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동년배 아는 이들이 어느 날 문득 기약없는 먼 길 떠났다는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 나이. 그런 소식 들으면 의레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지고 조금은 가라앉았던 우울증이 도지곤 하지만, 나 역시 내일 당장 삼도천(三途川)을 건넌다 한들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
옛부터 사람이 일흔까지 산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는데, 조선시대 평균 수명이 35세 정도였다는 걸 보면 일흔 살을 넘긴다는 건 정말 희귀한 경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해서리 고을에서 열리는 칠순 잔치를 고희연(古稀宴)이라 하여 뭐 원님까지 축하인사와 선물을 보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더만.
요즘이야 과학, 그 중에서도 생명과학이 워낙 발달하여 인간의 수명이 고무줄 늘이듯 늘어나고 기대수명이 여든 살을 넘기게 되었다 하니 조선시대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터. 하지만 의료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은 일흔 다섯 살을 분수령으로 하여 급격히 건강 수준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변의 아는 이들이 하나 둘 우리들 곁을 떠나는 건 고사하고, 지금 내 곁에도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약 봉다리가 부지기수인 걸 보면 고래희(古來稀)란 말이 기냥 생긴 게 아님을 온몸으로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고래희(古來稀)'란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가 지은「곡강이수(曲江二首)」의 제 2수에 나오는 말이라는 데, 전편에 흐르는 시상(詩想)은 세월의 덧없음을 서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시인의 낙천주의적 인생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으니...아래 '준수할아버지의 한문여행 블로그'에서 빌어온 시를 감상해 본다.
曲江二首(곡강이수) - 두보
曲江二首 곡강이수 杜甫(두보) (곡강이수) 其一(기일) 一片花飛減却春 한 조각 꽃잎이 날아가니 봄빛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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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江二首 其二
朝回日日典春衣 낙향한 뒤 날마다 봄옷을 맡기고라도
每日江頭盡醉歸 날마다 강가에서 실컷 취해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외상 술값 가는 곳마다 늘상 널려 있어도,
人生七十古來稀 사람이 일흔까지 사는 일은 예로부터 드문 법
穿花蛺蝶深深見 꽃 사이를 누비는 나비 깊숙한 데서 보이고,
點水蜻蜓款款飛 물 위를 찍는 잠자리 느릿느릿 나는구나.
傳語風光共流轉 풍광에게 전하노니, 나와 함께 흘러가며
暫時相賞莫相違 잠시 즐기는 이때만은 서로 어긋나지 말지니.
추운 겨울 지나고 봄빛이 따스해지니 우리집 솔마당에도 이곳저곳에서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봄 풍경을 완상(玩賞)할 수나 있을지 문득 상념에 잠겨 보기도 하지만...Here and Now라 했던가, 언제나 그렇듯 오늘 내가 선 이 자리가 가장 소중함은 변함이 없는 진리이니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살아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