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병말마(厲兵秣馬)
병장기를 갈고 말을 먹여 기른다는 뜻으로,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말이다.
厲 : 숫돌 여(厂/13)
兵 : 병장기 병(八/5)
秣 : 말먹이 말(禾/5)
馬 : 말 마(馬/0)
출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33年
희공(僖公) 30년 진(秦)나라 목공(穆公)은 진(晉)나라 문공(文公)과 연합하여 정(鄭)나라를 공격했다. 정(鄭)나라 문공은 촉지무(燭之武)를 사자로 보내 진목공을 달래 군대를 철수하게 만들었는데, 이때 진목공은 대부 기자(杞子)를 비롯한 일부 인원을 남겨 정나라를 도와 도성을 지키게 하고 군대를 철수시켰다.
⏸ 동도주(東道主) 참조
그로부터 2년 후, 희공(僖公) 33년 정나라에 남아 있던 기자(杞子)는 진목공에게 밀서를 보내 정나라의 상황을 보고하였다. “정나라는 우리나라에 대하여 방비를 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 우리들이 이미 북쪽 성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왕께서 지금 비밀리에 군대를 보내오신다면 정나라는 곧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鄭人使我掌其北門之管, 若潛師以來, 國可得也).”
진목공(秦穆公)은 건숙(蹇叔)등의 신하가 반대하는 것을 듣지 않고 맹명시(孟明視) 등에게 대군을 주어 낙양을 거쳐 동쪽으로 정나라를 향해 진군하게 했다.
진(秦)나라 군대가 주(周)나라의 북문을 통과하여 진군하는데, 이 모습을 본 주나라 태자가 ‘진나라 군대는 경솔하고 무례하다. 반드시 패할 것(秦師輕而無禮, 必敗)’이라고 말했다.
진나라 군대가 정나라 활곡(滑谷)에 이르렀다. 이때, 주나라로 소를 팔러 가던 정나라의 상인 현고(弦高)가 진나라 군대와 마주쳤다. 현고는 소 12마리를 끌고 가서 진나라 군대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리고 나서 급히 역마를 시켜 본국인 정나라에 보고했다(且使遽告于鄭).
보고를 받은 정목공(鄭穆公; 문공의 아들)은 기자 등이 있는 북문으로 사람을 보내 동태를 살펴보도록 하였다. 그들은 수레에 실을 짐을 묶어 놓고, 병장기를 갈고 말에게 먹이를 먹이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且使遽告於鄭. 鄭穆公使視客館, 則束載厲兵秣馬矣).
정목공은 황무자(皇武子)를 기자에게 보내 정나라에서 진나라의 기습 계획을 이미 알고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게 했다. 기자 등은 계획이 탄로 났다고 생각하고 정나라에서 황급히 도망쳤다.
정나라를 향해 진군하던 맹명시도 “정나라는 충분하게 대비가 되어 있다. 대비한 정나라 공격을 원해서는 안 된다. 공격을 해도 이길 수가 없고 포위해서도 계속할 싸울 수가 없다. 그러니 나는 돌아가겠다(鄭有備矣, 不可冀也. 攻之不克, 圍之不繼, 吾其還也)”면서 활(滑)을 멸하고 진(秦)나라로 돌아가다 진(晉)나라의 기습을 받아 전멸을 당했다.
⏸ 원철골수(怨徹骨髓) 참조
여기에서 유래하여 ‘여병말마’는 전투준비가 다 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병기를 날카롭게 갈고 말을 먹인다는 뜻의 ‘이병말마(利兵秣馬)’라고도 한다.
▶️ 厲(갈 려/여, 나환자 라/나)는 형성문자로 厉(려)의 본자(本字), 厉(려)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민엄호(厂; 굴바위,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萬(만, 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厲(려/여, 라/나)는 공려(公厲). 살벌(殺罰)을 맡아 다스리는 궁중(宮中)의 작은 신(神)의 뜻으로 ①갈다(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하여 다른 물건에 대고 문지르다) ②괴롭다 ③힘쓰다 ④높다 ⑤사납다 ⑥위태롭다 ⑦빠르다 ⑧맑다 ⑨미워하다 ⑩화(火: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⑪좋지 않은 일 ⑫귀신(鬼神) ⑬숫돌(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 ⑭경계(境界), 담장 ⑮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⑯역병(疫病), 유행병(流行病) 그리고 ⓐ나병(癩病: 나균(癩菌)에 의하여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난치병)(라) ⓑ나환자(癩患者: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라) ⓒ나라의 이름(라) ⓓ의뢰하다(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재앙을 받을 빌미를 여계(厲階), 얼굴에 노기를 띰을 여색(厲色), 입술을 세차게 깨묾을 여문(厲吻), 날카로운 어금니를 여아(厲牙), 백성을 몹시 가혹하게 다스림을 여민(厲民), 성이 나서 언성을 높여 큰 소리를 지름 또는 그 소리를 여성(厲聲), 엄격하게 시행함을 여행(厲行), 나라에 역질이 돌 때에 지내던 제사를 여제(厲祭), 재해와 역병을 재려(災厲), 뛰어나게 훌륭함 또는 용감히 분기함을 능려(凌厲), 제사를 지낼 후손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 국가에서 지내는 제사를 국려(國厲), 은밀히 날카롭게 갊을 밀려(密厲), 시기심이 많고 사나움을 시려(猜厲), 썩 부지런하여서 게으르지 아니함을 풍려(風厲), 매우 모질고 사나움을 가려(苛厲), 세상 사람을 격려하여 인재를 진작하다는 말을 여세마둔(厲世摩鈍), 겉으로는 엄격하나 내심으로는 부드러움을 이르는 말을 색려내임(色厲內荏), 한 사람을 징계하여 백 사람을 권면한다는 말을 징일여백(徵一厲百), 이를 갈고 입술을 깨문다는 뜻으로 앙심을 품음을 이르는 말을 색치여문(齰齒厲吻), 목소리와 얼굴빛이 모두 엄함을 이르는 말을 성색구려(聲色俱厲), 논변이 탁절하고 날카로워 바람처럼 세차게 입에서 나온다는 뜻으로 재기가 뛰어나 다른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을 탁려풍발(踔厲風發) 등에 쓰인다.
▶️ 兵(병사 병)은 ❶회의문자로 斤(근; 무기)와 양손의 합자(合字)이다. 무기를 두 손으로 쥐고 있음의 뜻으로, 나중에 무기를 갖는 무사(武士)나 전쟁의 뜻에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兵자는 ‘병사’나 ‘무기’, ‘싸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兵자는 斤(도끼 근)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兵자를 보면 도끼나 창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兵자는 이렇게 양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기’나 ‘병기’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후에 ‘병사’나 ‘싸움’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兵(병)은 ①병사(兵士), 병졸(兵卒), 군사(軍士), 군인(軍人) ②무기(武器), 병기(兵器) ③싸움, 전쟁(戰爭) ④재앙(災殃), 원수(怨讐), ⑤상하다, 다치다 ⑥치다, 무기로써 죽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졸(卒), 병장기 융(戎), 군사 군(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장수 장(將)이다. 용례로는 전쟁에 쓰는 제구를 병구(兵具),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짐을 병란(兵亂), 군대의 힘이나 군대의 인원수를 병력(兵力),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병사에 관한 사무를 병무(兵務), 하사관 아래의 군인을 병졸(兵卒) 또는 병사(兵士), 병법에 관하여 쓴 책을 병서(兵書), 백성이 의무로 군적에 편입되어 군무에 종사하는 일을 병역(兵役), 전쟁을 하는 방법을 병법(兵法), 사병의 가장 높은 계급을 병장(兵長), 전쟁할 때 쓰는 수레를 병거(兵車), 군대를 파출하는 일을 파병(派兵), 장교와 사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장병(將兵), 지위가 낮은 병사를 졸병(卒兵), 장교가 아닌 모든 졸병을 사병(士兵), 갑작스레 적을 내리치려고 요긴한 목에 숨어 있는 군사를 복병(伏兵), 법에 의거하여 해당자를 군대에 복무시키기 위하여 모음을 징병(徵兵), 굳세고 강한 군사를 강병(剛兵), 초소를 지키는 병사를 초병(哨兵), 병가에는 항상 있는 일이라는 병가상사(兵家常事), 병거를 거느리고 무력(武力)으로 하는 회맹을 병거지회(兵車之會), 용병에 있어서는 적을 속이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병불염사(兵不厭詐), 병사가 칼에 피를 묻히지 아니하였다는 병불혈인(兵不血刃)전쟁에서 사람은 죽는다는 병사지야(兵死地也) 등에 쓰인다.
▶️ 秣(꼴 말)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末(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秣(말)은 ①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②말먹이(말을 먹이는 꼴이나 곡식) ③말을 먹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군량과 마초를 양말(糧秣), 마소를 기름을 외말(喂秣), 말에 먹이를 먹이고 병기를 날카롭게 간다는 뜻으로 전쟁을 준비한다는 말을 말마이병(秣馬利兵), 병장기를 갈고 말을 먹여 기른다는 뜻으로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말을 여병말마(厲兵秣馬) 등에 쓰인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