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숲>에 등장하는 ‘인어 고기’는 양가적인 속성의 개념이다. 먹으면 불노불사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축복과 그 고기의 독을 이겨내지 못하면 평생 죽지도 못하는 괴물로서 홀로 살아가야하는 저주가 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인어라는 전설과 그에 엮인 불노불사의 효능은 알아도 그 고기에 있는 독의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은 주인공 ‘유타’가 아무리 소리쳐도 자신만은 효능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생(生)과 젊음에 대한 욕망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때 등장인물들이 표현해내는 얼굴과 대사에는 환희를 앞둔 설렘을 넘어서 그로테스크한 위협까지 느껴진다. 다시 말해 그들은 형용할 수 없는 축복 앞에서 미쳐버리고 만 것이다.
유타에게 그런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족속이다. 본인은 자신에게 걸려있는 이 끔찍한 저주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인데 인어고기를 앞에 둔 상대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무한한 젊음’에 나머지 인생을 걸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유타의 말은 한결같다.
“인어는 독이야!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나처럼 수백 년을 홀로 살아가야한다고!”
유타의 처절한 외침은 독자에게 있어 결국 그 인어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저주에 걸린 -혹은 그 저주에 휘말린- 인간뿐이라는 것을 읽어내게 하는 것이다.
인어는 그 독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나 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리소코나이가 되는 사람들에게나 형용할 수 없는 고독과 고통을 줌으로써 독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작 중 내내 등장하는 “인어는 독이야!” 라는 대사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절망을 품은 모든 인간들을 겨냥한다. 고기를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것은 독으로서 작용한 하나의 결과인 것이다.
허황된 꿈을 향한 발돋움
이 작품에서 ‘불노불사’란 ‘삶’을 상징한다. ‘인간은 인어를 먹어서 불노불사가 된다, 인어는 그 불노불사가 된 인간을 먹어야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 있다’ 인어의 이 공생 아닌 공생의 구도는 사회 구조의 먹고 먹히는 악순환의 구조를 암유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을 끌어낸다. 어머니의 끔찍한 고통부터 시작해 자라면서 입고 먹는 모든 것이 결국 누군가의 피와 땀을 전제로 한 희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설령 채소만 먹고 사는 승려라 할지라도 그 풀 또한 뿌리에 이어진 한은 한 생명이다. 삶에 있어서 자연에 빚지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삶에 대한 욕망은 누군가를 향한 희생으로 이어진다.
한 쪽이 죽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이 ‘편리공생’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피의 사슬’을 작가는 <인어의 숲> 세계관으로 그려낸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기도 하고 누군가의 탐욕에 의해 희생된 사람 앞에서 절망과 좌절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대물림에서 태어난 숙명을 인지하고 자신의 사슬만은 끊어내겠다고 다짐하는 노력을 작가는 ‘유타’로 표현해낸다. 작중에서 드러난 유타의 소원은 단 하나다.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 즉 불노불사를 끊어내는 것. 유타가 불노불사를 끊어낸답시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앞에서 말한 그 ‘피의 굴레’를 끊어내고 자연에 빚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방법은 죽음뿐인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타의 소원은 ‘자살’이 아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유타의 그 소원을 들은 노인은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작가의 바람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꿈의 이론이라는 것을 극 시작부터 전제하고 가는 것이다.
유타; 선택받은 저주의 그릇.
<인어의 숲>에서 진정하게 불노불사를 얻은 사람은 대부분 불노불사에 대한 욕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불노불사에 대한 전설은 장난으로 치부해버린 채 그저 호기심으로 먹었다거나(유타) 애초에 불노불사에 대한 의미 따위는 모를 정도로 어린 아이였었다든가(마사토) 쌍둥이 동생에 의해 실험의 대상으로 인어의 피를 마시게 됐다든가(토와) 인어의 식용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되었다거나(마나).
이들의 그러한 공통점은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욕망에 의해 태어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은유한다. 그 어떤 좋은 인생일지라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이다.
삶이란 존재하는 자에 있어 모두 고통이다. 아무리 큰 즐거움도 지속되면 권태로 변한다. 그러나 그 어떤 평온과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고독과 괴로움이다. 삶이란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으로 찰나의 기쁨마저도 모두 마음의 독으로 작용하게 하는 무의미한 것이다. 가장 행복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도 고통도 없는 무(無)의 세계이고 그 세계는 어떤 누구에게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꿈의 공간이다. 애초에 그 세계에 닿았다는 것은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니까.
절대적 평안은 살아있는 모든 자의 염원이다. 작가는 무의미한 삶의 존재를 유타의 고독으로 표현한다. 유타는 살아오는 500년 동안 수많은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다. 그런 유타에게 삶이란 더 이상 욕망할 가치가 없는 대상인 것이다. ‘행복한 죽음’을 희망하는 작가의 의식은 유타의 소망, ‘평범한 인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유타의 소원을 들은 또 다른 불노불사의 노인은 유타에게 현실을 꼬집는다.
“안됐지만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 같은 건 없어. 인어를 만나면 어떻게든 될 거다, 그건 인어의 독을 이용하면 죽는다는 거다.”
인어의 독을 이용한다는 것은 유타의 평범한 인생과 작가의 행복한 죽음과는 위배되는 사상이다. 노인은 모두가 희망하는 무(無)의 세계는 행복의 수단을 통해서는 갈 수 없다는 현실을 독자를 향해 던진다. 그러나 유타는 그 노인의 말 같은 것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인의 말 따위는 깡그리 무시해버린 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마나에게 자신과 함께 여행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완벽한 현실부정인 셈이다.
죽음의 동반자, 마나
마나는 불노불사의 효능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다. 그녀는 아직 삶이 무엇인지, 고통이 무엇인지 모른다. 살아온 평생이 인어의 세계에 있는 자이기에 그녀에게는 더더욱 현실이 새롭고 신비할 것이다. 불노불사의 저주나 축복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그녀에게 같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자는 건 완전한 소멸의 길로 같이 뛰어들자는 부탁과 다를 바가 없다. 현실에 비유하자면 나이 지긋한 노인이 혼자 죽기는 외롭다며 갓난아기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셈이다.
마나는 불노불사에 대한 고독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슬픔도 우울도 경험하지 못한 어린 아이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유타는 무의식적으로 그 고독의 크기에 대한 고통을 세뇌시킨다. 마나는 자신에게 있어 절대자인 유타의 말에 큰 의구심이나 반항의 의식을 가지지 못한다. 마나에게 있어 자상하고 친절한 유타의 말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다. 만약 유타가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마나의 의지-애초에 유타의 의지가 마나의 의지이기도 하지만-는 무시한 채 억지로 그 방법을 그녀에게 적용시켰을 것이다.
작중에서 유타는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는 전혀 얻지 못한다. 그것은 당연할 결과이다. 작가는 애초에 끝을 알리고 시작의 종을 울렸다. 이 세상에 완전하고 아름다운 죽음의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피의 사슬 안에서 고통 받는 자신의 고뇌를 유타와 인어의 고독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유타는 작품이 끝나가도 여행을 끝내지 않는다. 아마 작품이 완결된 지금까지도 유타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작가의 변치 않을 염원을 화신으로써 표현해낸 일종의 포부일지도 모른다. <인어의 숲>이란 작품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일지 모르지만 살아있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이상을 그려낸 하나의 꿈이다.
첫댓글 이거 존잼 ㅠㅠ
헐 보고싶더
이거 어렸을때 티비에서 하던거 기억남 Like an angel 노래도 진짜 좋고 엠피에 노래 넣고다녔음
아이거 짱좋아 분위기개쩜
완전인생만화임.....진짜 어릴때 봣던건데 그때 부터 뭔가 인어에 대한 환상이 깨졋달까....여튼 심오함
헐 봐야겠당...
이거진심개씹탱구리명작임 루미코천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ㅜㅠㅠㅠㅠ만화는3권인데진심....
이거진심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ㅜㅠㅠㅠ 루미코작가님 사랑해요 진심 스토리도너무좋고 애니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존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