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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방가르드/시론 스크랩 내 시집 B자낙인
애기풀새 추천 0 조회 159 17.09.10 18: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송시월 시집 『B자 낙인』 / 고요한 작업. 이성혜 내게 온 책

2015.01.10. 15:27

복사 http://blog.naver.com/shl3741/22023585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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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월 시집 『B자 낙인』

 

                                                            예술가시선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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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월 시집 『B자 낙인』.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초록 거울’, ‘엔트로피’, ‘배꼽을 가르다’, ‘접신’, ‘불가사의’, ‘가을 텍스트’, ‘나의 생태 보고서’, ‘500CC 단풍’ 등을 주제로 한 시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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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는 시간과 공간,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의 반사놀이고 굴절놀이고 연성놀이다. 말, 관념, 상상을 세 꼭지점으로 하는초현실적 삼각형을 그린다. 말은 갑자기 돌출하여 비약하고 관념은 통념을 해부하여 낯선 이미지들을 연쇄적으로 호환하고, 상상은 무경계의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자유연상에 의한 상상력의 급진적 비약, 접속(接續)과 이접(離接)을 통해 시인은 사물과 언어, 육체와 정신, 숫자와 기호의 세계를 강박적으로 파고든다. 이 해부학적 집도에 의해 말과 현실, 기억과 시간은 갖가지 은폐된 얼굴을 드러낸다.

                                                                                               - 함기석(시인)

 

 

독일 대표적 자연주의 작가 하우프트만의 첫 단편 제목은「첼로지기 틸」이었다. 문제는 「첼로지기 틸」 아래 붙은 부제 ‘하나의 노벨레 연구’이다. ‘진기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란 뜻의 장르형식 ‘노벨레’를 취하면서 ‘하나의 노벨레 연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전통적 ‘몰입에 의한 독서’를 처음부터 거부했다. 문학예술시장은 전통적 의미의 문학예술사의 맥을 끊는, 새로운 양식의 문학예술을 요구한다.헤겔이 낭만주의를 기점으로 객관적 유머와 주관적 유머로서 ‘문학시장’을 나눴을 때, 이것은 ‘새로운 착상으로서 형식’을 기준한 것이다. 송시월에서 전통적 의미의 서정적 제목이나 전통적 의미의 완결된 한 편의 서정시를 말할 수 없다. 「“의자”에 대하여」「8자에 대하여」등의 제목은 “시” 제목이라기보다 논문 제목을 방불케 한다. 매우 의도적이다. 의도가 ‘현대성’의 표상이다. ‘자연과학의 시대’에 걸맞게 「게놈지도」「엔트로피」「해부학 교실」「유전자 변형」「외생변수 혹은 내생변수」등의 제목들 역시 ‘새로운 시’-‘새로운 시인’의 등장을 에감을 넘어 실감하게 하고 있다.

                                                                                - 박찬일(시인-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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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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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월 : 전남 고흥 출생. 1997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 『12시간의 성장』『B자 낙인』이 있다. 제1회 푸른시학상 수상.

       계간《시향》편집위원. 시류동인과 하이퍼시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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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自 序  ♥♡

 

나는 전생의 외과 의사였을까

낯익은 관념을 보면 그 내부가 궁금해 습관처럼 메스를 든다

무모하게 살가죽을 벗기거나 절개한 복부에서 말랑하고 비릿하게 태어난

핏덩이기호들, 어디론가 나를 끌고 다니며 재영토화시킨다

관념과 인습과 주체까지 사라져버린 무질서와 혼돈이 일렁이는 곳, 시의 원질이

눈발처럼 쌓이는 극한, 그곳에서 접신예식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시가 잉태된다

나침반도 없는 너무 낯선 유목의 길, 때론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새로

태어날 시에 대한 호기심이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늘 시린 맨발로 달리게 한다

 

날갯짓이 서툰 새 한 마리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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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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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5


제1부

백지 13/ 게놈지도 14/ 거울아 거울아 16/ 상상을 사다 19/ 말요리 21/ 10분 간 24/ 초록 거울 27/ 이슬여자 28/ 점·6 30/ 不可 不可 31/ B자 낙인 33/ 자하연 38/ 엔트로피 40/야단법석 43/ “의”자에 대하여 46/ 텔레비전 48/ 눈 오는 날 한라봉을 먹다 50/ 환승역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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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배꼽을 가르다 ―해부학 교실·1 57/ 접신 ―해부학 교실·2 59/ 사과를 깎으며 ―해부학 교실·3 61/ 막장 ―해부학 교실·4 63/ 포도송이 ―해부학 교실·5 65/ 버지니아울프를 위해 ―해부학 교실·6 67/ 양파·1 ―해부학 교실·7 69/ 8자에 대하여 ―해부학 교실·8 71/ 잡식가 ―해부학 교실·9 73/ 적도 ―해부학 교실·10 75/ 해가 서쪽에서 뜬다 ―해부학 교실·11 77/ 제의 ―해부학 교실·12 79/ 천태산 ―해부학 교실·13 81/ 아침 비비비 ―해부학 교실·14 83/ 유전자 변형 ―해부학 교실·15 84/ 이사 가는 날 ―해부학 교실·16 86/ 콜람 ―해부학 교실·17 87/ 점묘화 ―해부학 교실·18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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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go go 93/ 나비 96/ 불가사의 98/ 다이빙 하시는 하느님 100/ 예니 체리 102/ 세탁기 104/ 정리에 대한 변 106/ 가을 텍스트 108/ 6 109/ 공매 111/ 비염 114/ 이촌역 2번 출구 116/ 은행털이 118/ 잔소리 120 제4부 공무도하가 125/ 퐁퐁퐁 칙칙칙 127/ 사막 129/ 아차산 130/ 푸코씨 미안해요 131/ 폭설 133/ 나의 생태 보고서 135/ 태풍 주류 비와 비주류 비 137/ 오렌지 139/ 파리국립도서관에 가다 141/ 헤쳐 그리고 모여 143/ 그는 태풍주의보를 배양중이다 145/ 십일월 147/ 500cc 단풍 148/ 채송화 149/ 외생변수 혹은 내생변수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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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 송시월의 시세계 : 문덕수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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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지도

(송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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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바다를 뜬다

파래줄기가 하늘거린다

석쇠 우에다 엎었다 뒤집었다 구워낸

검푸른 지방도로 한 장

떨어져 나간 왼쪽에다 의수처럼 붙여본다

 

고주파로 때려오는 눈발들

 

한낮 마당에 반듯하게 눕는다

눈의 마농지에 탁본된 내 오른쪽

먹지 같은 왼쪽에서

탕, 탕, 탕, 탕,

빈 나뭇가지에 매달린

12월 몇 잎

파르르 떨다 떨다 떨어져 서해에 수장된다

 

파래김 한 장에다

구름에 가린 반쪽이 해를 싸서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고픈

내 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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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자 낙인

(송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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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우주복을 입고 달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요

 

태아로 웅크려 달달달 주문을 외우자

무중력으로 떠올라요

 

달의 사생아인 나, 사식으로 들어온 별빛을 먹어요

환하게 열리는 500만개의 내 모공

태양동기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데 살짝 스치는 트리톤 표면에

크레바스가 생겨요 저 얼음동굴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

모래알 같은 말똥구리별들 반짝반짝 눈을 흘겨요

수많은 갤럭시들 X자로 꼬리를 흔들어요

 

배냇짓처럼 꿈틀 몸을 틀자 무한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나를

설산의 백발들이 휘감으려 해요

공처럼 둥근 파란 지구의 귀퉁이에 한 점 여자가 보여요

“희경아 고모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요

나보다 훨씬 늙어버린 토론토의 내 조카, 고향에 계신 중풍 앓는 아버지를

생각한 듯 록키산맥을 눈빛으로 밀어내고 있네요

 

칸,칸 불을 켠 커다란 물체 내 각막 안으로 꿈틀꿈틀 굴러와요

매일 밤 잠속을 달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 불빛에 매달려요

알혼섬은 보이는데 징기스칸의 무덤은 보이지 않네요

 

내 눈빛과 엉덩이의 몽고반점이 내뿜는 오로라

새벽의 여신인 내가 멋진 빛의 향연을 펼치고 있어요

빛살을 살찌우는 바이칼의 물빛

현란한 빛줄기를 타고 달이 바이칼호로 사뿐 내려앉아요

 

내가 태어난 시월의 끝, 늦잠이 눈꺼풀에 방울방울 매달린 너무 춥고 어두운 아침 여섯시

발랄라이카* 물리듬에 맞춰 춤을 추어요

밤과 낮 사이

내 발바닥과 수심 사이

살얼음어둠이 바삭바삭 으깨져요

뭉클 젖무덤이 밟힌가 싶더니 나를 밀치며 해가 치솟아 올라요

아직 오물*을 만나지 못했는데 부글부글 끓는 파문이

허기진 나를 유형으로 내쳐요

 

우랄산맥, 굵은 자작나무팔뚝들이 마구 채찍질을 해요

나더러 소금밭이 되라 하고 은이나 금이 되라 하네요

이놈의 우랄을 바이칼에 수장시켜버릴까 생각중인데 지질판이 흔들려요

쇠줄에 묶여 끌려오는 도스토예프스키 디보프스키* 라디시체프를 비롯한

데카브리스트들* “영광스러운 그대들 신성한 내 품에 안기라”

바이칼은 입술을 장엄하게 일렁거려요

 

(물질은 퍼 담고 인간은 내다버리는 곳, 시베리아)

시리디 시린 자유의 물빛으로 정화된 내가 원석처럼 뭉쳐져 굴러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달항아리 앞

알에서 갓 깨어난 나와 퇴화된 내가 합성되어요

나의 이동 경로와 자유의 성분을 정리한, 달이 쓴 서사

네게 전송되지 않네요

 

원석을 굴리면 달을 훔친 내 코에 B자* 낙인이 선명해요

둥둥둥 북을 울려 달내림을 받으려던 내가 달을 부셔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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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전통 악기

* 바이칼호에 사는 물고기

* 폴란드 출신 유형수로 수형이 끝난 후에도 시베리아 동쪽 끝이자 북쪽 끝인 캄차카 반도에 들어가 의사로 활동하면서 지질학과 동물학 연구를 하였다

* 러시아의 전제정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농노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라디시체프의 저서『페테르브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에 동조하여 1825년 전제정과 농노제를 폐지하고 입헌체제와 법치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무장 봉기를 기도하다 실패한 러시아 최고의 지식인(시인 장교 귀족 포함) 집단이며 2명은 차열형, 5명은 교수형을 당했고 124명이 유형을 당했다

* 17세기 후반 절도범에게는 얼굴에다 키릴 문자 대문자 B자 낙인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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