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데 제일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이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그 여행을 실현하는 마음과 계기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강원도와 경상도의 큰 산을 다녀오리라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울릉도의 성인봉도 다녀왔으면 하고 벼르던 차에 해양수산부와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교과서 집필자 및 독도관련기관 임원 초청 독도 및 해양관련시설 견학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정말 바라던 좋은 계기와 기회가 주어졌다.
▢ 일정별 견학 내용
6월 13일 화요일
독도 및 해양관련시설 견학행사에 참가를 위해 아침 김포공항에서 부산행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마침 창가에 앉아서 이륙후 5분만에 관악산 위로 지나가면서 비행노선이 우리 아파트 위를 자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구 분지를 지나 낙동강을 따라 바다 위로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코스는 아름다웠다.
진해 해군사령부에서 본 잠수함 등 해군의 국토 수호의 중요성도 재삼 인식하게 되었고 부산에 도착해서 둘러본 부산항이 우리나라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번 부산항만 시설 견학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6월 14일 수요일
수산연구소에서 각종 해양 수산업 관련 연구진들의 노고는 국가발전을 위해 모두가 각 영역에서 참으로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해양, 수산업의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본 조선업의 현황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조선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6월 15일 목요일
비가 내리고 폭풍우로 인해 이번 연수가 중도에 중단될지 모른다 해서 다소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일정을 다소 변경해서 오전에는 호미곶에 가서 등대박물관을 관람하고 오후에는 포항제철을 방문하여 제철 산업의 전망을 알아보고 또 과학영재교육의 산실인 포항공과대학을 방문해서 견문을 넓혔다.
6월 16일 금요일
드디어 울릉도와 독도에 가는 날이다. 일정상, 포항을 출발해서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독도행 선편으로 갈아타서 독도를 둘러보고 울릉도에 와서 다시 묵호행 배로 갈아타서 나가는 빡빡한 시간 운영이다.
○ 독도를 직접 보고
10시에 포항에서 썬플라워호를 타고 출발하여 다소 지체하여 오후 1시를 좀 지나 울릉도에 도착하고 서둘러 한겨레호에 올라 2시에 울릉도를 출항한 지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멀리 독도를 보이고 가슴은 점점 떨려오고... 드디어 독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파도가 많이 일렁거려서 독도에 입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많이 실망스러웠지만, 동도 부두에는 삽살개를 데리고 나온 해경들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입도하는 대신에 서도와 동도를 한 바퀴씩 배를 돌려서 독도를 둘러보았는데 독도는 생각보다는 컸고, 섬 주위에는 동도의 독립문바위, 서도에는 코끼리 바위, 외로이 서있는 장군바위, 삼형제바위 등 작은 섬들도 많아, 우리 한국땅인 독도 정말 아름다웠다. 고기잡이 배가 한 척 주변에서 조업을 하고 있고 갈매기들이 주변에서 활공을 하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 독도에도 식수가 있다
독도에는 식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서도에는 6개의 미역 건조장이 있는데, 그 제 1건조장 위의 샘터에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샘이 솟고 있다. 이 물은 그곳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하루 200명에게 충분히 급수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물맛은 울릉도 도동에 있는 약수터 물과는 대조적으로 약간 짠맛이 있어 일반적 통념상의 식수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나 그런대로 먹을 수 있을 정도라 한다.
서도에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 어민들이 그곳에서 어업활동을 하면서 산다고 한다, 서도도 외롭지 않은 섬으로 유인도인 셈이다. 또 동도에는 해경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실질적 독도 지배’의 뜻을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또 뿌듯하게 독도를 뒤로 하고 울릉도로 향했다.
오후 5시를 좀 지나 울릉도에 도착하여 사동에 있는 대아리조트(경치 끝내 줌)에 짐을 풀고 도동항에 와서 홍합밥(1인당 만원)에 이슬을 한 방울 하고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다.
6월 17일 토요일
○ 아침 성인봉 등산
대아리조트에서 아침 5시반에 성인봉 등산을 위해 출발했다. 호텔에서 본 등산로 안내판은 아주 성의없이 세워져 사동의 안평전까지 길을 찾아 다소 헤매기도 했지만 날이 더워지기 전에 바람등대까지 2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대원사에서 올라왔다는 부부를 만나 성인봉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 사진을 찍고 전망을 둘러보니 오전 8시 정도라 시간이 이른 탓인지 독도쪽 바다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한참을 감격에 겨워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나리 분지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나리 분지 못미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을릉원시림(정글로 생각하면 안되고 그저 오래된 숲이라고 생각하면 됨)을 지나며 약수터를 만나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투막집을 거쳐 나리분지로 접어들었다. 나리분지는 일종의 화산분화구가 평퍼짐하게 되어 넓은 들판을 형성허고 있다. 나리 분지 버스정류장 옆의 가게에 차 시간을 물어보니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도동에서 불러오는 택시비는 비싸서 우선 요기부터 하기로 하여 늦은 아침으로 산채비빔밥과 탁주 한 사발을 시켜 먹고 아주머니가 3시간쯤 걸린다고 겁을 주면 천부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리분지에서 둘러보는 산봉우리들은 여기저기 다양하고 위압적이면 다소 몽환적으로 치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천부리를 거쳐 도동으로
나리분지 버스정류장에서 방향을 잘못잡아 빙 둘러 밭둑을 가로 질러 시멘트 포장이 된 길에 도착하니 소형 관광버스들이 지나가는데 손을 들어도 태워 주지 않고 속도를 내어 마구 달린다. 고개를 몇 개를 넘어 50분 정도 걸어 천부리에 도착했다. 천부항에서 더위를 식히느라 60년대식 다방에 가서 엄청 맛없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11시20분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도동항을 향했다. 좌측으론 60- 70년대 같은 풍경의 길가 건물들을, 우측으론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추산, 현포, 태화, 남양, 통구미를 거치는 일주 도로를 거쳐 도동에 도착했다.
○ 행남등대에 오르며 죽도를 바라보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행남등대가 볼 만하다고 해서 울릉군청에서 저동항 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행남등대로 향했다. 길 안내 표지가 확실치 않아 몇 번 헤매다가 신축 공사 중인 건물 뒤에 숨어 있는 행남등대에 도착하니 다소 실망스럽지만 저동항 쪽에 있는 죽도를 비롯한 섬들을 조망하니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시계를 보니 2시에 가까워 부랴부랴 서둘러 오다가 바닷가의 해안 산책로 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오니 경치가 참 좋았고 그 해변길을 돌아오니 바로 도동항이었다. 항구 좌우로 해변 산책로가 있는데 좌측의 길이 훨씬 좋았다.
○ 독도 박물관 관람
항구 입구에서 요기를 마친 후 울릉교육청 위의 약수공원에 올라 여러 기념비와 향토사료관을 관람을 마친 후, 다시 독도박물관에 가서 관람을 하였다. 사실 이번 연수 여행의 중요한 일정이기도 한 독도박물관은 울릉군이 대지를 제공하고. 삼성문화재단이 건축물 기증하여 울릉읍 도동리 581-1 약수공원내에 97년 8월 8일에 개관하였는데, 박물관에는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와 故홍순칠대장의 유품 및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 푸른독도가꾸기모임 등에서 기증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독도박물관은 독도를 둘러싼 관련자료를 발굴·수집·연구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시 관리·교육·홍보함으로써, 넓은 의미에서는 독도를 둘러싼 영토수호의식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며, 좁은 의미에서는 독도를 울릉도 사회의 역사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내려오다가 혹시 살 만한 것이 있을까 살펴보았지만 수협직매점이라고 써 붙인 곳이나 엿공장이라고 엿을 파는 데나 가격은 일반 가게와 별 다르지 않고 그저 그래서 엿만 몇 봉지를 샀다.
○ 울릉도를 떠나며
오후 5시를 좀 지나 하루 종일 헤매고 돌아다녀 피곤한 몸으로 떠들썩한 관광객들의 소음을 헤치고 묵호행 배에 올라 드디어 울릉도를 떠나게 되었다. 묵호로 오는 동안 일월산으로 간 팀들과 합류하고 싶었지만 아무리해도 무리였고 팀은 이미 귀로에 올라 있었다. 묵호에 8시15분쯤 내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가서 서울행 버스를 타고 강남터미널에 도착하니 밤 11시 반이 지나 있었다. 다행히 안양 가는 540번 버스가 끊기지 않아 타고 오면서 독도, 울릉도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집에 도착하니 이미 12시 반이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독도 울릉도 견학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첫댓글 성인봉 등반 축하합니다. 내가 갔을 때보다 일정이 하루 늘어난 모양입니다. 나는 성인봉 못 올라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