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사람, 로봇 되는 거 아니야?”
-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야기 -
신성근 신부(성사전담사제)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뜻만은 아닌 듯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덜어지는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젊을 때는 더하고 쌓아가던 삶이,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내려놓고
비워가는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흐름이 조금 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내려놓는 대신… 바꿔 끼우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친구와 나눈 이야기 속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러다 사람, 로봇 되는 거 아니야?”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곱씹을수록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치아가 약해지면 임플란트로 바꾸고,
관절이 닳으면 인공 관절을 넣고,
뼈가 손상되면 인공 뼈로 대체하고,
심지어 심장이나 장기의 기능까지도 인공 장치가 대신하는 시대.
이쯤 되면 정말 한 번쯤 이런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하느님도 여기까지는 생각 못 하셨겠지?”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움이 담겨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몸에서 인공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두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의료비 기준으로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또 한 번 웃음이 나지만, 동시에 멈칫하게 됩니다.
지금 아무 문제 없이 움직이고 있는 내몸,
아무 탈 없이 뛰고 있는 심장,
불편함 없이 씹고, 걷고,
숨 쉬는 이 모든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귀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종종 없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부족한 것,
더 가져야 할 것,
더 이루어야 할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이미 우리는 엄청난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장 나지 않은 몸 하나,
무너지지 않은 마음 하나.
이것만으로도 사실은 충분히 부유한 삶입니다.
그래서 그날 대화의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야, 우리 이미 부자다.”
웃으며 했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아직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고,
아직은 자연 그대로 나 자신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할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더 생길지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한마디 건네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내 몸에게,
내 삶에게,
지금, 이 순간에게.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로봇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감사를 배워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무 탈 없이 하루를 살았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