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41) - 역답사(아주 작은 역들)
- 각계역-지탄역-개포역 -
역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곳에 사람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지방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사람들은 사라지면서 역도 사라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 있던 수많은 역들은 문을 닫았고 다만 이름표만 남긴 채 아무도 찾지 않은 공간이 되어 달리는 기차 소리만 공명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사업의 원칙이 전국 열차역들의 생명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라면 사라졌어야 할 역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는 곳이 있다.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역 주변에서 바라보면 그저 침묵만이 흐르는 곳에, 묵묵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역들이 있다. 어쩌면 조만간 사라질 운명을 지닌 그 역들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자랑스럽다. 아직도 자신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열차가 거의 정차하지 않은, 열차를 타고 갈 때도 역이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곳에 숨은 듯 위치하고 있는 역들을 소개한다.
영동의 <각계역>은 열차가 양 방향도 아닌 한쪽 방향으로만 한번 정차하는 특이한 역이다. 떠난 기차가 있다면, 돌아올 수 있는 기차편이 있어야 하지만 돌아오는 기차는 없다. 출발하지만 귀환하지 못하는 기차는 이 곳을 떠나라는 메시지인가? 특이한 열차 편성이 아닐 수 없다. 역은 이름표도 보이지 않고 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지 않는다면 역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은폐되어 있다. 역 바로 옆에 터널은 차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고 위험하다. 터널 너머에는 집 한 채가 외로이 서 있었다. 정말로 고독한 장소에 고독한 모습으로 역이 서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 장마로 역은 운영되지 않은 채 굳게 문을 닫고 있었다. 역은 고독하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다만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옥천의 <지탄역>은 단정하고 정결한 인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하루 양방향으로 한 번씩만 정차한다. 하지만 <각계역>과는 달리 지탄역에서 나오면 여유로운 공간과 만날 수 있다. 조용하지만 정갈한 마을이 있고 조금 더 이동하면 ‘금강’의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농촌의 고요를 맛보고 싶다면 그 자체로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 푸른 벼들은 익어가고 있고, 마을길은 여기저기 집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 마을을 감싸고 흐르고 있는 금강의 물줄기는 농촌의 풍요로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탄역>은 일본의 지방역과 결연을 맺고 있어 제법 언론에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내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였다. 역 플랫폼은 잘 갖추어져 있으며 평안한 인상을 주었다. 역 앞에 간이의자를 내놓고 앉아 휴식을 하면 좋을 정도의 공간도 있다. 여유와 고요 그리고 평안을 만날 수 있는 역이다.
경북선의 <개포역>은 회룡포 마을 관광을 마치고 택시로 이동했다. 원래는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열차를 이용하여 김천을 거쳐 천안으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들어가면서 무언가 막혀 있는 마을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은 넓은 길과 풍경이 아니라 좁은 마을로 막혀있는 숨어있는 공간이었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면서 본 길들도 낡은 집들이 위치하고 있는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역사 안을 한번 둘러본 후 나오니 택시가 아직 서있다. 특별한 매력이 없는 이 곳에서 3시간 이상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을 듯싶어 다시 택시를 타고 <용궁역>으로 이동했다. 마을이 있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는 개포역은 주변에 공군비행단이 있어 운영되고 있는 역이다. 그래서 이용객도 대부분 공군병사들이다. 열차는 다른 경북선 열차역과 같이 양 방향 5번 정도 정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장 이용이 적은 역이라 할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머무름이지만, 역에 대한 인상은 닫힌 공간이라는 점이다. 나갈 곳을 잃어버린 역의 모습은 역이 주는 낭만적인 ‘떠남’보다는 고립된 ‘머뭄’이라는 기억만이 남을 뿐이다.
첫댓글 - 불러줄 이름만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역은 아직 행복한 역이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