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실의 첫 번째 섹션은 일상의 다양한 사물과 풍경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던 역사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화면에 부유하는 거대한 돌 그림으로 당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고영훈의 초기작 「이것은 돌입니다」(1974), 80년대 초반 도시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이석주, 거대하게 확대된 소파 단추와 철길의 침목을 묘사한 지석철과 주태석, 북적이는 인파가 사라진 해변의 발자국을 그린 김창영과 반복된 동일한 구조의 벽돌이 화면을 가득 메운 김강용, 갈아엎은 논바닥의 역동적이며 입체적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해낸 서정찬의 풍경 등 1980년대, 억눌렸던 사실적 표현 욕구가 집단적으로 드러난 극 사실 회화의 대표작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화려한 색채의 텔레비전 이미지와 만화체의 '말 풍선'을 통해 80년 당시의 암울하고 갑갑했던 상황을 은유했던 김용철과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거대한 화폭의 인물 군상으로 표현한 오원배는 일상과 사물의 표현에 관심을 보였던 극사실주의 경향과는 다른, 80년대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또 다른 형식의 회화적 표현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은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해 기성 화단의 권위와 경직성에 저항하며, 현대미술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풀어낸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조명한다. 이들은 타라(TARA 1981-1990), 메타 복스(Meta-Vox, 1985-1989), 로고스 & 파토스(Rogos & Pathos, 1986-1999), 뮤지엄(Museum, 1987-1988) 등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해 현대미술의 표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오브제의 사용, 설치 공간을 염두에 둔 임시적이며, 일시적인 설치 등의 실험적 작업을 시도했다. 이들의 소그룹 활동이 전세대의 집단적 경향들과 구분되는 측면중 하나는 특정한 강령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집단화, 권력화 되는 현상을 극히 경계하고, 개별성을 중시하고 일시적인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었다. 참여 작가들을 살펴보면 김용익과 김장섭은 70년대 모더니즘 미술 운동의 중심에 선 젊은 작가들이었으나, 단색평면 회화의 자폐성과 권력화를 벗어던지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던 작가들이다. 모노크롬 형식의 천 작업들을 다발로 겹쳐 전시장 구석에 걸어놓거나, 전시장에 보내는 소포 묶음으로 변환시키고, 잘라낸 캔버스를 뒤집고 오려붙여 평면회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김용익과 겹쳐 놓은 종이와 벽돌 위에 겹겹이 페인트를 올려 평면과 입체의 요소를 지닌 3차원의 사물을 제시한 김장섭의 「사물 위의 회화(Painting on matter)」 연작은 모더니즘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백색의 전시 공간에 원형으로 뿌려진 푸른색 안료와 생선뼈, 나뭇가지 등 보잘 것 없는 오브제 조각들로 일시적인 작품을 구성하고 다시 해체시키는 오상길의 설치 작업, 기다란 봉 위에 빨래처럼 얹힌 거대한 푸른색 펠트천와 얇은 못에 의지해 바닥 면을 부유하듯 가볍게 떠있는 푸른색 각목을 보여주는 문범의 작업은 당시 젊은 작가들이 시도했던 재료의 실험과 사고의 전복을 유도하는 설치 작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미줄처럼 집적된 잘려진 나무둥치를 그린 노상균의 회화는 90년대 이후 평면과 입체로 전개되는 시퀸(Sequins) 작업과의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작업전시장 벽면에 뚫린 사각형 구멍 속으로 커다란 책상과 책이 보이고, 그 위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의 물소리가 전시장에 울린다. 이기봉의 설치 작업 「The Extra Ordinary Last Summer」(1998)는 시각과 청각을 작동시키며, 실제와 환영, 평면과 입체의 공간감이 교차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재현한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보여주는 육근병의 신작 「TIME IN THE TIME」(2010)과 창백한 푸른색 조명과 포르말린 냄새가 퍼지는 공간 속에 길게 늘어선 8개의 관을 통해 불가항력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유토피안의 허망한 꿈과 결말을 보여주는 윤영석, 실존적인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 간결하며 거칠게 마무리된 정현의 인체 형상들은 유한한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며,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1전시실의 마지막 섹션은 1980년대 이후 젊은 한국 화가들이 시도한 수묵화의 실험과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다양하게 확장된 한국화를 조망한다. 전통과 정신성을 강조하며 현실과 분리되었던 자족적 경향을 벗어나 역사와 사회, 일상의 인물과 풍경에 관심을 보인 젊은 한국 화가들의 시도를 보여준다. 주거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시작된 압구정 아파트의 을씨년스런 풍경, 암울한 시대 상황을 줄줄이 꿴 굴비의 쩍 벌린 아가리와 황희 정승의 형형한 눈빛을 보여주는 김호석은 현실과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입체적인 구도와 채색 기법으로 위선적인 인간 군상들을 풍자하는 허진의 채색화, 인간들의 다양한 욕망이 만나고 충돌하는 장소로서 거대한 만찬 테이블을 묘사한 유근택은 수묵화 2세대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수묵의 간결한 추상성과 파격의 힘을 보여주며 현대적인 수묵화의 조형적 가능성을 확장시켜온 김호득의 대형 산수와 우직하게 밀어붙인 실경 채색 산수의 묵직한 힘과 기운을 품고 있는 강경구의 인왕산은 현대적인 산수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제7전시실은 199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젊은모색전』시기를 조망하는 공간이다. 1990년대 이후의 시기는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자유 속에서 대중 매체와의 자유로운 소통을 체험한 신세대 작가의 등장과 글로벌 경제의 호황에 따른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젊은 사진가들에 의해 시도된 사진의 형식 실험과 다양한 영상 미디어 작업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바느질로 이어붙인 흑백 인체 사진 콜라주를 통해 사진의 기계적 프로세스에 회화적이며, 수공적 표현요소를 가미한 구본창의 인체 연작, 해외 미술관의 고전주의 조각 사진을 이용하여 3차원의 입체적이며 건축적인 조각으로 변형시키는 고명근, 리벳으로 결합된 파편화된 신체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을 드러내며, 여행자의 눈에 비친 도시 풍경을 시간 차이를 두고 콜라주한 홍성도의 입체 사진, 쇼윈도의 마네킹과 대량소비 사회의 모조 이미지들이 결합된 이강우의 컬러사진 등은 현대미술의 표현영역으로 확장된 사진의 다양한 실험을 보여준다. 문신처럼 피부를 뒤덮은 대량 생산품의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소비사회의 물질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김준은 초기 캔버스형 타투 작업과 3D 디지털 영상작업을 선보이며,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그로테스크하게 움직이는 다지류(多肢類) 신체를 보여주는 공성훈, 여러 겹의 얇은 막 위에 투영되는 자아의 이미지를 연극적인 공간 속에 펼쳐놓은 천성명 등은 몸과 자아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수 만개의 군대 인식표를 엮은 빛나는 갑옷을 보여주는 「Some/One」은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하는 서도호의 대표작으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되어 주목받은 작품이다. 고전 회화의 한 부분을 7개의 색 띠로 변환시킨 후 개개의 색채들을 이용해 지인들의 초상화로 그려낸 고낙범의 작업은 모더니즘 회화가 폐기해버린 재현적인 초상화를 통해 하나의 색채, 하나의 기호로 단순화된 현대 회화의 특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김정욱은 감정이 제거된 듯한 무표정한 얼굴, 모호함과 신비스러움이 가득 찬 검은 눈의 초상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신령한 아늑함이 아이러니하게 교차하는 초상화를 보여준다. 작은 원(圓)안에 일기 쓰듯 그려낸 매일 드로잉(만다라 미술치료법)은 작가 이수경의 일상의 표현이자 작업의 원천이 되었다. 부처와 보살의 뒷모습을 전통 방식으로 그려진 이동 가능한 '병풍'형 명상 공간은 작가의 위트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비아그라를 시각화하는 세 가지 방법, 10원 짜리 동전과 탁구공으로 제시한 라면 값과 역대대통령 재임 기록, 조건부 무작위로 추출한 색상선호도(Conditional Randomness-color chips) 등 윤동천의 작업은 일상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관객들의 사고체계를 유쾌하게 반전시키는 작품을 보여준다. 판에 박힌 인식과 해석의 틀 사이를 매끄럽게 유영하는 정서영의 작업은 길게 늘어뜨린 전선 끝에 매달린 두 개의 랜턴, 은색 각목에 끼워진 권투 글러브 꽃꽂이, 작은 이동식 전망대 등 작가의 기억과 상상에서 튀어나온 비일상적인 사물을 보여준다. 진기종의 「CNN」과 「Aljazeera」는 영화와 현실, 게임과 실제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대중매체의 왜곡된 힘과 조작 가능성, 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터넷과 TV 등을 통해 접하는 전쟁과 폭력, 죽음의 이미지가 표피적으로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권경환, 마트에서 구입한 생닭, 소고기, 버터 등의 재료를 가공하여 야구공, 각목, 해골 등 상상 외의 물체로 재가공하는 이완 등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은 현세대를 지배하는 구조와 시스템의 이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개성적인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혼합한 퍼포먼스와 공연 작업을 보여주는 홍성민은 전시 개막식에서 이불, 최정화, 고낙범 등 80년대 말 홍대출신 작가들로 구성된 뮤지엄 멤버의 평론 글을 구술 텍스트로 변환시킨 후 3인의 연극배우들이 공연하는 퍼포먼스 「Play Writing」 선보였다. 개념을 시각화 시키는 작가의 작품을 텍스트화 하는 비평문, 이를 다시 텍스트(연극대사)로 변환 후 연극으로 재 시각화함으로써 여러 분야의 매체와 장르가 혼합된 총체극을 보여준다. ■ 이추영
■ 교육프로그램 1. 릴레이 강연회 일시/장소 : 4월 30일, 5월 7일, 5월 14일 (금) 오후 2시, 중앙 홀 대상 : 일반 관람객, 전공학과 학생 등 내용 : 극사실회화와 실험미술, 사진·미디어, 한국현대미술의 확대 된 시각 등 전시구성을 중심으로 주제선정, 한국현대미술 30년을 재조망 2.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아서 일시/장소 : 5월 9일, 5월 23일 (일) 오후 2시, 작가 스튜디오 대상 : 일반 관람객, 전공학과 학생, 미술관 관계자 등 3. 큐레이터 토크 일시/장소 : 4월 23일 (금) 오후 4시, 제 1,7 전시실 대상 : 현장 관람객 내용 : 큐레이터에게 듣는 전시 기획 및 구성, 주요작품 설명, 관람객과의 대화 등 4. 학교연계 교육 - 신청일자 및 방법 등 추후 공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1) 학급단위 감상교육 일시/장소 : 4월 17일 토요일 및 요청일자 (협의 가능) 오전10시, 제 1,7 전시실 대상 : 초·중등학교 학급 (특별활동반 등) * 인솔교사 동행 내용 : 전시 및 작품의 감상과 비평, 해석 등을 위한 감상활동 2) 교사초청 전시설명회 일시/장소 : 4월 17일 토요일 및 요청일자 (협의 가능) 오후 3시, 제 1,7 전시실 대상 : 초·중등교사 내용 : 전시감상교육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한 미술관교육의 방법론 공교육에서의 현대미술 활용·연계방안 논의 등 * 교육프로그램의 세부 일정 및 내용, 참여방법은 추후 홈페이지 참조 교육프로그램 관련 문의 : 02-2188-6070
■ 부대행사 1.『젊은모색』 새로운 미래 전략을 위한 토론회 토론명 : '젊은 모색' 의 의미와 성과,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전략 공개 토론회 일시 : 2010년 5월 28일 (예정) 장소 : 미술관 소강당 참석자 : 미술관 내부, 외부 미술계인사(추후 확정)
국립현대미술관은 2010년 4월17일(토)부터 6월 6일(일)까지 『젊은모색三十展』을 개최한다. 1981년 덕수궁 미술관의『청년작가展』으로 시작, 1990년『젊은모색展』으로 개칭하여 총 15회가 개최된『젊은모색展』이 올해 30주년을 맞게 되었다. 『젊은모색展』은 1980년대 패기 넘치던 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미술계의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으며, 1990년대 이후 신세대의 등장과 2000년대 다변화된 미술계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을 조망해왔다. 그동안『젊은모색展』을 통해 선보였던 작가들은 327명에 이르며, 한국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 역대 전시 참여 작가 중 김호석, 노상균, 이영배, 정현, 서용선 등 5명의 작가들이 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구본창, 서도호, 이불, 최정화 등 국제적인 활동을 인정받은 대표 작가들을 배출하였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내용으로 변모를 시도하는『젊은모색』전의 준비를 위해 역대 전시의 성과 및 의미를 살펴보고, 역대 참여 작가들을 통해 한국현대미술 30년 역동성과 독창성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대규모 역사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327명의 역대 참여 작가들 중, 『젊은모색전』의 역사적 성과와 한국현대미술의 중요 시점을 조망하기 위해 미술사적 평가와 작가의 역량, 전시실의 공간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선정한 43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의 연령대를 보면 1981년 1회 전시에 참여했던 김용익(1947년생)부터 2006년 14회의 전시에 참여했던 진기종(1981-)까지 30년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렇게 선배와 후배 세대의 예술가들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에는 회화, 한국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경향의 대표 작품 150여점이 전시된다. 또한 역대 참여 작가들의 활동과 성과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오광수, 서성록, 김미경, 박영택, 고충환 등 전문 비평가와 미술사가의 원고를 수록한 도록을 발간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며, 정확한 미술사적 평가를 끌어내고자 하였다. 그 외에도 역대 커미셔너, 큐레이터, 20여명에 이르는 전시 참여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미술계 정황과 현장 활동의 경험,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증언과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 등을 녹취하여 수록함으로써 지난 시기에 대한 입체적이며, 포괄적인 조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전시실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시대별 흐름에 따라 당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조망하기 위해 1980년대 『청년작가』(제1전시실) 시기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젊은모색』(제7전시실) 시기로 구분하였다. 다양한 형식의 전시 작품들은 시대적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당시의 출품 작품, 그리고 작가들의 주요시기 대표 작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제 1, 7전시실에서 개최되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이다. 전시기간 중에는 일반인 대상 릴레이 강연회, 작가 스튜디오 방문, 큐레이터 토크 등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 설명회는 평일 오후 2시와 4시(주말 6시 추가)에 진행된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www.moca.go.kr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제1부_청년작가 1981-1989(제1전시실) 1980년대 새로운 형상미술, 설치미술, 수묵화 운동 등 한국현대미술의 실험적 경향과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역사적인 작품으로 구성: 국립현대미술관 컬렉션, 외부 미술관 소장 작품, 한국현대미술사의 중요작품으로 인정되는 작품 등 제2부_젊은모색 1990-2010(제7전시실) 1990년대 사진의 새로운 실험, 미디어 영상 설치, 국제적 활동 등 다양화, 개별화된 한국현대미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을 혼합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