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동안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구체적인 일정과 상영작들이 발표되었다.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영화제는 100여개에 달하지만 불과 10년도 안된 짧은 기간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10대 영화제의 하나로 성장했다. 자화자찬이 아니다. 국제영화제에 랭킹이 있을 수는 없지만, 칸느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10대 영화제 안에 들어간다고, 부산을 찾은 상당수의 해외 게스트들이 증언하고 있다.
작년에는 칸느와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한꺼번에 부산을 찾았다. 어느 국제영화제에서도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이것은 그만큼 아시아 영화의 창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올해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하기 위해,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이 신설됐다. 첫 수상자는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다. 마흐말바프 감독 자신뿐만 아니라 큰 딸과 15살의 막내딸이 감독한 영화가 모두 칸느와 베니스에 초청된, 영화집안이다. 이들 일가족은 이번에 함께 부산을 방문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오늘이 있게 한 일등공신은,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간판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김동호 집행위원장도 혹은 수작 필름들을 선별하여 화려한 리스트 라인업을 갖추게 한 김지석 프로그래머도 아닌, 관객들이다. 8년전 처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었을 때,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20%대에 불과하고 할리우드 영향력이 압도적인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과연 국제영화제가 재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많은 영화인들이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남포동 영화의 거리로 파도 치며 몰려들던 그 수많은 영화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을 감동시켰다. 감독과 배우들은 극장무대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니면 밤의 포장마차에서 서로 부딪치며 영화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예산도 충분하지 않았고, 사회적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뜨거운 열정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해외 게스트들이 의문을 가졌던 것 중의 하나가 왜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기간이 들쑥날쑥한가였다. 베를린은 2월, 칸느는 5월, 베니스는 8월, 대부분 날짜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처럼 10월초에 개최하기도 하고 작년처럼 차가운 겨울바람 불기 시작하는 11월 중순 개최되기도 한다. 극장 때문이다. 추석 성수기를 피해야만 상영관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측은 추석 한 달 후부터 영화제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게끔 극장측과 약속을 했다. 음력 추석이 언제인가에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 날짜는 유동적이 된다. 해외 영화인들은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음력영화제라고 우스개 소리하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할 일은 전용관 확보다. 올해는 남포동 거리의 대영시네마 3개관과 부산극장 3개관을 비롯해서 해운대에 있는 메가박스 8개관, 수영만 야외상영관 등 총 15개관에서 개최된다. 예년과는 다르게 그 중심이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서 해운대로 옮겨가는 느낌이다. 이런 분산개최는 모험적인 시도이기는 하지만 전용관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관객들의 더 뜨거운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최 측에서도 영화관객들의 사랑만을 무조건 믿지 말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부산의 영문 표기인 PUSAN이 이제는 BUSAN으로 바뀌어서 김해 공항에 내리는 해외 영화인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문 표기인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그대로다. 갑자기 BIFF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낯선 곳을 방문하는 해외 영화인들은 혹시 다른 곳에 잘못 오지는 않았는지 언제나 걱정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과 영화인을 위하는 더 매끄러운 행정을 펼칠 수 있기를, 하루빨리 전용관을 확보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