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총 5명이 수상의 영광 안아
8월12일 인제 하늘내린센터서 소개
‘제노사이드’ 르완다에 평화 가져온
폴 카가메 대통령이 평화대상 수상
의료봉사 헌신한 김훈 백병원 교수
김혜심 원불교 교무 실천대상 수상
문예대상 김용택 시인·안선재 수사
총무원장 진우스님 수상자들 격려
“인류애 실천한 모범정신 빛난다”
“선사의 숭고한 사상과 정신은 인류의 빛이 된다.
그리고 만유의 생명으로 다시 되살아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윤재웅 동국대총장을 비롯한
제28회 만해대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용준 기자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출가수행자로 평생을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스님.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제28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만해축전추진위원회(위원장 최응렬·동국대 교무부총장)는
8월12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은 만해스님의 삶과 정신을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실천하며
영향력을 끼쳐온 수상자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평화·실천·문예 부문에서 총 5명이 선정됐다.
평화대상은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이,
실천대상은 김훈 일산백병원 교수와 김혜심 원불교 교무가,
문예대상은 김용택 시인과 안선재 수사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축시 낭독하는 윤제림 시인.
시상식은 만해스님의 일대기가 담긴 영상을 시작으로
윤제림 시인이 축시 ‘소의 얼굴’을 낭송,
만해스님의 이름을 읇조리며 시대의 고뇌를 담아내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법어에서 수상자들의 삶이 이웃에 대한 자비와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행동으로 빛나고 있다고 격려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법어를 내리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화해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재건하고, 국내외 수많은 사람에게
헌신적인 의료봉사와 한국문학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등
수상자들의 인류애와 헌신은 세계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으며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류 공동의 가치로 빛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해대상을 통해 만해스님의 높은 뜻이
더 많은 이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기를 바란다고 서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만해스님이 구현한 나라사랑과 겨레사랑,
생명과 평화사상은 민족와 인류가 추구해야할 중요한 가치”라며
“앞으로 만해스님의 정신을 이 시대 좌표로 삼아,
소통과 배려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축사하는 최상기 인제군수,
최상기 인제군수는 환영사에서 만해축전을 찾은 내외귀빈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이어온 만해축전은 우리 시대에 새 지표를 주고
다음 세대를 위한 근본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며
”만해선사의 정신을 보존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백담사 순례길’을 준비 중인데,
만해선사의 사상이 깃든 불교 역사문화 공간이자,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열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정광열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가 대독한 대회사에서
“만해대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이념과 국가를 초월한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수상자로 선정되며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만해스님의 평화와 이타정신은 이 시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으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이견을 이해하고
배려와 존중이 가득한 사회로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통해 정신이 곳곳이 퍼져가길 바라며,
동시에 아름다운 인제에서 잊지 못할 추억 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하는 윤재웅 동국대 총장.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만해대축전 명예대회장)은 축사에서
불교인이자 독립운동가, 시인으로서 세상에 기여한 만해스님 업적을 소개하고
“올해 만해축전 주제는 ‘소통과 배려’로, 그동안 나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소통고 배려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만해축전은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화합과 공생으로 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축사하는 이양수 국회의원.
이양수 국회의원도 수상자들에게 축하인사를 보냈다.
이양수 의원은 “만해대상 시상식은 인종과 종교, 국경을 초월해서
자유와 평화 실전 정신을 담아내는 축제의 장”이라며
“만해선사의 정신과 행적을 되새기는 건 오늘날 우리 민족 정기를 회복하고
인류가 평화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만해선사의 숭고한 뜻이 온 인류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노력 기울어주길 바라고,
오늘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인사 전한다”고 했다.
축사하는 이병선 속초시장.
이병선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장도 “만해스님은 백담사에서 수행, 득도하고
신흥사에서 정진하는 등 설악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었다”라며
“이에 무산스님이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만들어 매년 선양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선양회가 더욱 발전해 만해선사의 정신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이 '담장 치지 않은' 심사기준과
'국적, 민족, 종교의 벽을 뛰어 넘은, 결과를 보고 하고 있다.
본격 시상이 진행되기에 앞서,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조선일보 고문)은
생전 무산스님의 당부 말씀을 잊지 않고 심사기준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무산스님은 제게 ‘담장을 치지 않아야 마당을 넓게 쓸 수 있으니,
앞으로 수상자를 고르는 데 이를 유념하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라며
“이번 심사도 국적, 민족, 종교의 벽 뛰어넘어
무산스님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마음으로 심사했음을 보고드린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신흥사 주지 지혜스님이 평화대상 시상을 하고 있다.
이어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상을 수여하자,
객석에서 종교의 벽을 허무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올해 평화대상 수상자인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클로드 간자 주한르완다대사관 1등 참사관이 대리수상했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인류 최악의 대량 학살’로 불린 1994년 제노사이드의 나라
르완다를 응징과 보복 대신에 용서와 화해의 리더십으로 이끌어온 정치 지도자다.
국제 사회의 시선은 대학살 이후 르완다가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과 평화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렸지만,
르완다는 국제 사회의 비관적 전망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부단한 노력 끝에 대학살 이후 30년간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 중 모범적으로 경제성장까지 이뤄
‘아프리카 발전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가 됐다.
그 성과의 중심에 자리하는 카가메 대통령은 1994년 4월 대학살이 벌어지자
그는 투치족 반군 조직인 르완다 애국전선을 이끌고 석 달 만에 내전을 진압,
이후 과도정부에서 부통령 겸 국방장관으로 민심 수습에 나서며
실질적 지도자로 급부상했고 2003년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후 국가 통합과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며,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끌어낸 그는
2010·2017년 대선에서도 압승하며 지금까지 집권 중이다.
소감 밝히는 김훈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
실천대상 수상자인 김훈 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겸
인제대 국제개발협력처 센터장은 개도국에 날아가 ‘K 필수 의료’ 노하우를 전하는 일을
17년째 병행, 국내외 필수 의료 발전에 헌신하는 인물이다.
김 교수는 2010년경부터 동남아시아부터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각국 프로젝트를 50여 개 맡아 뛰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에 태극 마크를 단 최대 종합병원을 세운 일,
민주콩고에 한국 119 응급체계 전수, 라오스 국립의대와 경찰병원 설립,
남수단 이태석 의대 병원 운영, 우즈베키스탄 응급의료 체계 강화,
방글라데시 신경발달장애아 치료 지원 등이 주요 업적이다.
현재도 김 교수가 책임진 10여 개의 해외 프로젝트가 동시 가동 중이며,
케냐·에티오피아·캄보디아 의사 12명이 복지부 지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김 교수의 지휘 아래 백병원에서 연수 중이다.
김훈 교수는 “30년쯤 더 열심히 살아도 받을까 말까 싶은 상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가슴이 벅차고 인생 30년을 가불한 기분”이라며
“이런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 30년 더 열심히 정진하겠다.
바빠서 자주 함께하지 못한 가족에게도 큰 감사 전한다”고 말했다.
소감 밝히는 원불교 김혜심 교무.
실천대상 공동 수상자인 원불교 김혜심 교무는 ‘아프리카의 이태석 신부’ 같은 성직자다.
김 교무는 1995년 아프리카가 매우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아공을 찾았다가
에이즈가 창궐한 현지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뿌리내리기로 결심,
25년간 현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았다.
남아공에 첫 원불교 교당을 만들어 부임해 이웃나라인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랜드)까지 챙기며 교육과 의료봉사를 했다.
원불교 교무로 근무하던 중 1976년 소록도에 의료봉사를 갔다가
8년을 소록도에 머물며 봉사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3월 귀국한 후
코로나19와 건강 악화로 전북 익산의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현재 인터넷 무료 전화로 아프리카 현지의 후배 교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려운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해졌다.
김혜심 교무는 “존경하는 만해스님을 기리는 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보다 더 훌륭한 일을 소리없이 해내가는
많은 분이 있다는 걸 알기에 송구스럽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겠다고 마음먹었던 첫 순간을 회고하며
“수많은 사람이 함께해줬기에 모든 일들이 가능했고,
따라서 이 상은 모두가 받아야 할 상”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소감 밝히는 김용택 시인.
문예대상 수상자인 김용택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절제된 언어로 다정하게 어루만진 지 42년째,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 어느 한쪽에 얽매이지 않는 깨끗한 시로 독자에게 감동을 줬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에 ‘섬진강1’ 외 여덟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6년 김수영문학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이 있다.
김용택 시인은 “굉장히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작은 곳까지
어떻게 상이 닿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당황했다”라며
“만해스님은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아름답고 힘찬 영혼을 가졌고,
그를 한 인간으로서 존경한다.
그 정신을 작은마을에서나마 실천하며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소감 밝히는 안선재 수사.
또 다른 문예대상 수상자인 안선재 수사(서강대 영문과 명예교수, 본명 앤서니 그레이엄 티그
·Anthony Graham Teague)는 테제공동체 소속 수도자이면서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영문학자로,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는 데 일생을 바쳐온 선구자이다.
1988년 구상의 시집을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주변 소개를 받아 김광규, 고은, 서정주,
신경림, 천상병, 도종환, 정호승 등의 시집 60권,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금이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임성순의 ‘컨설턴트’ 등
소설 10여 권을 번역해 영어권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메일도 없던 시절 그는 직접 편지를 써서
영미권의 유수 출판사에 보내면서 한국의 시를 알렸다.
영국 태생인 안선재 수사는 능숙한 한국어로 “고맙습니다. 감
사 감사 감사”라고 소감을 전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번역가가 이렇게 문예대상을 받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정말 감사하다”라며
“시인, 소설가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썼기에 잘 번역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글을 아름답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신흥사 주지 지햬스님, 윤재웅 동국대 총장,
강천석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동국대 한국음악학과 학생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제노사이드’ 르완다에 평화 가져온 폴 카가메 대통령의 평화대상
대리 수상자 클로드 간자 주한르완다 1등 참사관,(왼쪽부터) 의료봉사 헌신한 김훈 백병원 교수,
김혜심 원불교 교무 실천대상 수상, 문예대상 김용택 시인·안선재 수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만해축전은 동국대와 강원도, 인제군, 조선일보,
(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유심상 시상식을 비롯해 학술행사, 문화예술 행사 및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만해축전 백미인 만해대상은 1997년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스님이 제정했다.
올해까지 28회를 거듭나며 국적과 인종,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150여 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역대 수상자로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달라이 라마,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김대중 전 대통령, 함세웅 신부, 마리안느 스퇴거 전 소록도 간호사,
조정래 소설가,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자, 산악인 엄홍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