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어제 초등학교 동창들과 당진 '아미미술관'을 다녀왔다.
당진 아미산은 산 기슭 아래 지금은 비어있는 초등학교 친구 처갓집이 있기에 친구들과 여행 삼아 두번 다녀왔었는데 그곳에 아미미술관이 생겼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친구의 아내는 성격도 좋고 마음씨도 고와서 남편 초등학교 친구인 우리를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고향집으로 가끔 초대를 한다.
그때마다 동행을 하며 시간을 함께하기에 친구의 아내이기 전에 나에겐 더없이 정겨운 동생처럼 느껴진다.
동창 산악회에서 고려산으로 정했던 이번 산행을 아미산으로 변경했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사실은 시험 기간이고 공부가 많이 부족했기에 이번 고려산 산행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시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정을 바꿔 또다시 느낌 좋은 그곳으로 간다고 하기에 만사 제쳐놓고 간다고 제일 먼저 참석 여부를 알렸던 것이다. 그만큼 두번을 다녀왔지만
늘 마음 속에 마치 내 어릴 적 고향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3년 전 가을에 다녀와서 시로 써 놓은 그날의 느낌을 다시한번 음미해 본다.
그래, 그렇게 살자
들녘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마음결에 와 닿아
맑은 숨결 내쉬게 하는 풀꽃의 향기
해초롬이 피어나
베시시 웃고 있는
하얀 구절초
그 곁엔
스스로 제 몸 밝혀 열정을 불사르는
뱀딸기 한 송이
아침이듯 밤이 되는 바람같은 이 생
고운 하늘빛에 흘러가는 흰구름처럼
아스라한 발자국
별빛되어 흩어지도록...
향기 고운 친구야
우리 늘 그렇게 살자.
입구부터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 곳은 3년 전 느꼈던 가을의 정취와 또 다른 이미지로 우리를 반긴다.
가을 뿐 아니라 처음 벚꽃을 보러 다녀온 봄과도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 벚나무가 더 자라서 그런지 예전 벚꽃 필 때 갔을 때 보다 더욱 장관을 이루며 피어있었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 초입 저수지 옆엔 홍벚꽂까지 조화를 이루며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 있던지 우리는 홍벚꽃을
처음 보는 듯 감탄을 하며 벚꽃에 쌓여 연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저수지부터 걸어올라간 집은 지금은 비워두고 가끔 별장처럼 쓰고 있는데 언니 내외와 번갈아 가며 잘 가꿔 놓아 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 것 같다.
입구의 꽃들과 텃밭엔 부지런한 손길이 느껴져 보는 눈을 즐겁게 했고 초가집부터 몇번을 거쳐 개조해 왔다는 집은 전에도 좋았지만
얼마전 새롭게 개조를 해서 내부가 넓어 보였고 특히 불 때는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까지 만들어서 참 좋았다.
준비해간 고기와 맛있게 무친 나물 또 당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뱅어 물회 등으로 식사를 맛있게 하고 온돌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마침 그 전날 언니 내외와 언니 친구분 두 분이 함께 놀러오셔서 뜨끈뜨끈하게 불을 때고 주무셨는지 온기가 남아있어서 잠시 눈을 붙이며 피로를 풀기에 딱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편백나무로 꾸며져 있었기에 향도 좋고 피톤치트가 마구 스며 나오는 듯 잠시 누웠었지만 몸이 아주 개운해 진 듯 했다.
집들이 뚝 뚝 떨어져 있기에 근처에 집이 하나도 없는 외딴집인 그 곳에서 차로 달려도 한참인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그땐 전기도 안 들어오는 등잔불이었으니 해가 저물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무섭지 않았냐고 물었던
우리에게 어릴 때 한 시간 씩,
때론 칼바람 부는 겨울철엔 울며 다닌 적도 있고 겨울엔 유일한 간식이 고구마 밖에 없어 고구마를 많이 먹고 자랐다고 맛있는 입담으로 추억을 이야기 한다.
우리 어릴 때도 많이 걸어다녔었다고 보조를 맞추긴 했지만 도시에서의 걸음과 뚝뚝 떨어져 있는 산골에서의 걸어다닌 시간의 흔적이 같을 수 있을까...
물론 6학년 때 오빠가 계신 천안으로 전학을 갔다고 하지만 이렇게 어린시절 시골서 자란 순박함이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참 정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 역시 비록 일곱 살 때까지라 해도 강화 산골에서 살았던 추억이 있기에 더욱 더 그런 정서가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미씨가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폐교로 있다가 미술관으로 거듭났으니 꼭 가 보시라고 적극 추천을 한다.
미술관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져서 그런 미술관이 있냐고 되 물으니 인터넷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고 뿌듯해 한다.
이름도 예쁜 아미미술관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마음을 붙잡을 것 같았다.
눈을 빛내듯 좋아하는 내 반응에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았다며 어린시절 자신의 흔적이 있던 곳에 아름다운 미술관이 건립되어 많은 분들께 소개가 되고 있음에 자부심이 깃든 듯 했다.
그 모습에서 애향심이 느껴져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이번 코스는 미술관으로 정했다.
아미산 벚꽃도 장관이지만 산은 두번 가 봤으니 이번엔 미술관을 갔다가 근처에서 마침 벚꽃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미술관 관람 후 축제장까지 들르기로 했던 것이다.
한 학년에 40명 씩이었다는 아주 아담한 학교였다.
아름다운 공간에 아름답게 꾸며진 미술관에서 정말 좋은 느낌을 받고 왔다.
어쩜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잘 가꿔 놓고 그림도 멋지던지 갈 때마다 좋은 느낌을 받았듯
이번에도 역시 봄꽃이 흐드러진 곳에서 아주 화사하고 아름다운 봄날을 향기롭게 음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벚꽃 만발한 봄날에 마음 속 환한 꽃물결을 선사 받았으니 이 물결을 도미노로 이어가고 싶다.
능선따라 올라가듯 완만한 아미산과 아미미술관, 가족끼리 아이들과 함께 가도 참 좋을 것 같아서
여행지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다.
아늑한 학교를 개조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께 순박한 시골정서를 선사해 주는 아미미술관...
그 뒤로는 예전 교장선생님께서 사시던 사택도 있고 미술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향 좋고 분위기 아늑한 커피숖도 있다.
당진 아미산과 아미미술관...
두루두루 정서를 아우르며 다녀올 수 있기에 맑은 공기 속 자연을 벗삼아 심신을 안정시키며 멋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미술관을 나와 때마침 벚꽃 축제가 열린고 있다는 순성면 벚꽃 축제 장소로 이동을 했다.
순성면 벚꽃 축제장은 아름드리 벚꽃이 터널을 이룬 듯 얼마나 멋지던지... 아름답고 흥겨운 잔치를 구경하기 위해
차들이 입구까지 꽉 채우고 있었다.
벚꽃길을 걸은 뒤 맛있는 국수와 전을 먹을 먹으며 축제를 즐기다가 편안히 돌아왔다.
인원 수가 많은 친구들을 위해 회사 차까지 빌려온 산악대장과 길이 밀릴 것을 예상해 밀리지 않는 곳으로
순발력있게 운전해 준 친구...
사진을 연신 찍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 친구등등...
삶의 길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스쳐가지만 언제 만나도 가장 부담없이 편안한 대상이 초등학교 친구들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해 본다.
친구들도 좋고 우리를 남편 친구를 떠나 편한 언니처럼 생각해 주는 친구의 아내도 정말 좋은,
이 귀한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이 정말 행복하다.
첫댓글 당진 아미산과 아이미술관 여행코스로 좋은 곳이라 추천해 드리고자 올렸습니다. ㅎㅎ 수도권에서 이제 차로 한시간 조금 더 걸리니 길도 좋고 가보실만 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정말 아담하고 예쁘게 꾸몄더라구요.
아미산도 높지 않으니 산에도 오르시며 꽃구경하시고 미술관도 둘러 보시면 참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많이 알려졌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
당진의 아미산~
민솔이 신랑과 같이 숱하게 다닌 당진길은
낚시땜에 자주 들린 도비도 선착장 곁이다
7키로에 달하는 긴 석문방조제 길을 가을에 달릴라치면 길가에 피어대던 꽃들의 물결~~
오전엔 고사리 꺾어 삶아 널어두고 물빠짐엔
바지락 캐러 바닷가로 들어가고 물듬엔 낚시대 드리웠다가 저녁 지친 몸이되면 근처 초록도의
아담한 쑥찜질방에서 휴식으로 몸을 뉘던 기억
이 아침 - - -
추억 어린 맘을 들추며 댓글 쓰는
이곳은 여의도 여의나루터 곁의
어느 병실이여라
아픈 신랑이 몸 추스리게 되면
또 당진의 대호방조제 길을 신나게 달려보리라
아미산 벚꽃도 아름답고 길가마다 벚꽃이 정말 멋졌습니다.
부군님께서 빨리 쾌차하셔서 대호방조제 길 신나게 달리시는 날 빨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미미술관도 꼭 둘러보세요.^^*
아미새가 생각나게 하는 아미산이라는 이름...
당진에 아미산이 있었군요.
폐교가 되었다 하니 거기도 인구가 많이 줄었나 보네요.
당진하면 어릴적 방학때면 꼭 내려갔던 추억이...
송악산 아래 송학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오빠가
그 학교 관사에 있어, 방학이면 내려가
그 학교에서 뛰어 놀던 추억이 있읍니다.
그 중학교는 그대로 있는지...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니신다니 부럽네요.
전 한번도 그런 동창회를 가본적이없고
초등 동창을 단 한사람도 알지도 만난적이 없으니...
정겨운 동창 모임에 고운 추억 되셨겠네요. ^*^
학교가 한 학년에 40명 씩이었다니 전교생이 우리 학교의 한 학년보다 숫자가 적었습니다. ㅎㅎ
교실이 여섯 개 밖에 없더라구요. ㅎㅎ
그 교실에 참 아기자기하게 꾸며놨어요.
방장님 학교도 분명 동창회가 있을 텐데요.
저도 동창회 못 찾았을 때 좀 아쉬웠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찾게 되었습니다.
찾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이 가장 편하고 부담없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몰랐던 친구들도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시절 마음으로 돌아가서 바로 이름을 부르게 되더라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어릴쩍 친구가 가장 순수하지요
그럼 친구들하고 같이한 순간순간들이 행복일것을
고운 추억 또 남겨네요
산골순이님 글 을 보니 나도 찾고 싶어지네요 초딩들을 ㅎㅎ
네. 가시장미 님. 찾아보시면 분명 동창회가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을 거예요. ㅎㅎ
초딩들 만나면 정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마음이랍니다. ㅎㅎ 행복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