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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육아 일기
2021. 6. 20. 16:07
새엄마 육아 일기
작가 오진영
출판 눌민
발매2021.05.21
내 아들처럼 의붓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온 세상에 넘치도록 흔한 나쁜 계모 계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 슬퍼지곤 했다. 여덞 살 된 사내아이를 만나 새엄마가 됐던 나는 그게 참 많이 가슴에 걸렸더랬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세상에 '의붓자식을 사랑하는 새엄마 이야기' 도 하나쯤 책으로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우리 아들처럼 계모 계부 아래서 크는 아이들을 위해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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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랑이 좋은 글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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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함께 되지도 않을 석사 논문은 집어치웠고 뭐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취직을 했다. 그때쯤에는 인류학 책은 못 읽어도 신문 잡지 뉴스는 읽을 만큼이 되었고 그 정도의 포어 실력으로 구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다. 그런데 취직을 했더니 포어가 늘기 시작하네!
전공 서적 붙들고 있을 때는 그렇게도 안 읽히고 무슨 소린지 못 알아먹겠던 포어가 밥줄이 걸리자 읽히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날 말은 진리였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포르투갈어 소설책 여섯 권을 번역했고 '포어문학 번역가' 라는 명함을 들고 다닐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상파울루에서 직장 다니던 그 시절에 포어가 늘었던 덕분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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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언어를 배우는 삶이라야, 비로소 제대로 언어를 배우는 삶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뭐든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 대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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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에게 가장 많은 것을 주고 가장 좋은 것을 베푸는 동시에 어쩔 수 없이 가장 큰 상처와 피해를 주는 존재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32면
우리 엄마도 결코 불행한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를 키우면서 아주 많이 행복했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내가 어느 날 덜컥 여덟 살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였다.
아이가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모르고 아이가 울면 나도 울고 아이가 웃으면 나도 웃는 날들이 지나던 중 비로소 알았다.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이렇게 행복했었을 것임을. 물론 그 행복을 표현도 했었을 거라고.
그랬지만 나는 나쁜 기억이 주는 상처만 고집스레 들여다보며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느라 엄마가 우릴 두고 행복해 했던 장면은 기억하길 거부했을 뿐이었다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그제서야 깨달았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36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68면
그때쯤에는 남들이 업신여길까봐 한국에 가질 않고 브라질에 남기로 했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됐다.
'남들의 시선'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아니 애당초 나한테 관심을 갖는 '남들'이란 없다는 걸, "네가 얼마나 잘났는지 지켜봐주마, 만일 잘나지 못하면 깔봐주마" 라고 나를 관찰하는 '남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게 그무렵이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95-6면
내 생각엔 부모와 자식 사이 싸우고 부딪치고 갈등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이끌어주고 싶다" 는 부모의 소망이다. 이 소망은 사실은 자식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는 욕망인데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데서 비극이 시작된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07-8면
아이는 자라나는 식물처럼 느껴지지만 식물이 아니고 인간이다. 부모가 가이드라인이라는 명목으로 나뭇가지를 꽂아준다고 해서 그 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 식물이 아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08-9면
"다섯 살 된 자녀는 당신의 주인이다. 열 살 된 자녀는 당신의 노예이고, 열 다섯 된 자녀는 당신과 동등하게 된다. 그 후부터는 당신의 교육방법에 따라서 당신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유대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21면
여성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여자라는 집단으로 묶어서 파악하려는 시선이 여성혐오 misogyny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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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우리(남자)랑은 다른 어떤 특성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일반화하는 경향, 구체적인 상대방의 개별적인 특성을 개인의 특성으로 보지 않고 여자라는 집단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려드는 사고방식, 이것이 여성혐오의 정확한 의미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32면
고정관념 속에서 재생산돼온 '우리와는 다른 그들'이라는 타자성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사회의 차별적 구조가 무너진다. 나와 내 아들은 차별적 구조를 지탱하는 쪽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쪽에 서서 힘을 보태고 싶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34면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에서 읽은 말이다. "나는 사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요구다. 유년기에 형성된 신화다. 한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좋은 면만이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50면
가족이나 아주 절친한 친구, 애인처럼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가 있다. 우리 사이가 아주 가까우니까 어지간한 흠은 서로 봐주고 넘어가야 한다는 오해다. 다소 무례하게 굴거나 자기 멋대로 행동해도 가족이니까 사랑하는 사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된 오해다. 세상에는 그래도 되는 관계란 없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50면
내 아들을 낳아준 그 사람, 아들의 친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내 아들을 귀하게 여기고 그 아이의 행복을 무엇보다 간절하게 기원하는 사람이다. 같은 것을 원하고 같은 기도를 하는 사람이므로 나와 한배를 탄 한편이고 아들이 있는 한 서로 끊어질 수 없는 동지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56면
새엄마, 새아빠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이의 친권자는 될 수 없다. 혈연관계가 아니므로 그렇다. 의붓부모와 사는 아이들은 이미 많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많을 텐데 이럴 때 너무 불편하지 않게 편의를 좀 봐주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계모, 계부 편해지자고 친권제도를 재정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 학대를 막는 시스템이 매우 허술하고 그 중심에는 친권이 면책특권처럼 남용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63면
결혼을 지속시키는 건 서로 가엾어하는 마음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66면
신이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청춘의 꿈들을, 내가 살아야겠다는 이유로 등 돌리고 떠나온 시간들을 부디 용서하소서.
그리고 우리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가 서로 딱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라면 의지할 곳 없는 이 세상, 우리는 너나없이 얻는 것보다 놓치는 것이 많은 듯해 불행하고 마음과 젊음을 걸었던 꿈을 지키지 못해 서글픈 존재들이니, 부디 서로를 향한 온정과 연민에 기대어 이 고달픈 한 세상을 견디어 살아가게 하소서.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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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우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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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루토는 브라질 말로 시가 담배라는 뜻이다. 살짝 데친 양배추 잎을 깔고 그 안에 소고기, 양파, 마늘, 토마토 다진 것을 쌀과 섞어 넣고 시가 담배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쪄먹는 음식이다. 다음날 놀러올 손자들 먹일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가 마침 부엌에 들어온 나에게 한 접시 담아준 거였는데 그 맛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니!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199-20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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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uto de repolho
https://www.receiteria.com.br/receitas-de-charuto-de-repolho/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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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벼르고 별러 찾아간 유명 맛집이나 한달 전쯤 예약을 해야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하숙집 할머니의 오래된 부엌에서 우연히 얻어먹은 샤루토였다는 기억으로부터 나는 조그마한 위안을 얻곤 한다.
삶에서 얻는 기쁨은 열렬히 원하고 땀나게 달려서 얻은 성취에서 올 때가 분명 많을 것이나, 하숙집 할머니의 샤루토가 그랬듯이 가끔은 우연히 발길 닿는 대로 걸었던 오솔길이나 무심코 들렀던 시골 마을 같은 데서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인생은 뜻밖의 보석 같은 일들을 등 뒤에 감추고 있다가 불쑥 내미는 선심을 베풀어준 적이 예전에 있었으니, 앞으로 남은 날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낙관과 위안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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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uto de repo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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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황폐한 곳인 줄만 알고 걸어가다 우연히 들춘 풀섶에서 눈물겹게 피어 있는 고운 들꽃을 만나는 일이 살다 보면 있을 거라는 소망. 그런 감미로운 긍정을 한 숟갈 마음에 풀고 밝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는 하루가 좋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01면
운전을 하게 되면 자유를 얻는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차를 몰고 가는 자유. 그러나 자유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 안 된다" 라거나, "아니, 왜 그따위로 하는 거니?" 와 같은 듣기 싫은 부모 잔소리를 견뎌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운전보다 열 배는 더 힘든 주차의 고난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차 꽁무니를 움찔움찔 옮겨가며 좁은 공간에 밀어넣는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등짝에 식은 땀 열 두 바가지는 흘려야 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어쩌자고 이 세상엔 공짜로 주어지는 좋은 게 하나도 없는가. 왜 모든 건 실핏줄이 돋도록 힘 준 손으로 꽉 잡고 매달려야만 얻을 수 있는 걸까. 이거 참 야속하고 슬픈 세상 이치 아닌가. 그래도 그 모든 고개를 넘고 마침내 그 황홀한 자유를 누리는 날이 너에게 곧 오길 바란다, 아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11-2면
내가 아닌 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아니라서 슬퍼지던 이유는 그 시절 얼마든지 많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욕망은 영원히 목마른 갈증 같은 것이라서 사람은 각자 자신이 가진 욕망만큼 불행한 거라고. 행복의 비밀은 나에게 없는 것을 쳐다보길 멈추고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데 있다고.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22면
그 시절 나는 또래 남자애들이 입대를 두려워하는 심정에 대해 손톱의 때만큼의 동정심도 느낀 적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남자들에게 유리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여자들은 평생 제2의 성으로 살아야 하는데 너희는 그까짓 2년 남짓 군대 가는 걸로 무슨 우는 소리가 그리 심하냐, 그런 마음이었다.
그때 그랬던 나의 냉혹함, 나의 인정머리 없었음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눈물로 반성한다.
나의 고통이 더 크고 깊으니 너희의 고통은 껌이라는 건 얼마나 틀려먹은 생각이었는가. 아아 이제야 나는 알겠으니, 모든 고통은 하늘 아래 홀로 존귀하고 고통에는 귀천이 없고 우열이 없으며 고통 위에 고통 없고 고통 아래 고통 없다.
천부인권이란 다른 말이 아니라 모든 고통은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29면
몸은 안 힘든데 역시 피곤한 건 인간들이었단다.
"애들 진짜 아무 말도 안 들어. 장교 말도 안 듣고 조교 말도 안 들어. 인간들이 다 쓰레기야. 쓰레기!"
그래, 그렇다니까, 아들. 인간은 쓰레기고 인간이 많이 모인 곳이 지옥이란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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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납니다. 훈련소 수료식 끝난 아들 보고 정신없이 좋아하는 엄마 모습이 연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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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칼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종교가 사람들의 이성을 혼미하게 만들어 합리적 판단을 막는다는 뜻인줄 알았다. 또는 종교가 진통제처럼 일시적인 위안을 줌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환갑을 9년 앞둔 지금은 저 경구를 좀 다르게 생각한다.
종교는 바로 아편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구원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끝날 기약 없이 고통만 이어지는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인간을 불쌍히 여겨 신이 내린 진통제이자 위로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한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37-8면
언제부턴가 "아픔을 참고 시련을 딛고 너의 꿈을 이루어라" 같은 이야기보다 "아픔을 참고 시련을 딛고 꿈을 이루는 소수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다수도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 끌린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38면
경쟁의 피라미드에서 윗자리로 올라가고자 모두가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는 사회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신분 상승이 아니라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최근의 추세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40면
지금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인권 문제만큼은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집권한 세력이다. 현 정부 재임 동안 군사법원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사법 제도 개선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44면
세상의 부조리와 비극에 내가 무심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한탄하는 건 이곳이 내가 사는 세상일 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살 세상이라서였다. 마찬가지로 햇빛과 바람과 하늘이 아름답기만 해도 사는 게 축복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 감사한 건 내가 사는 세상일 뿐 아니라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이라서였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46면
휴가 나온 아들에게 책은 재미있었느냐고 물어보자 의외로 반응이 시큰둥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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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을 쓴 문유석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부장판사다. 손석희는 대한민국 영향력 1위인 뉴스 앵커이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군에서 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일등이 되려고 욕망하지 마. 너만의 개성을 추구해" 라고 하면 그다지 설득력이 있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기들은 일등 자리 차고 앉아서 다 누리고 있으면서 뭔 소리인가 - 라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그런 얘기는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나 같은 한량이 해야 더 공감을 얻지 않을까. 제목은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인생은 행복하다" 쯤으로 달아서.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50면
미래를 보는 크리스탈 볼은 없는 편이 낫고 삶의 불확실성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견디게 해주는 요인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52면
어린 아이를 품에 끼고 살다 보면 기적이 일어난다. 돌봄의 시간은 기적을 만든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존재, 그의 운명이 전적으로 내 손에 맡겨진 존재, 그런 존재를 보살피는 시간이 일궈낸 기적이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66면
우리 사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불화와 갈등을 부각시키는 부정적인 낙인이 많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약하고 여린 존재에 대한 따스한 온정과 배려, 애틋한 연민과 공감이라는 긍정적인 감정도 많다. 부정적인 낙인은 부지런히 내려놓고 긍정적인 감정은 서로 열심히 부추기는 띄워주기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을 더 넓게 여는 작은 손짓이 되었으면 좋겠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72-3면
나는 좋은 엄마가 되었고 아들에게 사랑받는다. 그래서 행복하다.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번 생에서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 오진영, 새엄마 육아일기, 2021, 눌민, 2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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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납니다.
정말 사랑이 넘치는 육아일기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들을 키우는 육아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키우는 육아이기도 하셨습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키우는 육아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육아일기를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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