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챙겨먹고, 커피를 마신후 4시
47분에 집을 출발, 이천 형님 집에에 도착하니 6시 10
분, 중간에 기름을 넣은시간을 감안하면, 한시간 20분
이 걸린것이다. 밀렸다 하면 3시간 인데, 한가한 시간
은 이렇게 시간이 단축되는구나!!!
6시반에 이천 형님집을 출발하여, 중간에 한번쉬고, 슈퍼
에 들러, 막걸리,목장갑도 사고 아버지 산소에 도착한것
은 10시였다. 가깝지만 이곳 저곳에 훝어져 있는 할아버지
산소, 할머니산소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서열순대로
벌초를 한다.
먼저 풀깍는 기계로 크게자란곳을 한번 벌초한 후, 갈쿠리
로 풀을 걷어낸 뒤, 다시 깔끔하게 마감을 한다. 풀을 베고
나면, 금방 건초냄새가 남다. 건초냄새는 꽃향기처럼 달콤
하지 않지만 자연의 싱그러운 냄새가 가득하여, 그 냄새가
코를 즐겁게한다. 두번씩 예초기로 손질을 한 산소는 비
살짝 뿌린후의 골프장그린 처럼 깔끔하고 정갈하다.
작업을 하는 중 형님의 친구인 칠봉이 형이 지나 가길래
인사를 드렸더니 "삼송이 내려왔구나". 하길래 난 그만
화들짝 놀라버렸다. 이 형은 마을 사람들 말로는 산소의
상석을 잘못 놓아서 온집안이 어려움을 당하고, 본인은
국민학교 5학년때 부터 정신이 이상하게 된 분이다.
형님의 기억으로는 머리가 비상했다 하였는데, 국민학교
때 부터 고향을 떠나 있었고,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곳에
살았던 나를 기억하니, 그 칠봉형의 기억력이 불가사의
하게 느껴젔다. 사람의 기억력이 오락가락 한다지만
마추쳤던 칠봉형의 눈은 순하디 순한 맑은 평상인의 눈
이었다. 기억력이 돌아 온걸까? 형님 말로는 칠봉형의
일과가 마을뒷산을 하루에 몇번씩 오르내리는 것이고,
그건 아마, 들에 나가면 일을 거들어달라고 마을사람들이
부탁하니, 그게 번거롭고 집에 가만 있기는 몸이 건장하니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이산,저산으로 돌아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산소를 벌초하려가니 산소옆쪽에서 푸드덕하면서,
꿩 두마리가 날라간다. "역시 할머니묘소는 명당인가봐"
옛 어른들이, 말하기 구태어 어려운 풍수지리를 논할것
이 없이, 새나 짐승들이 즐겨찾는 장소야 말로 명당이다
왜냐하면 그런자리엔 자연의 기를 제일 민감하게 느끼는
짐승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에, 바람도 적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한 장소이니, 큰돈들여, 좋은명당
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돈없고 권세없던 옛날
머슴들은 나무하러 산에가면 그런곳을 찾아, 추운겨울엔
점심밥을 먹으면서 따듯한 점심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그런곳에 산소를 쓴후에 발복한
사람들이 많다는 전설이 있다. 반상이 엄한 옛날이지만
나름대로 세상은 평등했던 것이다.
5시 반이 되어 일이 마무리되고, 준비한 막걸리와 떡을
가지고 조상님 서열대로 절을 올린다. 상석위에 막걸리
를 따르고 떡을 올려놓고 절을 하는순간, 몇 시간전에
벌초한 건초냄새가 싱그럽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땀을 흘려 조상의 산소를 정갈하게 벌초하고, 그
풀위에서 절을 올리니, 맑은공기, 쉬원한바람 녹색속의
인간은 양탄자보다도 더 부드러운 솜구름 같은 풀위에서
머리를 기꺼이 대지위에 올려놓는다. "할아버지 저희후손
들이 이세상에서 쓸모있는 인간이 되게 늘 보살펴주시고
기도해주십시요, 할머니 저희들이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될수있게 기도해 주세요"
절을 올리는 후손의 마음은 넓고 넓은 정갈한 사당마루
에서 제사를 드리는 후손의 경건한 마음처럼 청정하고,
깔끔하다.
아버지 산소에서는 막걸리 대신 아들이 사온 보드카, 떡
대신에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햄버거를 상석위에 올려놓고
절을 올린다. 아버지 산소는 참 깔끔하다. 양옆엔 소나무
가 적당한거리로 에워싸고 있고, 평소의 아버지 인생처럼
터가 넓고, 전망이 시원하다. 이곳에선 팔공산도 쉽게 눈
에 들어온다. 술을 거의 못하셧던 아버지지만 손자가 사온
보드카는 아껴가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따르고 남은 술병을
상석옆에 놔두고 왔다. 아버지 알딸딸 하시지요? "알딸딸
이 무슨 말이냐?", 조금 술을 드시면, 딱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시간을 말함니다.
읍내에 내려가서 목욕탕에서 샤워를 한뒤, 저녁을 왜관의
기사식당에서 청국장으로 맛있게 먹고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이천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방에도 들어가지
않고 형수님에게 인사만하고 차를 몰고 집에 도착하니 1시
중부고속도로에서는 간만에 100Km에서 150까지 차를 바짝
땀흘리게 했다. 차도 늙었는지 140이 넘으면 소음이 제법
심하다.
20시간만에 일을 잘 끝내고, 돌아왔다. 오는도중 88도로
에서 옆차선으로 이동하는 데 습관대로 깜박이를 넣고,10초
정도 지난후에 차선을 바꾸니 뒤에 휙 차가 나타나는거야.
차가 나타난것이 아니고, 사각지대에 있는 차를 못보고 내
가 차선을 바꾼거라!!! 깜박이를 10초동안 켜고 바꾸지
않았으면 접촉사고가 생겼을수도 있었다. 으시시, 하느님
조상님이 돌보신 일이다.
첫댓글 나는 지난주에 벌초하고 왔는데, 世岩은 이번에 다녀왔구먼.. 벌초란 게 1년에 한번 조상님도 뵙고, 고향에서 친지도 만나고.. 참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