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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조호정 씨가 대치동으로 이사한 것은 올 1월. 방 세 개, 화장실 한 개, 다용도실, 거실과 부엌, 베란다로 이뤄진 아파트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도망가는 통로 정도로 가끔 등장하는 쓰레기 배출구가 있을 만큼 오래된 구조. 결국, 20일 가량의 공사 후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얻은 것과 포기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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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개조, 생각은 하면 할수록
공사하는 데 소요 기간은 약 20일, 그리고 공사를 시작하기 전 이 부부가 머리를 싸맨 기간은 약 60일. 총 80일의 기간 동안 조호정 씨 부부는 온갖 ‘버전’의 조감도를 다이어리에 그려보면서 개조를 준비했다. 제1번 해결 공간은 바로 부엌. 오래된 구조라서 31평형임에도 불구하고 안방이 지나치게 큰 반면 부엌은 비좁았다. 여기에 따로 식탁을 놓자니 부엌과 거실의 경계가 없어져서 난잡해 보일 게 뻔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아일랜드식 부엌’이다. 조리 공간과 식사 공간을 일체화하니 낭비되는 공간이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부엌과 거실의 경계도 생겨서 그야말로 일석이조, 금상첨화의 선택이 됐다. 식탁 부분의 상판은 양 옆을 돌출되게 해서 앉았을 때 무릎이 불편하지 않다. 그 아래로 거실쪽 면은 각종 음악 CD와 DVD 타이틀을 부엌쪽 면은 그릇을 수납했다. 틈이 없는 일체형 싱크대 상판과 함께 장은 모두 사제로 맞추고 한샘의 식기건조기를 설치했다. 가스레인지 상판을 싱크대와 맞추기 위해서 흰색을 구하느라고 조금 애먹었단다. 자, 일단 이렇게 부엌을 거실로부터 떼내고 나니 냉장고 자리 찾아주는 것이 문제. 결혼하면서 구입한 냉장고를 싱크대 옆으로 놓자니 거실이 답답해 보이고, 그렇다고 다용도실 앞에 세울 수도 없었다. 해결책은 다용도실을 없애고 냉장고를 옆으로 밀어넣는 것. 그런데, 이 아파트 구조상 다용도실을 없애려면 위층과 아래층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할 수 없이 처음에 생각했던 시공업체가 아닌 이 아파트 단지를 주로 시공해온 업체와 계약했다. | |
이미 비슷한 경우를 많이 처리해본 노하우가 있어서 공사는 수월하게 진행됐지만 의견 조율이 안 되거나 가격이 맞지않아서 원했던 것들을 다 고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냉장고를 넣으면서 세탁기도 빌트인 개념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중저가의 드럼세탁기여서 처음부터 소음이 컸던데다 제대로 된 빌트인이 아니어서 세탁기를 사용할 때 소음이 굉장히 크다. 저녁에 퇴근해서 빨래를 돌리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 출근해 있는 동안 끝나도록 세탁기를 예약해놓지만 아무래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란다. |
방 세 개 중에서 유일한 남향인 안방은 아이방으로 내주었다. 종일 밖에서 지내다가 밤에야 집에 오는 자신들보다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가 밝고 쾌적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부부의 의견. 북향인 나머지 두 개의 방 중에서 현관 좌측은 부부침실, 우측은 옷방으로 사용했다. 옷방은 이전부터 사용하던 조립식 행어를 세워서 옷을 정리했다. 문제는 침실. 방이 작아서 이전부터 사용하던 퀸 사이즈의 앤티크풍 침대가 들어가기 어렵게 된 것. 결국 벽을 허물었다가 다시 나무로 된 가벽을 세우고서야 침대는 여유 공간 없이 방에 꽉 차게 들어갔다. 그리고 여닫이문 대신 벽 속으로 들어가는 미닫이문을 만들어서 부족 공간을 해결했다. 거실쪽을 향하는 옷방 벽에는 부족한 수납 공간을 보충하기 위해서 붙박이장을 짜넣고 겨울옷은 비닐 커버로 싼 뒤 절반씩 포개서 수납했더니 훨씬 많은 양의 옷을 정리할 수 있었다. 칸막이 설계가 제대로 안 돼서 생각해낸 궁여지책이지만 오히려 도움되는 수납법이 됐다. 베란다는 특별히 거실을 확장하지 않고 타일만 교체해서 남겨뒀다. 비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자라면 화초라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여전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거실은 TV를 어느 방향으로 놓을지 결정을 안 한 상태여서 할로겐 등을 양쪽 벽에 모두 설치했다. 할로겐 등은 후에 그림을 사서 하나하나 벽에 장식하게 되면 사용하기 위한 것. 단, 식탁 위에는 더운 할로겐 등 대신 삼파장 형광등을 달았다. 거실 천장에는 높이를 고려해서 매립등을 직접 구입해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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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만큼, 과욕이 없는 집 개조
조호정 씨네는 딱 원하는 만큼, 필요한 만큼만 개조가 이뤄진 ‘과욕이 없는 공간’이다. 원하는 분위기의 공간에 관해서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애쓴 만 큼 애착이 가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해버리는 과욕은 부리지 않았다. 그런만큼 이 집은 사는 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공간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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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쩔 수 없는 방 크기 요즘 추세에 안 맞게 큰 안방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져버린 작은 방에 침대를 집어넣으려다 보니 벽을 허물어야 했다.
2 맞벌이의 공사 감독 원래 몰딩은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한 심플한 것으로 하려고 했는데 맞벌이라서 2~3일 만에 와보니 이미 공사를 해버린 후였다. 맘에 안 들어서 떼내고 다시 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공사가 커진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집 개조는 항상 주인이 옆에서 체크, 또 체크해야 할 듯.
3 삐뚤어진 벽, 벽, 벽 아이보리색의 걸레받이는 플라스틱 소재인데 언뜻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삐뚤어져 있다. 다름 아니라 반듯하지 못한 벽 때문. 그나마 탄력이 적은 나무 소재의 걸레받이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했기에 비교적 벽에 잘 붙어 있는 셈이다. 오래된 아파트에선 걸레받이도 제대로 설치하기 어렵다.
4 처음부터 낮은 천장 원래부터 쓰던 조립식 책장을 가져왔지만, 요즘 아파트에 비해 천장이 낮아서 제대로 세울 수가 없었다. 맨 위 상판을 빼내고 옆으로 툭툭 쳐서 세우긴 했지만 천장 벽지가 훼손됐다.
5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공간 냉장고를 다용도실 자리에 넣었는데 아파트 구조상 그 뒷벽을 깎아낼 수가 없어서 냉장고가 앞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 버리는 배출구의 구조 변경이 금지되었던 것. 역시나 오래된 아파트 개조에서의 한계.
6 성급한 공사 스케줄 붙박이장을 급하게 맞췄는데, 납기일이 촉박하다보니 업체에서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막상 그것을 확인했을 때는 남편도 해외출장을 가고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부분. 붙박이장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주문하는 것은 물론 중간중간 스케줄을 체크해야 할 듯.
7 옛날식 전기 배선 TV 놓은 뒤쪽에 줄줄이 설치된 콘센트. 이 역시 절대 없애거나 가려서는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남겨놨지만 이해할 수 없게 높은 위치에 달려 있어서 눈에 거슬리는 걸 피할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