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맞바꾼 소신공양, 틱꽝득스님
다낭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00km 2시간 달리면 우리네 경복궁에 해당하는 후에 왕궁이 나타난다. 거기서 흐엉강을 따라 서쪽으로 4km쯤 가면 티엔무 사원이 나온다. 天姥寺. 티엔(天)은 하늘, 무(姥)는 여인을 뜻한다. 응우엔 왕조 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을 보고 황제가 이곳에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19세기에 세워진 팔각칠층석탑(21미터)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석탑이란다. 흐엉강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1601년에 불사가 이뤄진 사원도 멋지고 1700년대 만든 범종도 인상적이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파란색 올드카다.
뒤쪽에는 스님의 소신공양장면 그리고 옆 벽면에는 스님의 심장 사진을 볼 수 있다.
당시 남베트남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선출된 응오딘 지엠대통령. 그는 카톨릭신자(그의 형은 대주교)는 석가탄신일 행사를 금지하고 토지몰수, 불교사찰을 탄압하고 박해했다. 이 부패한 정권에 맞서 싸운 승려를 학살하기도 했다. 당시 전 국민의 80%인 불교신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티앤무 사원의 탁광득 스님은 푸른색 자동차를 끌고 사이공(현 호치민) 미대사관 앞에 섰다.
주위 스님들에게 “내가 소신공양 중 앞으로 넘어지면 나라가 흉하게 될 것이니 그대는 희망을 버리고 해외로 피신하라. 만약 뒤로 넘어지면 우리의 투쟁은 승리하고 평화를 찾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제자들은 당신이 타고 온 승용차에서 빼낸 휘발유를 스님께 끼얹고 성냥불을 붙였다.
불길은 온몸을 휘감았지만 비명은 물론 표정의 일그럼도 없었고 가부좌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고 15분간 이어졌다. 화염과 고통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뒤로 넘어지면서 열반에 든 것이다.
미국의 AP뉴스 사진작가 말콤 브라운은 이 장면을 담았고 전 세계에 타전했다. 그는 그 해 퓰리처상과 세계보도사진전 ‘올해의 스팟뉴스상’을 탔다.
한편 틱광득 스님이 열반에 든 후 시신은 소각장으로 옮겨져 6시간을 더 화장했는데 4천 도의 고온에도 그의 심장은 온전했다고 한다. 그 후 연료를 보충해 2시간을 더 불태웠는데도 타지 않았다. 이에 비밀경찰을 동원해 황산을 뿌렸는데도 녹지 않았고 결국 심장을 탈취하려고 했건만 승려들이 심장을 사수해 프랑스 은행에 맡겼다고 한다. 현재 심장은 하노이 국립은행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응오딘지엠 대통령의 가족 중의 한사람(제수)은 "땡중의 바베큐 쇼"라고 비하 발언을 한 것이 또 언론 보도가 되어 전세계인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지엠은 그 해 11월 쿠테타로 피살되어 정권은 무너졌다.
이 사건은 결국 미국내 반전의 도화선이 되었고 미국의 베트남 철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결국 베트남은 통일이 되었고 불교는 탄압받지 않고 평화는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