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연구원(www.igm.or.kr) 이사장인 전성철박사가 있다. 이 분은 세종대 재직시절 최고경영자과정을 운영하다 대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학습기관을 만들면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 세계경영연구원을 설립하였고 재벌기업 및 중견기업의 총수를 학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이후 입 소문을 타며 이 연구원은 번창일로를 걷고 있다.
몇 해전 이 분이 TV방송에 출연해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분 주장의 결론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있다. 홈페이지를 가봐도 그렇게 적혀있다. 그런데 강연도중 충격적인 주장을 하였는데 대체로 기억을 더듬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국가였던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또 다시 답보상태에 빠져있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 그 이유는 바로 일본국가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열심히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는 반면 일본의 해외유학생은 매년 감소함으로써 외부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소홀히 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인구가 정체 내지는 감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노동력부족으로 임금이 올라 경쟁력이 상실된 결과다.”
청중은 그 분의 열변에 벌써 푹 빠져있는 듯 했다. 이제 그 분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환경에 놓여있다.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이 부족하고 3D업종을 내국인이 하지 않으려 하고 임금은 날로 치솟고 이래선 미래가 없다. 따라서 대규모 이민을 허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단일민족의 폐쇄성과 족쇄를 벗어버리고 글로벌 국가로 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래야 우리가 일본을 이기고 세계 1등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고 역설했다. 그 분의 강연이 끝나자 사회자와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열강에 화답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 그 분의 의도가 장차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와 같은 지지를 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 분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좀 더 친절하게 “제가 말한 대로 정책이 전개되면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고통을 당할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도 그 고통분담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말해 주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하지만 그 분은 모든 정책이 갖는 빛과 그림자 중에서 그다지 분명해 보이지도 않는 한 줄기 빛만 강조한 것이다.
이 분은 원래 법학을 전공한 분이라 경제학자의 입장에선 논의의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겠으나 재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익을 위한 논리를 생산해 열심히 전파하는 상황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이 KTV에 나와서 우리나라가 다문화와 이민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일본의 추락에서 찾는 것을 보고, 전박사의 주장이 다문화 지지자들을 위한 논리적 수단으로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이르렀다.
자 그럼 일본경제의 정체가 이민 등의 폐쇄성 때문인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서 여기선 누구나 아는 얘기로 전박사 논리의 치밀하지 못한 허구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유럽에서 변방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영국은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유럽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이후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켜 팍스브리타니카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세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미국에 자연스레 그 지위를 넘겨주었고 1930년대 이후부터는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전개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이 쇠퇴하고 팍스지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이렇듯 세계경제의 패권은 한 나라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를 ‘선진국함정’이라 부른다. 일본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한 때 미국의 지위를 이어받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로 부강한 나라로 발돋움했다. 주지하다시피 영국과 특히 미국은 여전히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가진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의 정체성은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전박사와 석본부장의 논리대로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왜 일본에만 적용되고 미국과 영국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미국과 영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대국들은 모두 그간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전개하였다. 오히려 일본만이 예외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EU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 이제 그들은 그 원인을 오히려 개방적인 이민정책 때문이라고 앞 다투어 고백하고 있을 정도다.
전박사와 석본부장은 지극히 예외적인 일본을 예로 들어 개방적 이민정책의 정당성을 부르짖고 있다. 그들의 얘기에 대규모 이민이 초래할 가공할 위험과 폐해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한국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학생 수에서 아예 해외유학을 기피하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인구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인도를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던 나라다. 아이비리그만을 따져도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민족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유태민족에 이어 한민족이 2위를 차지했다. 오늘날 많은 이스라엘 지식인들은 한민족이 유태민족과 유사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한-이 협력을 강화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대도 전박사의 말처럼 단일민족으로 계속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선 것은 뛰어난 지도자와 산업영웅들, 강한 교육열, 우수하면서도 근면한 국민성, 해외로의 진출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진취성 등이 결합된 결과이다. 그러나 그간의 일본을 보면 빈부격차를 확대함으로써 일본경제의 가장 강점이었던 중산층을 약화시킨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고이즈미 이래 지속된 지도자의 무능과 약해진 근면성, 해외진출을 기피하는 개방성 부족 등 우리와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오늘날 당면한 문제점은 90년대부터 시작된 민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기회와 조건의 평등화가 아닌 결과의 평등화를 강조하는 좌파정권으로 인해,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고 ‘경제적 평등화’와 ‘과도한 복지’를 추구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훼손되는 소위 ‘중진국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율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20년 후 도저히 해결이 안되면 그때부터 이민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첫댓글 해외유학생의 감소로 외부지식을 받아 들이는데 소홀히 하였다? 참 이런 엉터리가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다니 어이가 없네..일본은 세계의 지식이 모인다고 보면 된다.
쉽게 일본의 서점에 가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없는 것이 없다고 보면 되고 ,일본인들은 사람에 대해서는 폐쇄성이 있지만 문화나 지식에 대한 그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왠만한 오타쿠가 한국의 전문인보다 절대 안떨어질 걸..
일본의 코이즈미의 개혁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미국의 국제금융리더들의 의도를 반영한 것일뿐..사회 양극화의 심화? 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진행된 하나의 결과물이지...우리나라도 아이엠에프이후 심화되었지..??
우리나라도 개혁이 한창이었지..아마..
작년에 tv에서 이원복이 나와 일본에 대해 이바구를 푸는데 위의 전성철이 주장하는 것과 흡사한 내용이더군요. 다문화 좋아하는 것들은 강연할때도 메뉴얼이 있는 모양입니다.예전에 전성철이가 어느 대기업 사외이사를 하다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어 구설수에 오르고 망신을 당한적도 있죠.폐쇄성 때문이라면 일본은 왜 60~80년대에 그렇게 잘 돌아갔고 서방으로 부터 재팬에즈넘버원 소리까지 들었을까요. 일본경제가 찌그러진건 무능한 정부 무기력한 정치인 입김세고 느려터진 관료들이 제때에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손가락만 빨다 그렇게 된것은 아닐까요.
저는 아직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안읽어봐서 그 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원복 만화로는 어릴적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정도만 접해봤습니다. 이원복이가 작년에 일류로 가는 길이란 프로에 나와 다문화 선동하면서 전성철 처럼 일본을 예로 들면서 폐쇄성 어쩌구 지껄이더군요.
이원복이는 옛날부터 다문화선동가였습니다. 92년 la 폭동당시에도 라디오에 출연하여서 흑인들을 되려 옹호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그 사람이 옛날 서독에 오랜기간 유학했었다고 하네요. 그당시 왜소한 유식인종으로써 느낀 소외감 따위가 많았을겁니다.
단군자손님의 글을 보니 대단히 깊이가 있으신 분이시네요..이카페의 현자이십니다. 좋은 글 바쁘시겠지만,자주 부탁드립니다 공부가 되네요..
전성철이 잘 모르는 사실 한가지, 일본은 이미 오래전 부터 비슷한 전공이라면 인재들의 자국내 국립대학 박사학위를 미국 유명대학 학위보다 비교우위에 놓고 있음. 아마도 일본놈들 자신감 때문에 그리 된 것 같음.
다문화는 스스로의 족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결국은 다문화로인해서 사회문제가 야기될것이며 이는"자승자박"입니다.
기득권자들의 자신의견 피력시 자신의 처지는 예외로 하고 말을 합니다.
자신들도 중산층이하의 국민들 입장에서의 눈 높이로도 바라볼 줄 알아야, 나라와 국민들에게 진정한 예지력을 말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장이 너무 편향적이고 주관적이며 대변적인 성향이짓습니다.
단군자손님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