…〃
〃맞아, 만약이라는게 있잖아, 만약이라는게.〃
푸흡-. 아 웃겨라. 내가 뒤에서 다 엿듣는 건 모르고 저들끼리 떠들기에 급급해선…. 다들 어리석긴…아, 그나저나 재밌는거 하나
해볼까? 난 바로 희선이의 몸속에 들어갔다. 그래, 희선이가 건망증이 심해서 놀려먹기엔 딱이니깐.
〃아, 얘들아. 우리…오늘 우리집에서 자고갈래? 그냥 이것저것에 대해 얘기도 나눌겸.〃
〃야, 그거 좋다. 그래, 우리 그렇게 하자. 응? 너희들은 어때?〃
〃음…난 찬성!〃
〃율아가 찬성이라면 나도.〃
〃그럼, 나도!〃
〃자, 결정 된거지? 희선이네 집으로 출발!〃
희선이의 몸에서 나왔다. 희선이는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아, 어쩜…이렇게 재밌는 적도 난생 처음이야, 정말. 희선이는 금방 원래
의 모습으로 돌아와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세갈래 길이 나왔다. 희선이는 모두들 자신의 집 쪽으로 가는 탓에
매우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너희 왜 다 우리집 쪽으로 오는거야?〃
〃아, 얘도 참. 너희집 에서 자고 가기로 했잖아~.〃
〃그랬나..?〃
〃니가 먼저 말 꺼내놓고 왜그래- 또 건망증이야?〃
〃후, 난 정말 기억 안나는데…….〃
희선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걸어가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와 버렸다. 순간 오싹한 기운을 느꼈는지 모두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날 볼수는 없었다. 그럼 그렇지. 지들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 정말.
〃야야, 무슨 이상한 느낌 나지 않았어?〃
〃그니까…뭐지?〃
〃야아, 무섭다~.〃
〃아 장난이 아니라니까.〃
〃나도 느꼈어. 무슨…오싹한 기운을.. 막 누군가 우릴 쫒는것 같았어.〃
〃그니까.〃
하찮게 여겼던 날 그렇게 무서워 해 주다니. 이거 기뻐해야 할 일인건가? 아, 아니지. 그래. 곧 일어날 재밌는 일을 위해 그냥 지나
가 주자고.
다섯명 모두 한자리에 누웠다. 깜깜한 방 안에서 누구하나 얘길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난…위에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드디어
도아가 얘길 꺼냈다.
〃얘들아, 왜 말이없어.. 조용하니까 더 무섭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 맞아. 근데 무슨 얘길 하지?〃
〃음, 글쎄? 아, 아까 하던얘기나 마저 하자.〃
그래, 조금은 시끄러운 편이 낳겠지? 근데, 모두들 많이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새벽 3시. 난 서서히 계획을 실행에 옮
길 준비를 했다. 다섯명 모두를 아파트 옥상으로 옮겼다. 모두의 몸에 자그마한 혼을 하나씩 집어넣었다(그래봤자 생각따윈 할 수
도 없고 내가 말한대로 움직일 수만 있지만.). 모두 일자로 나란히 서서 손을 잡게 하고 뛰어내리게 했다. 이런것 따위론 그 죄를
덮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위로 올라와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번 떨어진 것 보다 수십배의 고통을 받을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몸이 점점 망가져 가고 뼈가 으스러 졌다.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나의 복수는 끝이나는 것이다.
이번엔 남자다. 가운데엔 낯익은 남자 하나가 끼여있다. 아, 그래. 저번에 나의 음성메모를 경찰에게 전해준 그 남자다. 그 놈이 왜
여기 껴있는 것이지? 그래, 저 얘도 날 괴롭혔을 것이다. 이번엔 어떻게 복수를 해 줄까? 아- 이 쾌감. 그동안 난 왜 이 쾌감을 느끼
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지? 아, 좋다 좋아.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한번 해 보는거야.
〃아, 씹. 야야, 뭔가 오싹한거 안느껴지냐?〃
〃야이 짜샤. 넌 남자새끼가 겁이많아 가지고 어디 쓰겠냐?〃
〃아, 누가 무섭대? 그냥 이상한게 느껴지니까 하는 소리지.〃
〃음, 그러고 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 좀 닥쳐봐.〃
〃왜,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어?〃
〃잘하면 우리도 곧 죽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소리야. 야야, 장난치지 말고 말해봐. 이 형이 들어주마.〃
〃형은 무슨 망할 형이야. 아 근데 진짜 장난 아니다?〃
그래, 쟤가 아주 잘 알고있네. 너흰 곧 죽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너흴 죽일거거든. 아, 맞아. 그 다섯명의 영혼은 이제 없다. 내가 넣
어 놓은 작은 혼들이 그들의 영혼을 다 갉아먹어 버렸거든. 뭐, 이유야 어쨌든 귀찮은거 하나 덜은셈 이잖아? 난 지금 이상태가 좋
구 말이야.
아, 벌써 밤인가. 저멀리 그 남자놈들이 보인다. 그들은 제각기 오토바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못생긴 것들이. 아니, 솔직히 말하
면 꽤 잘생긴 편이다. 궂이 말하자면 말이다. 난 첫째 놈을 따라갔다. 그 놈의 집, 꽤 크다. 푸른 잔디가 깔린 2층집이다. 그 놈은 옷
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널부러져 잠이 들었다. 난 거실에 있는 큰 수조에 그 놈을 넣었다. 아, 물론 물은 채우지 않았다. 서서히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하니까. 두려움 같은거 말이야. 수조속에 서서히 물을 채워갔다. 물이 한 반쯤 차올랐을까. 그 놈이 깼다. 눈을
두어번 꿈뻑이더니 깜짝 놀라 발버둥 쳤다. 물은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고, 점점 차올라만 갔다. 물이 다 차오르고 마지막으로 숨
이 붙어있을 때 쯤, 난 모습을 모였다. 씨익- 웃으며 말이다. 그 놈은 그렇게 공포에 떨며 죽어갔다.
두번째 놈의 집도 꽤 큰편이었다. 아까 그 놈의 집보단 작았지만. 그 놈 역시 잠들어 있었다. 난 백어개의 촛불에 불을 켜 그놈의
몸 위에 촛농을 떨어트렸다. 순간, 그 놈이 깨면서 소릴 질렀다. 뚝뚝 촛농이 떨어지고 뜨겁다며 발버둥 치는 그놈의 모습이란, 정
말 황홀했다. 아-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지? 이건 아름답다, 아름다워. 저 신음소릴 들어봐. 아, 곧 촛농이 그놈의 몸을 감싸고
굳었다. 그놈은…죽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놈. 그래, 이 놈은 제일 낯익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하긴, 뭐 상관없잖아. 근데, 왠지 녀석의 얼굴을 보
니 망설여 진다. 그래, 놈은 나보다 어리다. 한 살 아래. 순간 내가 죽은 날 녀석의 얼굴을 보고 엄마의 눈동자가 흔들린 모습이 내
뇌리를 스친다. 아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 분명 아픔따윈 느낄 수 없는 난 완전한 영혼일텐데…귀신일텐데…데체 저녀
석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까지 흔들리는 것이지? 지금까지 잔인한 짓을 많이 해왔잖아. 근데 왜…이딴 녀석 앞에서 망설이는 것이
냐고….
녀석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내가 살던 집으로 갔다. 엄마는…자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 괴로운 표정으로. 난 엄마의 머릿속
을 헤짚고 꿈속에 들어가 그 녀석이 데체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엄만 끝까지 숨기더니 끝내 털어놓았다. 어릴적, 우리의 형편은 매
우 어려워서 내가 2살때 갓 낳은 녀석을.. 나의 동생을 버렸다고 한다. 며칠전 녀석을 봤을 땐, 한눈에 녀석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음, 또 녀석은 엄마가 저의 엄마인 것과 내가 저의 누나인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아, 그렇다면 데체 왜 그는 날 괴롭힌 거지?
그는..날 괴롭힌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시 그녀석을 만나러 갔다. 녀석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녀석의 꿈 속엔…들어갈 수가 없
었다. 녀석의 꿈속에 내가 있었으므로. 아, 물론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순 있다. 차마 들어가지 못한 것 뿐이다…그 모습을 보고…
뒤돌아 서는 날 향해 울부짖는 녀석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 뒤돌아서 녀석에게 다가가 주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질 못했다. 두려웠다. 뒷감당이. 어쩌면 난, 녀석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 슬펐지만, 슬
프더라도 인정할건 인정해야만 하는…그런 감정이었다. 아, 내 감정이 그렇다면 녀석이 생각하는 난 어떤 존재인 것일까? 증오?
두려움? 소중? ..사랑? 데체 뭐지…? 아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온다. 녀석은, 날 괴롭게만 만든다.
난, 나의 무덤으로 갔다. 공동 묘지로. 수십개의 많은 무덤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곳. 내 무덤에는 유일하게 꽃이 없었다. 왠지 모
를 허탈감이 들었다. 비석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하얀 국화꽃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살피면서 온
다. 난 알수있었다. 저 사람이 누군지. 내 생각이 맞았다. 내 동생이었다. 아, 내 동생의 이름은 지훈이다, 유지훈. 다른 집에서 길러
져서 그런지 나완 성이 다르다.
〃누나, 미안해…미안해…미안해…〃
녀석은 미안해란 말을 되풀이 하더니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난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느껴지지 않는다. 만져지지 않는다. 녀석의
눈물을…닦아줄 수없다…. 문득 내가 지금 살아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해 본다. 내가 만일 살아있더라면 녀석은 울지 않았을 것이고
난 녀석을 만질 수있었을 것이다. 난…또 홀로 서겠지. 사랑해, 사랑해 수천번을 외쳐도 녀석의 귀엔 들리지 않고 좋아해, 좋아해
수천번을 키스해 보아도 녀석은 느낄수 없을것이다. 녀석은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녀석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해 본다. 아
무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아, 가까이 있어도 저만치 멀어져 있는 듯 아무리 다가가 보아도 멀어지기만 할 뿐 가까워 지질 않
는다. 녀석은 이런 날 알까? 녀석의 눈에서 또한번 눈물이 흐른다. 난 조용히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녀석은 슬픈눈을 하곤 나에게
서 멀어져 갔다. 내 눈에도 또옥또옥 눈물이 떨어졌다.
우리 가문은 저주받은 가문이다. 성씨가 '사(죽을 死)' 이니까. 우리 가문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 때 눈빛이 붉은빛으로 빛나면, 아이의 이름을 신이라고 지어라.' 라는 말이다. 내이름은 사신이. 저주받은 붉은눈을
지녔다. 난 그것때문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에 못이겨 자살하고 말았다. 사신이의 뜻은 죽음의 신. 한치의 망설임도 있
어선 안된다. 감정따윈 결코 용납 못한다. 왜냐하면 난…죽음의 신이니까.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입니돠 여러부운.ㅠㅠㅠㅠㅠㅠㅠ
아아, 드디어 셤기간이 끗났군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수가 좋게 나와서 기분이 좋네요으하하하하ㅏㅏ하ㅏ하ㅏ하ㅏ하하핳하하ㅏㅏㅎ하ㅏ하하하하하핳
크흠, 쨋든 재밌게 읽어주세요~ㅎㅎ
첫댓글 흠..먼가 여름에 어울리는 장르라고 할까여..ㅋㅋㅋ 재밌어여..ㅋㅋ
예압! ㅎㅎ 감사합니돠! 여름하면.. 공포! 그런가요..ㅎ
섬뜩하네요. 실화를 이렇게까지 공포스럽게 변형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화이팅! 본편 연재도 기다릴게요.
에헤..부족한 소설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침은비..ㅠㅜ 하루라도 빨리 연재하도록 노력할께요!ㅎㅎ
와 정말 재미있는데요^.^ 잘보고갑니다!
에, 감사합니다! 재밌다니 그런.....ㅠㅠ 감사해요~ㅎㅎ
우왕>< 진짜 잼있어 이거 고사를 좀 닮았다ㅋㅋ 시험 올백 부럽+ㅁ+ 난 74인뎅ㅠㅠㅜ
평균 7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헐랭...........갠찬어! 긍데 애들 다합쳐서 반평균 80이 넘을까...........? 수업 째고 시픈뒝ㅋㅋㅋㅋㅋ
헐..T.T 실화예요?
예..? 아니 뭐.. 딱히 실화라고 생각해서 쓴건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잇엇나 봐요ㅎㅎ
이거 연재 아니야??
단편인뒈............
글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