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링크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댓글로 살짝 언급했던 내용인데 뭔가 부연설명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본래 고속철 개업 20주년을 앞두고 관련 주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이걸 먼저 올리는게 나을 것 같기에 살짝 양해를...
서울지하철 1호선/수도권전철 최초 개업 시점 당시 청량리 이북은 차량기지가 있던 당시의 성북까지 잠정 개업했고 그후 10년은 더 지난 1986년에 성북-의정부 구간이 전철화될때까지 청량리 이북으로 확산되지 못했던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경원선 연선, 특히 의정부에서 사셨던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그 영향으로 의정부에서 출발하는 서울차적 시내버스들이 흥했고 현재도 당시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서울차적 시내버스 노선 핵심 2개는 여전히 건재하기까지 합니다.
이를 두고 예산부족과 당장 같은 남북분단으로 단절된 노선인 경의선만 해도 2000년대 들어서야 복선전철화가 입안되는 등 안보 측면에서 해당 노선들에 대한 개수를 꺼려했던 분위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은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한 배경은, 중앙선 청량리 - 덕소 복선전철 계획이 생각보다 오래된, 즉 수도권전철 최초 개업시점에 청량리 이북의 직결노선은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 청량리 - 덕소 였을 가능성입니다. 당장 노선의 유래이자 바로 직하에 노선이 매설된 종로와 그 도로를 포괄하는 6번국도의 축선, 그리고 후술할 문제의 경원선을 비롯한 남북분단으로 단절된 노선과 그 연선의 취급 등을 생각하면 단순한 떡밥은 아니었다는데 있습니다.
짤방은 60년대 초반 철도청에서 구상한 종로선 노선계획안입니다. 동대문 이동(東)과 청량리역 계획에서 현재와는 다소 다른, 즉 동대문에서 지금의 성수지선과 동일한 경로를 그리다가 현재의 마장동에서 다시 북동진하여 청량리로 합류하는 경로입니다. 이때 청량리역은 서울역과 달리 국철의 역사(舍)를 공용하는 안으로 보이는데 이 구상이 철도청에서 서울시로 넘어온 후에도 변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청량리역은 일본의 '공동사용역' 개념을 따른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지난번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경인선의 직류전철화 계획이 논의된 시점이기에 국철과의 공동역 개념이 입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종로선의 유래이자 노선이 매설된 종로부터 6번국도에 속해있고, 그 6번국도의 축선은 바로 양평까지 사실상 중앙선과 병행하는 축선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현재의 경로에서 마음만 먹으면 청량리에서 지상으로 나오는게 아닌 그대로 6번국도에 속한 망우로 직하로 진행하여 망우 쯤에서 중앙선과 합류하는 형태가 되도 이상할게 없는 축선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건설비 문제로 원안대로 청량리까지는 지하철 노선으로 추진했는데 저 시점이라면 그마저도 지금의 용두역 부근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청량리역에 진입하는 형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경원선을 위시한 남북분단으로 단절된 노선 대부분이 당시만 해도 안보상의 이유로 전철화는 커녕 니가타, 가와사키 디젤동차만 겨우 굴러다녔던 시절이었습니다. 1984년 서울지하철 자동개찰기 도입에 따른 운임징수개정 이전까지 실시된 지하철-철도 연락운송협약에 경의선과 경원선, 경춘선이 포함되어 있었던거 외에는 이렇다할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중앙선에서 실시된 초저항의 시운전도 눈에 띄는데 어느정도 공사가 마무리된 수도권전철 본선 외에도 이미 기존에 전철화된 중앙선에서도 실시되었다는게 뭔가 '여지'가 있는 감이 있습니다. 물론 중앙선은 수도권전철 개업 1년전 산업선 전철화로 완성된 구간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단순히 이 전철화 구간을 화물열차 운행으로만 쓰지는 않았을 거라는데 있습니다. 특히 초저항의 전장을 베이스로한 EEC의 등장, 덕소 이남으로는 무리이긴 해도 청량리 - 덕소 구간만 망우, 도농 등 기존 역만 개수해서 잠정 영업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것도 뭔가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되면 수도권전철 최초 개업시점에서의 종로선 청량리 이북 직결운행은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 청량리-덕소 로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경부선 구로-수원 구간이 10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2복선화되어 운행횟수가 대거 증비된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예산부족과 안보측면이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복잡한 정황이 있는 느낌이랄까...
만약 그리되었다면 경원선은 수도권전철 최초 개업시점에서 서울지하철과 어떠한 관계도 없는 국철 단독노선으로 남았겠지만 서울의 동북지역(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성북구) 지도를 펼쳐보면 눈에 띄는 미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경원선과 서울지하철의 직결운행은 수도권전철 최초개업 시점의 종로선이 아닌 4호선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공교롭게도 의정부까지 전철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시점은 1986년, 심지어 지하철 4호선이 완전 개업한지 1년이 지난 시점을 생각하면 유독 4호선과 자주 엮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거기에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4호선이 매설된 도봉로는 쌍문동을 지나 도봉동에 이르러 경원선과 합류하는 듯한 축선이 되는 묘한 형태를 띄고 있기까지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대한제국시절 측량까지 실시되었으나 공사에 이르지 못한 동소문-의정부 구간부터 공교롭게도 4호선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거기에 전술한 60년대 중반 입안된 서울지하철 노선 구상에서는 4호선의 기점을 잠정적으로 우이동으로 한다는 거 외에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경원선 연선과 그에 인접한 포천, 철원 방면 시외버스의 집결지는 당시의 교통허브인 청량리가 아닌 4호선이 통과하는 수유리였던 반면 청량리에서 의정부 방면 버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이런 구도는 변하지 않아서 청량리에서 의정부 방면 노선은 단 하나이며 청량리에서 의정부로 넘어갈때는 1호선 아니면 거꾸로 동대문으로 돌아 4호선으로 환승한 다음 수유리에서 버스를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특히 청량리 기준으로 서울시계까지의 거리가 중앙선보다 경원선쪽이 훨씬 길다는 점, 특히 창동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경로에 비하면 환승로스를 감안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여러번 느끼셨을겁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서울지하철/수도권전철 계획 초창기에는 잠정 종로선의 청량리 이북 직결운행은 중앙선 청량리 - 덕소, 경원선 쪽은 추후 4호선 착수 시점에 4호선과의 직결운행 안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은 충분했을겁니다. 다만 중앙선 쪽은 본래 산업선 전철화로 추진된 곳이기에 중앙선 측의 기존역 개수 등 추가 사업을 누가 시행할 것인지를 놓고 사업 조직간 알력다툼으로 갈팡질팡하다 결국 어느쪽으로도 결론을 내지 못해서 현재의 방향으로 급거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경원선을 전철화하여 1호선과 직결시키고 4호선은 기점을 상계로 확정, 중앙선은 단계적 복선화라는 별도 트랙으로 추진한 현재의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비록 4호선은 일단 국철과 하등 관계없는 노선이 되지만 결국 얼마 안되서 안산선 개업과 1기 신도시를 계기로 다시 국철과의 직결운행 노선이 되는데, 이쯤되면 4호선과 국철의 직결운행은 사실상 정해진 운명 그 자체 아니었을까 싶은...
첫댓글오래된 글이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글 인게 1985년 서울특별시 다이어리를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다이어리 내의 서울시 지도를 보면 4호선은 쌍문에서 창동/상계 방향이 아니라 그냥 도봉로 직진이였습니다. 그 때면 이미 4호선 노선이 확정되어 공사중일 시절인데도 과거 구상을 그대로 지도에 적었다고 볼 수 있지요.
첫댓글 오래된 글이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글 인게
1985년 서울특별시 다이어리를 최근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다이어리 내의 서울시 지도를 보면
4호선은 쌍문에서 창동/상계 방향이 아니라 그냥 도봉로 직진이였습니다.
그 때면 이미 4호선 노선이 확정되어 공사중일 시절인데도 과거 구상을 그대로 지도에 적었다고 볼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