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86 --- 가끔은 지난날을 꺼내보고 싶다
마지막 남은 잎사귀 하나가 모진 바람에 시달린다. 아슬아슬 불안하다. 누가 이기나, 얼마나 견디나, 고 녀석 아주 맹랑하다며 지나는 바람마다 툭툭 치고 간다. 왜 저리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그냥 눈 한번 찔끔 감으면 될 텐데. 마치 앞날을 훤히 꿰고 있어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왜 그리 못살게 구는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제풀에 조용히 질 텐데. 그것이 그렇게 눈꼴사나운가. 그만한 여유와 시간도 줄 수 없을 만큼 다급한 것인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면서 못다 한 숙제처럼 끝내 찜찜하게 남는다. 매끄럽지 못한 뒤끝이다. 작은 이파리 하나가 명줄을 끌어안으며 치열한 발버둥에 어질어질하다.
때로는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고 한다. 울어도 우는 게 아니라고 한다. 너무 기가 막혀 거꾸로 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울음이 웃음이 되고 웃음이 울음이 된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드러내지 않는 속내를 가슴 깊이 묻었는데 누가 어이 알랴. 감자 꽃피었다고 땅속에 묻어둔 감자알까지 세세하게 알랴. 울고 싶은데 터진 웃음이듯 웃고 싶은데 밀고 올라오는 울음이다. 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웃을 배려하며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시간을 아끼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이해하듯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작은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제자리에 죽은 듯 멈춰 지난날을 부스럭부스럭 슬쩍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다. 감동의 시간, 역겨웠던 시절, 뜬금없이 스친 사람, 마음의 시간에서 한 줌 타고 남은 재가 되고, 그냥 배시시 웃어도 보는 거다. 겨울나무는 죽은 것인가? 아니다. 그럼 한 계절 삶을 포기한 것인가? 아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몸부림치면서 견뎌내고 있다. 지금은 비록 어려움에 빠졌어도 분명 봄은 올 것이고 그때 화려하게 다시 시작할 것이다.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삶의 의지이며 투지이기도 하다. 우리도 지금은 힘들지만 잠시 쉬며 다음을 위하여 마음도 힘도 충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