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매일 쓴다.
아마 써놓은 짧은 글이 삼천개는 넘을 것이다.
심지어 검색을 하다가, 내가 써놓았던 글을 모르고 자료로 이용하기도 했다.
소설도 한 권 냈는데 별 볼 일 없다.
“내가 살아온 얘기를 소설로 쓰면 책으로 열권도 넘을 게다!”
곡절 깊은 세월을 헤쳐 온 어르신들이 흔히 하는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 열 권은커녕 한 권까지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한 뼘’이면 충분하다는 것. 이때의 한 뼘이란 일반 복사용지(A4용지) 한두 장 분량을 가리킨다. 원고지로 치면 열 장에서 스무 장 사이.
콩트보다 짧은 소설을 쓰는 작가 단체 ‘한국미니픽션작가모임’이 주창하는 ‘한뼘자전소설’ 이야기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은 이 모임이 한뼘자전소설의 槪要와 作法을 담은 책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를 내놓았다.
自傳小說이라고는 해도 워낙 짧은 분량이다 보니 인생 전체를 담을 수는 없고 삶의 한 시기나 사건을 압축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자전’ 소설인 만큼 자신이 살아온 삶을 대상으로 삼지만, 자전 ‘소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가공과 첨삭은 무방하다. 자기 이야기를 소설로 꾸미는 과정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제 안의 傷處와 아픔을 치유하는 效果를 기대할 수 있다.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는 한뼘자전소설을 쓰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작가 모임 회원 32명이 쓴 자전소설 50여편을 수록해서 ‘실물’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필요하다면 책에 실린 作品들을 흉내 내서 자기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 특히 작법 안내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어서 글을 처음 쓰는 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법하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 남들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 꼭꼭 숨겨둔 일,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 잊을 수 없는 장면이나 상황 등을 끄집어낸다.
다음, 어떻게? ‘한 뼘’인 만큼 한 작품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지 말고 곁가지는 과감히 잘라 버려라.
나서서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을 묘사하도록 하라. 관념적이거나 현학적인 표현은 삼가고, 人相적인 한 장면을 부각시켜라….
그런데 이런 골 아픈 방식도 필요 없다.
그냥 쓰면 된다.
글이란 가치를 따지기 전에 無酌定 쓰고 나서 스스로에게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