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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05
S#1. 백화점 명품 신발 코너
미란을 사이에 두고 서있는 지은과 세훈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 감돌고…
미란 : (지은과 세훈 사이의 긴장감 눈치채지 못한, 밝은 목소리) 지은아, 나랑 결혼할 사람, 우리 윌,이야!
지은 : (얼굴 하얗게 질려 눈빛 흔들리며 보는) …
세훈 : (미란과 친구라는 사실이 당혹스러운, 지은과 시선 맞추는데 그 눈길 복잡한) …
미란 : (순간 생각나, 세훈 향해) 어머, 쇼핑백 두고 왔네! (지은 향해) 잠깐만… (휠체어 밀며 나가려는데)
세훈 : (동시, 미란 향해) 내가 갔다 올께.
미란 : (미소짓는) 괜찮아요, 바로 옆 매장인데요 뭐. (휠체어 밀며 나가는)
지은 : (동시, 세훈 외면하며 돌아서려는데)
세훈 : (동시, 차갑다) 여전하군. (시선, 지은의 손에 들린 한아름의 쇼핑백에 향해 있다)
지은 : (돌아보는) …
세훈 : (비아냥) 팔십 켤레나 되는 구두가 모자라나 부지?
(시선 맞추며 보는) 당신, 사치스러운 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질 않는군!
지은 : (빈정거림에 멈칫하는)
세훈 :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눈빛은 차가운) 십 년만인가, 우리?
지은 : (수치심과 분노에 손에 든 쇼핑백 꽉 움켜쥐고, 쏘아보는)
세훈 : (여유만만이다) 같은 하늘 아래 살다보니 이렇게 만나네…
지은 : (시선 피하지 않으며 톡 쏘는) 그러게요. 피차 반갑진 않지만!
이때, 휠체어 탄 미란 들어서고…
세훈, 미란 향해 미소지으며 다가가는…
동시, 돌아서는 세훈의 뒷모습 보는 지은의 눈동자 복잡하다, 그러다 외면하는데…
S#2. 매장 입구
세훈, 미란이 탄 휠체어 밀며 매장 입구 나서고…
지은, 몇 걸음 뒤쳐져 걷고 있다.
미란 : (지은 향해) 같이 점심하자. 응? (세훈 향해, 애교스런) 그래도 되죠?
세훈 : (건조한) 좋을 대로.
지은 : (오버랩, 당황한, 미란 향해) 다… 다음에 오늘은…
미란 : (오버랩, 지은의 팔 붙잡으며 조르는) 얘는, 우리 십 년 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질 순 없지! 그럼 차라두 한 잔 하자.
(시야에 일각 커피숍 들어온다) 저깄다!
지은 : (그저 당황스러운데) …
S#3. 백화점 내 까페
지은, 세훈 그리고 미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세훈 : (왼손으로 스푼 들어 미란의 커피 잔에 설탕 넣어 저어주고 있다)
미란 : (행복한 얼굴로 세훈에게 착 달라붙어 앉아 있고)
지은 : (맞은 편에 앉아, 찻잔 잡는데 그 손 미세하게 떨리는)
세훈 : (그 모습 놓치지 않고 보는데)
지은 : (동시, 세훈의 시선 느끼자 얼른 찻잔에서 손떼는)
미란 :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세훈 향해 미소지으며) 어쩜 내 입맛을 이렇게 잘 알아요!
세훈 : (미란 보며, 어둡게 웃는)
지은 : (그런 둘의 모습 외면하는)
미란 : (지은을 보며 그러다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세훈을 바라보며) 우리 윌, 정말 모든 게 내 맘에 쏙 들어!
… 나한테 이렇게 잘 하구!
지은 : (태연한 척 애쓰는) …
미란 : (행복에 겨워) 이 사람, 내가 지금까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최고의 선물일 꺼야!
작년에 뉴욕 있을 때, 크리스마스 자선 파티에서 만났거든. (지은 향해 웃으며) 어때? 니가 봐도 우리 윌 멋있지?
지은 : (난감한) … 응
세훈 : (동시, 시선 피하는)
미란 : (세훈의 손잡으며) 마음두 따뜻하구, 위트도 넘치구, 그리구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야. 이번에 우리 윌이…
(말 이으려는데)
세훈 : (오버랩) 당신 친군, 내 성공담에 관심 없을 꺼야. 당신처럼 모든 사람이 내 개인사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니까.
(지은, 보는)
지은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
미란 : (지은 향해) 그러구 보니까 너무 내 얘기만 했네! 엄마 아빠 잘 계시지? (농담하는) 니네 아빠 여전히 호랑이시니?
지은 : (순간 무의식적으로 세훈 차갑게 보는 그러다 시선 돌리며, 말하기 싫은) … 돌아가셨어!
미란 : (놀라) 어머! 언제?
세훈 : (동시, 놀라지만 표정 감추는) !
지은 : (덤덤한 목소리로) 한참 됐어.
세훈 : (시선 맞추며 보는, 놀랍고 안쓰럽지만 애증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죠.
지은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의미심장한 낮게) 그 충격이 아무리 크다해두 다 살아지게 돼 있죠… 사람이란 게…
세훈 : (잠시 차갑게 보다 담배 꺼내 물며 지은 향해) 담배 좀 피겠습니다!
미란 : (분위기 바꾸려는 듯 지은 향해) 지은아, 나 당분간 한국서 지낼 거니까 우리 자주 보자!
앞으로 너한테 결혼생활에 대해 조언도 좀 구해야겠다!
지은 : (그저 당황스러운데) …어
미란 : (농담하는) 너 아직두 니 남편 그렇게 좋아하니?
세훈 : (동시, 얼굴 굳어지는)
지은 : (동시, 미란의 말에 더욱 당황하는)
미란 : (세훈 향해, 지은 가리키며) 얘, 얼마나 난리치구 결혼했다구요!
(눈 찡긋하며) 나중에 지은이 러브스토리 내가 들려줄게요.
세훈 : (오버랩, 미란 향해, 담배 끄며 불편한) 이제 그만 일어나지, 최박사님 왕진 오신다구 했잖아.
미란 : (시계 보며)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지은 향해) 나, 물리 치료받는 날이거든. 참, 내 연락처 가르쳐 줄게.
지은 : … 그, 그래. (핸드백에서 수첩과 만년필 - 십 년 전 세훈과 같은 모양의 만년필이었던 - 꺼내 미란에게 건네는데)
세훈 : (순간, 지은이 꺼낸 만년필보고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지만 서로 바꿔가졌던 만년필이기에 옛 생각이 나는- 얼굴 굳는)
지은 : (그제야 무의식중에 꺼낸 자신의 만년필 보며 아차… 하는)
미란 : (지은에게 자신의 연락처 적어 건네며) 꼭 전화해야돼!
지은 : (수첩 핸드백에 넣으며) 응… 그래. 나 먼저 갈게. (세훈과 시선 마주치는)
세훈 : (그대로 보는) …
지은 : (그 시선에 붙들려 보는, 그러다 목례한 후 앞서 걷기 시작하는)
세훈 : (멀어지는 지은의 뒷모습 바라보는, 그 눈빛 슬프고 복잡하다)
S#4. 버스 정류장
지은, 쇼핑백 들고 버스 기다리고 있다.
CUT - 세훈의 차안
세훈과 미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다.
세훈, 지은과 미란이 친구라는 사실이 아직도 충격인지
손에 든 담배재가 떨어지는 지도 모른 채, 그저 복잡한 얼굴로 차창만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미란, ‘윌’ 하고 부르며 세훈의 손에 든 담배 빼앗아 재떨이에 끄는.
세훈 : (그제서야 보는데) …
미란 : (환하게 웃으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세훈 : 아냐, 아무것도!
미란 : (세훈의 흘러내린 머리카락 다정스레 넘겨주는)
세훈 : (보며 미소짓는데, 얼굴 어둡다)
동시, 세훈의 검은 벤츠, 지은 앞을 지나치고…
순간 지은, 시야에 다정스런 세훈과 미란의 모습이 들어오자 이내 착잡해져 고개 돌리는.
한편, 버스 정류장에 멈춰서고…
지은, 서둘러 버스에 오르는.
S#5. 미장원 (동 시각)
영은, 머리에 퍼머 세팅말고 의자에 앉아 있다.
영석(소리) :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일각에 앉은 영석,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잡지보고 있다.
영석 : (영은 향해) 야! 글쎄, 기억 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결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 여자가 전 부인 동생이란다!
(궁시렁) 그럼 이제 세 사람 촌수가 어떻게 되는 건가!
영은 : (관심 없는) 남의 일에 신경 끄고 아까 산 핸드백이나 가져와 봐.
영석 : (잡지 덮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쇼핑 백 들고 와 영은 앞에 내미는) 너 오늘 돈이 뎀비냐?
옷에 구두에 핸드백에 이렇게 비싼 미용실에서 머리까지 하구…
영은 : (쇼핑백에서 핸드백 꺼내 보며 거짓말) 눈 먼 돈이 좀 생겼어, 울언니, 나한테 빚이 있거든!
그 빚 다 갚으려면 아직두 멀었지만…
영석 : (무슨 말인가 하다, 수상하다는 눈으로) 혹시 어디랑 계약했냐?
영은 : (오버랩) 계약? (서린 그룹 전속 모델 오디션 떠올리며 자신에 차) 물론 조만간 꽝~ 하고 도장 찍을 거야!
영석 : 정말이냐? 그럼 나 옷 한 벌 뽑아주나?
영은 : (힐끗 보며) 너 하는 거 봐서!
S#6. 리빙 헬프 사무실
홍차 티백이 담긴 투명 찻잔에 뜨거운 물 부어진다.
지은, 그 찻잔 들고 자신의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데…
- P CUT / 백화점 신발 코너 (※5부 1)
미란을 사이에 두고 서 있는 지은과 세훈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 감돌고…
미란 : (밝은 목소리) 나랑 결혼할 사람, 우리 윌, 이야!
찻잔에는 스멀스멀 붉은 색깔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고…
- P CUT / 지은의 방
붉은 차압 딱지가 붙어있는 방안…
지은, 소복 차림으로 방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화기만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다 결국 전화기를 집어드는… 신호음 가다 이어 탈칵 하며 받는.
지은 : (말문 막혀) … 세훈씨? … 나야…
세훈(전화) : (잠시 대답 없는) …
지은 : (용기를 내) 나… 지은이…
세훈(전화) : (낮고 냉정한)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지은 : (순간 충격에 차마 도와 달라는 말 못하는) …
세훈(전화) : (매섭고 차가운) 갖고 노는데도 정도라는 게 있어! 두 번 다시 나한테 연락하지마.
(소리) : 딸깍 전화 끊기는 소리.
지은, 여전히 먹먹한 채로 굳어있는, 그러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진다.
그리고 끊긴 수화기를 그대로 든 채 세훈에 대한 미움과 분노에 이를 악무는…
동시, 손에 쥔 수화기를 힘주어 움켜쥔다.
찻잔은 이미 검붉은 색으로 변해있다.
지은, 부질없다는 듯 고개 내젓는. 그러다 핸드백 열다 시야에 만년필 들어오는…
이어 만년필 꺼내 들어 잠시 보는… 책상 제일 아래 서랍 열어 작은 상자 꺼내는데…
상자 뚜껑 열어 보면, 자신의 것과 같은 모양의 만년필
(※십 년 전 사랑을 약속하며 바꾸어 가졌던, 그러나 이혼 후 지은이 모두 갖고 있다) 들어 있다.
자신의 만년필과 뚜껑 한 쪽이 찌그러진 세훈의 만년필을 쓸쓸히 바라보는 그 모습 위로…
지은(소리) :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을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대.
지은, 깊은 한숨 내쉬며 만년필이 든 상자 뚜껑 닫는.
그리고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복잡한 얼굴로 창 밖을 내려다보는데, 그 눈빛 수심과 회한에 젖어 깊고 슬프다.
한편, 거리엔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 보이고…
S#7. 고속 도로
무섭게 질주하는 정민의 스포츠카 모습 위로,
쾅쾅대며 흘러나오는 헤비메탈 음악이 마치 도로를 집어삼킬 듯 한데…
CUT - 정민의 차 안
오디오에선 쾅쾅대는 헤비메탈이 흘러나오고…
한편, 핸들 잡고 있는 정민의 얼굴은 그저 무표정하다.
엑셀러레이터를 더욱 힘껏 밟는… 속도계의 바늘이 180까지 올라가고…
S#8. 한적한 무덤가
불어온 바람에 무덤가의 풀들이 포르르 흔들린다.
그 풀들을 가만히 쓸어보는 손. 다가가면 정민이다.
정민 : (농담처럼 툭 내뱉지만 씁쓸한) 잘 있었냐?
5분 늦게 나와 억울하다구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더니, 결국 갈 때는 니가 먼저 갔네…
어때? 거긴 있을 만 하냐? 의리 없는 자식!
(무덤에 위스키 뿌려주는…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 품속에서 사진 한 장 꺼내 보며 읊조리듯) 정인아, 보구 싶다!
CUT - 정민의 손에 들린 사진으로 다가가면 정민과 정인 (쌍둥이) 활짝 웃으며 서로의 어깨 감싸고 있다.
정민, 손에 사진 든 채 무덤 옆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 순간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지 이내 벌떡 일어난다.
뭔가 외치고 싶은데 입안에서만 맴도는지 소리 나오질 않는데…
S#9. 미란 빌라 전경
S#10. 미란 빌라 거실
50대 중반의 인자하고 푸근한 인상의 미란 주치의, 왕진 끝내고 가방 챙기고 있다.
세훈, 소파에 앉은 미란을 안아 휠체어로 옮겨 주는…
주치의 : (미란 향해) 든든하겠어. 이렇게 듬직한 애인이 있어서!
세훈 : (어둡게 웃는)
미란 : (세훈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다 주치의 향해) 박사님, 잠시만 계세요. 망고 주스, 아이스 해놨거든요!
(휠체어 밀며 주방으로 가는)
세훈 : (조심스러운) 물리치료, 시작한 지 석 달짼데 어떻습니까, 경과는?
주치의 : 요추 5, 6번 신경이 손상 돼서, 아마 걷기는 힘들 거네. 하지만 기적이란 것도 있으니까 우리 포기하지 말자구.
세훈 : (심난한) …
시간경과
세훈, 소파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 보고 있다.
카메라 화면 속으로 다가가고… 그 모습 보던 세훈의 얼굴 굳어지는…
CUT - TV화면
비 내리고 있고… 도심을 질주하고 있던 웨건 한 대, 빗 길에 미끄러지며 중앙선을 넘는데…
그 모습에서 오버랩 되면…
- P CUT / 뉴욕의 어느 한적한 밤거리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웨건 한 대가 빗 길에 미끄러지며, 중앙선을 넘어 세훈의 차를 향해 달려온다.
동시, 세훈과 미란의 얼굴 위로 웨건의 헤드라이트 불빛 쏘아대듯 비춰오고…
순간, 당혹한 세훈 핸들 다급히 꺾는데…
동시, 일각에서 달려오던 리무진, 미란이 앉은 조수석을 들이받고 만다.
이어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 P CUT / 뉴욕의 어느 병원 복도
세훈, 어두운 얼굴로 한아름의 꽃다발 들고 걸어오고 있다. 이마에 하얀 반창고 붙여져 있고.
자동차 사고 당했지만 큰 상처는 없는 듯하다.
- P CUT / 뉴욕의 어느 병원 병실 안
세훈, 병실 문 열고 들어서다 사색이 되는…
침상 옆 바닥에 검붉은 피, 흥건히 고여 있다.
순간, 세훈이 들고 있던 꽃다발 바닥으로 떨어지고…
침상엔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의 미란, 동맥을 그었는지 팔목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세훈, 침상으로 뛰어와 미란의 어깨 감싸안으며, 다급히 응급 벨 눌러대는…
그리고 사색인 얼굴로 흔들어 깨우는데, 한편 미란 힘겹게 눈 뜨는. 눈가에 눈물 가득 고여 세훈을 바라본다.
굳은 얼굴의 세훈, 결심한 듯 미란을 감싸 안는데.
이때 다급히 들어선 의사와 간호사들(외국인 인), 미란을 수술실로 이송해 가고…
세훈, 그제야 힘없이 침상에 주저앉고 마는…
이때, 순간, 확 꺼지는 텔레비전.
세훈, 회상에서 깨서 보면 휠체어 탄 미란이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끈…
미란 : (다가와) 나 휠체어 신셀 지지만, 예전 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그윽한 눈길로 보며) 당신이 내 옆에 있잖아!
세훈 : (그저 빙긋이 웃는, 하지만 그 미소 공허한)
미란 : (분위기 바꾸는, 애교스러운) 당신 첫 인상이 어땠는 줄 알아요?
세훈 : (보는) …
미란 : 나, 화났으니까 건들지 마시오! 라고 얼굴에 써 있었어. 얼마나 무뚝뚝했다구.
지금두 묻는 말에 겨우 대답만 하잖아요! 하긴 그게 당신 매력이지만…
세훈 : (씁쓸히 웃는)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리는…
미란 : (현관 바라보며) 김변호사님, 왔나 봐요!
시간경과
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호진, 서류 봉투 들고 들어선다.
세훈과 호진 거실 소파로 향하는… 한편 휠체어에 탄 미란 그 뒤를 따르는.
호진 : (소파를 향해 걸으며, 세훈에게 서류 봉투 건네는)
세훈 : (서류 봉투 받는) 미안해, 여기까지 오라구 해서.
호진 : (오버랩) 지나가는 길인데 뭐!
세훈 : (소파에 앉는, 서류 꺼내 몇 장 넘기며) 오늘밤에 다시 한번 검토해야겠어!
호진 : (진지한) 시장 조사 결과는 긍정적이야. … 출근 전에 서 이사, 한번 안 만나 볼 거야?
세훈 : (대답 없는) …
미란 : (끼어 드는, 세훈 향해) 내가 편안한 곳에서 자리 한 번 만들까요?
전에 말했었죠? 서 이사랑 보스턴에서 같은 대학 다녔다구.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호진 : (오버랩) 이었는데 라뇨? 왜 과거형입니까?
미란 : 동생 죽구 나서 사람이 달라졌으니까! (호진 보며) 정민씨가 쌍둥이란 거 몰랐죠?
(세훈 보며) 정민씨 때문에 동생이 죽었단 얘기가 있어요. 물론 소문이지만…
호진 : (오버랩) 그래서 꼭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군! 법규 무시! 안전 무시! 될대로 되라는 듯 질주하는 자동차 말이야…
(세훈 보며) 근데 서이사… 괜찮은 친구야! 아버지 하군 전혀 느낌도 다르구… 뭐 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나!
세훈 : (그 말에 픽 웃는)
미란 : (세훈 보며) 이런 말하면 좀 그렇지만 정민 회사에 별 관심 없으니까 당신 입장에선 잘 된 거 아네요?
사주 아들입네… 하구 사사건건 참견하면 당신만 피곤하잖아요!
호진 : (그 말에 인상 쓰는)
세훈 : (동시, 얼굴 굳어지며 미란을 향해) 날 생각해 주는 건 고마운데 그런 식으로 위하는 건 원치 않아!
(단호한) 우리끼리 해야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자리 좀 비켜 주지!
미란 : (순간 쌜죽해지는) 그래요… (휠체어 밀며 부엌으로 향하는)
호진 : (세훈을 보며, 농담처럼 내뱉지만 뼈 있는) 난 죽었다 깨어나두 윤미란씨 같은 여잔 컨트럴 못 할 거 같다!
세훈 : (어둡게 웃는데)
호진 : (보며, 진지한) 근데 서회장 말이야, 물론 너한테 당장은 필요한 사람이란 거 잘 알지만 글쎄 난 좀 그렇다…
세훈 : (보는)
호진 : 물론 서회장의 러브 콜이 너한테 상당한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다는 건 알지. 니 미국회사 부채까지
떠안아 준다는 조건은 파격적인 거니까. 하지만 그런 파격적인 대접을 하는데는 또 다른 생각이 있는 거, 아닐까?
세훈 : (오버랩, 뭔가 생각에 잠겨) 서로가 필요 충분인 거니까 염려 마. 물론 서 회장님, 만만치 않지!
미란(소리) : (세훈과 호진 향해, 어느새 밝은 목소리) 스테이크 괜찮죠?
S#11. 미란의 집 식탁
가정부, 싱크대에서 볼에 담긴 야채 손으로 무치고 있다.
미란, 휠체어 밀고 들어서다 그 모습보고 어이없어 하는.
미란 : (가정부 향해, 면박 주는) 맨 손으로 그렇게 주무르면 어떡해요? 지저분하게! (볼에 든 야채, 쓰레기통에 확 버리는)
가정부 : (놀라) 아이고… 아까워라, 아가씨, 멀쩡한 음식 버리면 죄 받아요.
미란 : (발끈해 쏘아대는) 주제넘은 참견말구 얼른 비닐 장갑이나 껴요.
호진 : (동시, 불쑥 들어서) 물 좀… (가정부 다그치는 미란 보고 멈칫하는)
미란 : (호진을 보자 이내 표정 바꿔 부드럽게, 가정부 향해) 아줌마, 물 좀 드리세요.
아줌마 : (호진에게 물 잔 내미는데)
호진 : (공손하게 받아드는)
시간 경과
세훈과 호진, 식탁 앞에 마주 앉아 있고… 식탁 위엔 스테이크 등 음식 차려져 있다.
휠체어 탄 미란, 주방에서 나오는.
미란 : (세훈 향해, 애교스레) 나 의자에 좀…
세훈 : (미란을 안아 식탁 의자에 앉혀주는)
호진 : (부드럽지만 일침을 가하는) 이제 그 정돈 스스로 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 미란씨 자신을 위해서라두.
(진담을 농담처럼) 점점 더 어리광만 늘어가는 것 같아요.
미란 : (호진 향해, 웃고 있지만 되받아 치는) 내가 어리광 부릴 사람이 우리 윌, 밖에 더 있겠어요?
(세훈 보며) 나 이렇게 평생 당신한테 떼쓰고 어리광 부려두 되죠?
세훈 : (대답 없이 빙긋 웃기만 하는, 그리고 묵묵히 식사하는) …
호진 : (그런 세훈과 미란 모습에 어이없다)
미란 : (호진 향해, 얄밉게) 김변호사님은 우리 결혼하면 뭐 해 줄 거예요?
호진 : (식사하다 놀라 세훈 보는) 너 결혼하냐?
미란 : (기분 나쁜, 내색치 않으며 당연하다는 듯) 어머? 우리 결혼하는 거 몰랐어요?
이때, 거실의 전화벨 울리고…
가정부(소리) : 아가씨, 회장님 전화 왔는데요.
미란 : (가정부 향해) 잠시만요, 가서 받을께요. (세훈 보는)
세훈 : (자리에서 일어나 미란을 안아 다시 휠체어에 앉혀 주는데)
미란 : (동시, 세훈의 품에 안겨, 호진 향해 보란 듯 미소짓는, 휠체어 밀며 나가는)
호진 : (그런 모습 못마땅하다, 세훈 보는) 휠체어를 탄다구 반대하는 거 아냐. … 이 결혼 정말 충분히 생각한 거야?
세훈 : (덤덤한) 생각한다구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난, 미란이 모른 척 할 수 없어.
호진 : (걱정) 책임 때문에 하는 결혼이 행복할 것 같니? 솔직히 말하자면 니가 책임질 문제두 아니구…
이런 결혼 절대 행복 할 수 없어.
세훈 : (얼굴 굳어지는, 자조적인) 사랑해서 한 결혼도 행복하진 않았어. … 사랑 같은 건 이젠 관심도 없구!
호진 : (지은과의 결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할 말 없는, 한숨 내 쉬는) … 윤미란이란 여자, 너하구 안 어울려.
세훈 : (오버랩, 씁쓸하게 웃으며) 그럼 나랑 어울리는 여잔 대체 어떤 여잔데? 형, 십 년 전에두 나한테 그 말했던 거 기억나?
… 누구보다 내 걱정 많이 하는 거 알아. 그래서 항상 고맙구.
호진 : (안쓰러운, 애써 웃으며 농담하는) 고마운 거 알면, 내 연봉이나 올려 주라!
(혼잣말하는) 어쩜, 장세훈은 여자 복이 그렇게두 없냐? (다시 음식 집어 입에 넣는데)
미란 : (휠체어 밀며 들어서는, 세훈 향해) 우리 아빠 지금 제주도 별장에 와 계신대. 당신 정말 우리 별장 살 거예요?
호진 : (세훈 보는) 별장?
미란 : (호진 향해) 팔려구 내놨는데 그 동안 안 팔렸거든요. 근데 별 관심 없어 하더니 갑자기 윌이 사겠다구 하네요!
(세훈 향해) 우리 아빠가 살 거면 당장 오라구 난린데, 지금 비행기 티켓 예매할까요?
S#12. 리빙 헬프 사무실
지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멍하니 창 밖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모든 잡념을 떨치려는 듯 한숨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동시, 문 확~ 열리고, 정민, 성큼성큼 들어와 지은 앞에 선다.
지은 : (놀라는) !
정민 : (덥석 손잡는) 갑시다!
지은 : (놀라) ?
정민 : (잡아끄는) 같이 좀 가자구요.
지은 : (손잡아 빼려하며) 왜 이래요?
정민 : 한 번에 OK! 하는 법이 없네. 그냥 좀 따라와주면 안 됩니까?
지은 : (손 잡힌 채 보는데)
정민 : (자신의 가슴 치며) 여기에 뭔가 꽉 차 있는 것 같은데… 소리도 못 지르겠고, 그냥 싸하면서 저려요!
(진지한) 오늘 나랑 좀 있어주면 안됩니까? 친구라면 그래 줄 수 있잖아요… (그대로 보는)
지은 : (보는, 마치 자신의 심정인 듯 하다. 따듯한 눈으로 차분한) 사무실에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정민 : (장난스레 말하지만 얼굴은 어두운) 백마 탄 왕자가 공주 어딨는지 모르는 거 봤어요?
S#13. 경마장 안
트랙 위를 힘차게 달리는 경주마들과 경마장 풍경…
장내 아나운서 멘트,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 소리 들리고…
다가가면 그 사이에 서 있는 정민과 지은의 모습도 보인다.
정민, 악을 쓰듯 마구 소리 질러가며 응원하고 있고,
한편 지은은 그런 정민과 달리는 말들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아슬아슬한 경주에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두 손 꼬옥 쥐고 있다.
한편, 지은의 시야로 보면 자신과 정민이 배팅을 한 경주마가 상대마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모습이 들어오는데…
순간 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지르기 시작하고…
결국, 지은과 정민이 배팅한 경주마가 상대마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결승점에 꼴인 하다.
동시, 지은과 정민 흥분해 환호성하며, 무의식적으로 서로 얼싸 안는…
순간, 지은 자신이 정민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에 당혹해져 얼른 정민의 품에서 빠져 나오려 하는데…
그러나 정민, 씩 웃으며 지은을 더욱 세게 끌어안는…
시간경과
경마장안의 사람들 어느새 거의 빠져나가고 스탠드엔 나란히 앉은 지은과 정민의 모습이 보인다.
지은과 정민 각자 딴 생각에 빠진 얼굴로 잠시 말이 없는…
정민 : …
지은 : …
정민 : (고개 돌려 문득 보며) 생각보다 인내심이 좀 있네! 가만히 앉혀 놨을 때, 아무 소리 안 하는 여자 흔치 않은데…
지은 : (빙긋이 웃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혼자 있긴 싫고, 그렇다구 누군가와 있으면 또 신경 쓰이고,
그냥 누군가가 가만히 옆에만 있어 줬으면 할 때! (보며) 사실 나두 오늘 기분이 좀 그랬거든요!
정민 : 그랬어요! (장난스레) 캬~ 우린 천생연분이네…
지은 : (픽 웃는) 오늘 처음 와 봤어요, 경마장에! 근데 와서 소리도 지르고
(농담처럼 내뱉는) 공돈 십 오만원두 생기구… 기분 꽤 괜찮은데요!
정민 : 난 가끔 경마장에 와요! 내가 경마를 좋아하는 이윤 스릴도 있고 흥분도 되고 무엇보다 날 긴장시키니까!
(보며) 그거 압니까? 지은씨랑 있으면 나 가끔 긴장한다는 거!
지은 : (보는데)
정민 : (동시, 짓궂게 보며) 지은씨, 무섭잖아요!… (보며) 경마 룰에 런 아웃이라는 게 있거든요,
말 그대로 경주 중에 말이 경주로를 이탈한다는 뜻이죠! 이런 경우 그 경주마가 경주를 계속하려면 어떡해야 되는지,
당연히 모르죠?
지은 : (궁금한 얼굴로 보는) …
정민 : 이탈을 시작한 지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뛰면 돼요! 우리 인생의 룰도 이렇다면 좋을텐데… 되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인생은 지나고 나면 그냥 끝이죠! 끝!! (농담처럼 내뱉지만 자조적인) 디 앤드! 게임 오버!
그리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지은 : (그 말에 공감하지만 위로하며 충고하는) 왜 절망에서 일어날 생각은 안 하구 자꾸 파묻힐 생각만 해요!
정민씨한테 어떤 상처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건 비겁한 거예요.
정민 : (그대로 보는)
지은 : (그대로 보는)
정민 : (보다 농담하는) 와우~ 역시 무섭다니까… 꼭 윤리 선생님 같네…
지은 : (웃는)
정민 :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만 일어나죠! 야단 그만 맞고 싶으니까…
S#14. 경마장 입구
지은과 정민 걸어 나오고 있는…
이때 정민의 시야에 저 일각 영덕게를 실은 트럭 들어온다.
정민 : (보며 학생처럼 장난치는) 선생님, 배고프지 않으십니까?
지은 : (웃는)
시간경과
정민과 지은, 영덕게를 실은 용달차 앞에 서 있는…
지은 : (세훈 생각나 앞에 놓인 영덕게 보는데)
정민 : (두 손으로 영덕게 잡고선) 먹어 봐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두 모른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될 테니까…
지은 : (순간, 정민의 말에 옛날 세훈과의 추억이 떠올라 얼굴 굳어지는)
정민 : (게살 발라 먹다 보는) 지은씨!!
지은 : (놀라 보는) 네?
정민 : (게살 바르던 손 멈추고, 장난스레) 갑각류 알러지 있어요? 아니면 게한테 된통 물린 적 있거나!
왜 먹지는 않구, 뚫어져라 쳐다만 봐요! (장난스레) 혹시 나한테 게살 발라달라는 건 아니죠!
지은 :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아니예요. (영덕게 집는데)
정민 : (동시, 지은의 손에서 게 빼앗아 살 발라 지은을 향해) 자, 아 해요!
지은 : (민망한) 정민씨…
정민 : (막무가내다) 팔 아퍼요! 자 어서 아~ 해요!
지은 : (민망하지만 결국 입 벌려 게살 받아먹는데)
정민 : (보며, 빙긋이 웃으며) 말 잘 들으니까 더 이쁘네!
복자(소리) : (감탄) 와~ 이쁘다!!
S#15. 애완견 센타 앞
복자와 여진, 쇼윈도 안의 강아지들 구경하고 서 있는데…
쇼윈도 너머로 각종 애완견들의 모습 보인다.
복자 : (상기된 얼굴인데) 이쁘지? 응?
여진 : (못마땅한) 이뻐 봤자 개새끼지!!
복자 : (쇼윈도 너머로 강아지에게 정신 팔려) 어머, 얘 좀 봐!
여진 : (궁시렁) 보긴 뭘 봐… 나나 좀 봐주지!
복자 : (힐끔 쳐다보고는 픽 웃으며,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들어서는)
여진 : (따라 들어가며) 정말 살 거에요?
S#16. 공원
공원풍경… 다가가면 강아지(※잉글리쉬 쉽독 새끼)를 품에 안고 벤치에 앉은 복자, 행복한 얼굴이고…
그 옆에 앉은 여진, 심통이 가득한 얼굴인데…
복자 : (짓궂은) 어이~ 여씨! 강아지하구 너하구 공통점 되게 많다는 거 아냐!
여진 : (기막히는) 나하구 강아질 비교해요? 나하구 강아지하구 어디가 같은 데요?
복자 : (약 올리는) 털두 많지! 가끔은 놀아줘야 돼지! 또 복잡한 말은 잘 못 알아 듣잖냐!
여진 : (픽 웃는) 그래서 날 버리구 강아지만 끼구 살겠다구요! (애교 떨며) 강아지보다 나랑 사는 게 훨 더 좋을텐데!
복자 : (픽 웃으며) 뭐가?
여진 : (오버랩) 난 돈두 벌어다 줄 수 있죠! 심부름도 해 줄 수 있죠!
(느끼하게 웃으며) 또… 생리적인 욕구도 해결해 줄 수 있잖아요!
복자 : (기막혀 보는, 그러다 짓궂은) 그럴 듯 하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두 너랑 사는 거 보단, 강아지랑 사는 게 훨 더 좋을 것 같애!
여진 : (오버랩, 버럭 따지듯) 어째서요?
복자 : (약 올리는) 아무거나 차려줘두 잘 먹을 거구! 또 강아지 부모가 간섭하는 일두 없을 거구!
외박하고 들어와도 강아진 꼬리치며 반겨줄 거 아니니!
여진 : (버럭 화내는) 그래서 지금 개새끼만 끌어 안구, 앞으로 혼자 살겠단 얘기예요? 그럼 난 뭐야!!
복자 : (오버랩, 약올리는) 뭐긴? 넌 내 몸종이지!
여진 : (우이씨~ 하는데서)
S#17. 제주도 어느 해안 도로
하늘에 물든 노을이 장관이다.
시원스레 달리고 있는 자동차 한 대.
S#18. 세훈의 차안
세훈, 운전석에 앉아 있고, 미란 조수석에 앉아 창 밖의 경치보고 있다.
미란 : 사실 우리 별장이라구 해도 난 미국에 있었으니까 몇 번 못 갔죠 뭐. 아는 사람들만 빌려주구…
(생각 난) 참, 아까 낮에 백화점에서 만났던 내 친구 있잖아요. 걔두 빌려 줬었는데… 아마 남편이랑 같이 왔었을 걸…
(피식 웃으며) 결혼 전에.
세훈 : (순간, 얼굴 굳어지는)
미란 : (앞 유리 너머 보이는 별장 가리키며) 저기예요.
세훈 : (굳어진 얼굴로 점점 가까워지는 별장만 바라볼 뿐 대답 없다)
S#19. 별장 입구
푸른 잔디밭이 깔린 정원과 그 앞에 탁 트인 바다, 시원스럽다.
세훈의 고급 승용차, 짙푸른 신록에 둘러싸인 별장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서고…
시간경과
세훈, 별장 정원에 서서 주위 풍경 둘러보고 있다. 그러다 정원 일각의 작은 언덕에 오르는…
어느 새, 하늘에 어둠이 드리운다.
수평선 멀리, 출항하는 배들의 집어등이 하나 둘 불을 켜고… 그 풍경 바라보던 세훈의 눈빛 흔들리고…
- P CUT / 별장 정원 (※2부 15)
지은과 세훈, 언덕에 나란히 앉아 바다 내려다보고 있다.
수평선 멀리, 출항하는 배들의 집어등이 하나 둘 불을 켜고…
어느 새, 하늘은 노을에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지은의 머리카락이 날리고…
지은, 세훈의 어깨 위에 살포시 머리 기대는데…
지은(소리) : 무슨 생각해?
세훈(소리) : 너랑 같은 생각.
지은(소리) : 이 별장 사서 우리 둘이 여기서 살구 싶다는 생각?
세훈(소리) : (빙긋이 웃는) 아니… 이 별장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지은(소리) : 정말 사 줄 거야? 언제?
세훈(소리) : (생각하다) 한… 십 년 뒤쯤.
지은(소리) : 세훈씨, 여기서 보는 일출이 그렇게 멋있대.
미란(소리) : 거기서 뭐해요?
세훈 : (회상에서 깨는, 그리고 쓴웃음 짓는)
S#20. 별장 거실
세훈과 미란, 미란 아버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미란 아버지(50대 후반, 눈빛이 날카롭다. 빨간 넥타이에 정장 차림인),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낸다.
미란 : (빨간 넥타이 보는, 곱게 눈흘기며) 그 넥타인 왜 매고 있어요?
미란부 : (넥타이 바로 고쳐 매며) 예비 사위 이전에 고객이잖냐! (자랑스레) 내가 부동산 에이전트로 성공한 건
다 삼십 년 간, 변함없이 이 빨간 넥타이를 맸기 때문이라네. 자네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세일즈는 나를 파는 거란 거!
세훈 : (고개 끄덕이며 웃는)
미란부 : 이 근처에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소문만 믿고 그 동안 움켜 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국에 있다보니까 관리하기두 그렇구… (세훈 앞에 계약서 밀며) 묶어두면 손해는 안 볼 거야.
세훈 : (오버랩) 물론 그래야죠. 조만간 시공사 입찰 공고 날 거란 정보 들었습니다.
(농담하는) 그 때 가서 물러달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그럼 이제 이 별장은 제가 인수한 겁니다.
미란부 : (껄껄 웃는)
미란 : (주방으로 향하며) 나 주스 마실 건데 뭐 갖다 드릴까요?
미란부 : 난 진토닉으로.
미란 : (세훈 향해) 당신은?
세훈 : 난 됐어. (일어서려는) 같이 갈까?
미란 : (휠체어 밀며 주방으로 향하며) 괜찮아요.
미란부 : 우리 미란이 옆에 자네가 있어서 안심이야. (넥타이 느슨하게 풀며) 이제야 말이지만 저 녀석 저렇게 되고 나서,
어중이 떠중이 다 몰려와 결혼하겠다고 덤벼들까봐 사실 걱정이 많았지!
평생 책임지겠읍네, 하구 호시탐탐 내 재산이나 노릴 게 불 보듯 뻔하니까.
세훈 : (얼굴 굳어지는)
미란부 : (담배 불 붙이고) 고맙네! 자네가 우리 미란이 옆에 있겠다는 거 물론 책임감이나
일말의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헛웃음 흘리며) 자네도 그리 밑지는 장사는 아니야.
내 재산이 다 누구 앞으로 갈 건지 생각해 보면 말이야.
세훈 : (계약서 접어 봉투에 넣으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뼈 있는) 아직은 제가 어르신보다 한 수 아래군요.
미란이와 결혼을 결심했을 때, 어르신 재산까진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S#21. 요트 선착장 (저녁)
간간이 바닷바람 불어오고… 저 멀리서 파도소리 아련하게 들려온다.
세훈, 휠체어에 탄 미란 옆에 앉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내려다보고 있다.
미란 : (멀리 수평선 바라보다 세훈 보는) 무슨 걱정 있어요?
세훈 : (보는) …
미란 : (의아하다) 여기 와선 내내 말이 없잖아.
세훈 : (안심시키려는 듯) 그랬나? 내가.
미란 : (안색 살피며) 혹시 한국 오니까… 전부인 생각나요?
세훈 : (얼굴 굳어지는, 이내 덤덤하게) 아니야.
미란 : (조심스레) 사실 당신이 서린 그룹 러브 콜 받아들였을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헤어진 전부인한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세훈 : (순간, 허를 찔린 듯 얼굴 경직되는)
미란 : (부질없다는 듯 웃으며) 근데 이제 그런 생각 안 해요. 변함 없는 당신을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이란 거 알았으니까…
세훈 : (안심시키려는 듯 애써 태연하게 웃는)
미란 : (보며) 근데 막상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까, 당신 전부인 어떤 여자였는지 궁금해요. 한 번두 전부인 얘기한 적 없었잖아.
(고개 돌려 바다 보며) 어떤 여자였을까! 헤어스타일은 어땠을까, 어떻게 웃었을까, 말투는 어땠을까,
또 당신이랑 어떤 추억을 갖구 있을까…
세훈 : (씁쓸한) 이제 다 잊어버렸어.
미란 : (시선 맞추며) 마지막으루 솔직하게 말해 줄래요? 내가 당신 발목 잡고 있는 건 가요?
세훈 : (다정하게 보며) 당신이 날 잡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 곁에 있겠다고 약속한 거야.
미란 : (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꺼내는) 이게 뭔 줄 알아요?
세훈 : (보는)
미란 : (씁쓸하게) 유서. 그 동안 이거 항상 갖구 다녔어요.
(애써 밝게 웃으며) 당신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날이 올까봐.
세훈 : (놀라는, 그러나 이내 안쓰럽게 바라보는)
미란 : (안심한 듯 웃으며, 유서가 든 편지 봉투 찢으며) 이젠 필요 없을 거 같애. (편지 봉투 조각들 바다에 던지는)
세훈 : (검푸른 바다 위, 파도에 밀려 일렁이는 하얀 종이 조각들 망연히 바라보는데)
S#22. 거리 (밤)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서는 정민의 스포츠 카.
S#23. 정민의 차안
운전석에 정민 앉아 있고, 지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정민 : (보며) 오늘은 여기서 보내 드리죠! 근데 지은씨랑 제일 친하다는 친구, 언제 인사시켜 줄 겁니까?
지은 : (순간 복자가 서린 홈쇼핑에 다닌다는 말하려는데 이때 핸드폰 울리는… 전화 받는)
복자(전화) : 어디야? 왜 안 와!
지은 : (복자와 통화하는) 응… 다 왔어… 그래 (전화 끊는데)
정민 : (동시, 따뜻한 눈으로 보며) 어서 내려요! 기다리는 거 같은데!
지은 : (문 열며) 조심해서 가세요… (문 닫으려는데)
정민 : (동시) 지은씨!
지은 : (보는)
정민 : (그대로 보는, 진지한) 오늘 같이 있어 줘 고맙다구요! (하다가 장난스레) 하구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지은 : (웃는)
S#24. 포장마차 (밤)
CUT - 하늘에서 비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 빈 안주 접시들과 소주병들 가득하고…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복자의 강아지도 보이는데… 한편 여진은 이미 취해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다.
복자, 그런 여진 한심하다는 듯 보다 소주 한잔 들이키는.
한편 지은, 포장마차 천막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복자 : (술잔 내려놓으며 지은 향해)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지은 : (그제야 복자 보며) 응?
복자 : 영은이가 또 사고 쳤냐?
지은 : 아니야… (한숨 내쉬는)
복자 : (갑갑하다) 친구란 게 뭐냐? 친할 친에 옛구.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벗이잖냐? 답답하게 그러지 말구, 말을 좀 해!
너 하구 나하구 본 세월이 십 년이 넘었는데…
지은 : (오버랩, 씁쓸하게) 그렇구나… 십 년이 됐구나. (술 한 잔 들이키고, 자조적으로) 우리 십 년 동안 다들 많이 변했다…
복자 : 그렇지 뭐. 세상에 하나라두 안 변하는 게 있냐?
여진 : (동시, 부스스 눈뜨며, 복자 향해) 있다! 남복자.
복자 : (기가 막혀 여진 보는)
여진 : (혀 꼬부라진 소리로 약올리는) 왜? 기막히냐? 남복자?
복자 : (어이없다) 이게 미쳤나?
여진 : (혀 꼬부라진 소리로) 그래 미쳤다!
복자 : (더욱 어이없는데)
여진 : (그윽한 눈으로 복자 보며) 나 미쳤다! 너한테 미쳤다!! 십 년 동안 너한테 미쳐서 구박받아 가면서두
오매불망 너만 바라봤다! 야~ 남복자,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거야? 몰라서 모른 척 하는 거야? 당신 정체가 뭐야?
복자 : (오버랩, 농담하며 얼버무리는) 아줌마! (여진 가리키며) 여기 손님 좀 바꿔주세요!
여진 : (순간 취해 비틀비틀 거리고)
복자 : (동시, 잡아 주며) 어이, 여씨! 취했다. 집에 가라.
여진 : (가방 둘러메고 일어서는) 그래, 간다! (강아지 힐끗 쳐다보며) 개새끼랑 잘 먹구 잘 살아라~
(한 걸음 옮기다 바로 꼬구라지는데)
복자 : (일으키는) 아~! 이 자식 때문에 술이 확 깨네…
지은 : (다가와 복자와 같이 부축하며) 내가 택시 잡아올게.
복자 : 미안하다, 간만에 오늘 우리 둘이 오붓하게 분위기 좀 잡아 볼려구 했더니만, 이 자식이 따라와 초친다!
혹시 나한테 뭐 할 말 있었니?
지은 : (세훈을 십 년 만에 만나고 게다가 미란과 결혼할 사이라는 것에 심난한 마음을 얘기하려 했지만 여진 때문에 말 못한)
아냐… 별거 아냐, 다음에 다음에 할게…
지은, 괜찮다는 듯 빙긋이 웃고, 포장 마차 나서려다 비 때문에 멈춰서는.
이때, 포장마차 주인 아줌마, 지은에게 다가오는.
아줌마 : (비닐우산 내밀며) 이거라도 쓰구 가요.
지은 : (빙긋이 웃으며 목례하고 우산 받아드는) 감사합니다.
S#25. 거리
비 내리는…
택시 한 대 서 있고, 강아지를 안아든 복자, 여진을 부축하며 택시 뒷좌석에 밀어 넣는.
복자 : (택시에 오르며) 미안하다, 다음에 우리 둘이서만 한잔하자. 먼저 갈게.
지은 : (말없이 고개 끄덕이며 손 흔드는)
여진과 복자가 탄 택시 출발하고
지은, 찢길 대로 찢긴 비닐 우산 쓰고 걷기 시작 하는…
이때, 찢어진 비닐 우산 사이로 빗방울 새기 시작하고…
지은, 서글픈 눈빛으로 찢긴 비닐 우산 바라보는데. 마치 자신의 심정 같다.
S#26. 미란의 별장 홈빠 (동 시각)
올드 팝, 흐르고 있고…
미란과 세훈, 창가에 나란히 앉아 내리는 비 바라보며 와인 마시고 있다.
이때, 음악 바뀌어 ‘All I hav(소리) to do is Dr(소리)am' 흐르기 시작하고…
순간, 세훈의 얼굴 굳어지는
미란 : (흥얼거리다가, 혼잣말) All I hav(소리) to do is Dr(소리)am?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꿈을 꾸는 거예요?
(세훈 향해)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꿈밖에 없다니… 멜로디는 경쾌한데 가사는 슬프다… 그쵸?
세훈 : (대답 없는, 와인 한 모금 마시는)
미란 : (갑자기 생각났다) 맞아! 이 노래… 아까 만났던 내 친구 지은이 말이예요, 걔 연애할 때 맨날 이 노래만 들었는데…
세훈 : (얼굴 굳어지는)
미란 : (눈치 채지 못하는)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했거든. 남자가 별 볼일 없었어요! 근데 지은이 사랑하나만 보구 결혼했죠!
어쩌면 결혼한 거, 내 덕분인지도 몰라요!
세훈 : (애써 태연한 척 보는)
미란 : 걔, 결혼 전에 지 남편이랑 여기 단 둘이 놀러 왔을 때, 내가 지은이 엄마 아빠 만나는 바람에 들통났거든…
그래두 뭐, 내 덕에 결혼 했는데! (중얼) 그러고 보니까 난 걔 남편 얼굴두 못 봤네.
(들떠) 우리 지은이네 부부랑 언제 날 잡아서 저녁 식사해요?
S#27. 산동네 골목길
지은, 찢어진 비닐 우산 받쳐들고 힘없이 동네 비탈길 오르고 있다.
울리는 지은의 핸드폰…
지은 : (전화 받는) 여보세요. (순간 걸음 멈추는) … 미란아.
CUT - 미란의 별장 홈빠
미란 : (지은과 통화중인) 나 지금 우리 윌이랑 제주도 별장에 와 있거든. 여기 오니까 니 생각나는 거 있지. 왠지 잘 알지?
지은아, 조만간 시간 내서 니네 부부랑 우리 윌이랑 저녁 같이 하자. (세훈 향해 찡긋 하며) 우리 윌이 저녁 산데!
세훈 : (당혹해 시선 피하는)
지은 : (당혹스러운) 저기… 지금 통화하기가 좀 그렇거든. 나중에 내가 전화할게.
지은, 전화 끊는. 그리고 잠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히 서 있는…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고… 어두운 비탈길을 비추는 가로등은 금방이라도 나갈 듯 깜빡거린다.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 내쉬며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S#28. 지은의 집 밤 전경
S#29. 지은의 집 거실
조현숙, 지루하다는 듯 TV리모콘으로 여기저기 채널 바꾸고 있는.
지은, 자신의 방에서 옷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다.
이때, 위층에서 우당탕, 물건 부서지는 소리와 부부 싸움하는 소리 들려오고…
조현숙 : (짜증스레 천장 보며) 또 시작이네. 대체 지금이 몇 시야? 저 인간들은 잠도 안 자나!
(일어서는) 안 되겠다. 올라가서 한 마디 하고 와야겠어! (나가려는)
지은 : (잡으며) 그냥 둬요. 먹구 사는 게 힘들고 지치면, 사소한 거에두 짜증이 나구… 그러다 보면 싸우기두 하는 거지 뭐.
조현숙 : (여전히 짜증스럽다) 하여간, 없는 것들은…
지은 : (오버랩, 소리치는) 엄마, 제발 그 없는 것들이란 말 그만 좀 해요!!
우리는 뭐가 있는데? 우린 저 사람들하고 뭐가 다른데? 엄마 딸도 말이 좋아 헬퍼지, 남의 집 일 하는 가정부라구요.
(무심결에 가정부라고 내뱉은 말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조현숙 : (서운함에 눈물까지 고이는) 그래 난 딸내미 가정부 시켜서 호의호식하고 산다!
지은 : (달래는) 잘못 했어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저 사람들이나 우리나 똑같이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건데…
조현숙 : (눈치보는) 미안하다, 엄마가 되가지고 니 등꼴이나 빼 먹구…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은 : (한숨 내쉬는)
이때 거칠게 초인종 누르는 소리 들리고…
지은, 현관문 열면 만취한 영은, 쇼핑백 양손에 가득 들고 비틀거리며 들어선다.
그런 영은의 모습에 할 말 잃고 쳐다보는.
영은 : (시비 거는) 언니 넌 왜 항상 내 앞길을 가로막고 섰냐? (지은을 확~ 밀치고 들어서는)
S#30. H 호텔 새벽 전경 - 다음날
(소리) : 철퍽 철퍽 물살을 가르는 소리
S#31. H 호텔 실내 수영장
초호화 실내 수영장 풍경.
수영복 입고 출발선 앞에서 몸 풀고 서 있는 세훈, 검게 그을린 피부와 적당한 근육 멋져 보이고…
이때 수영복 입은 훤칠한 정민, 들어서 세훈 옆으로 다가와 서는…
이어 두 사람, 서로를 힐끗 한 번 쳐다보는.
그리고 서로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수경 내려쓰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수영장 안으로 몸 던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움직이며 수영하는 두 사람의 모습 사이로 긴장감 흐르고…
이윽고 두 사람, 도착선에 거의 동시에 도착하는데…
세훈 : (수경과 수영모를 벗으며) 서정민씨죠?
정민 : (동시 수경과 수영모를 벗으며) 장세훈씨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S#32. H 호텔 테라스
세훈과 정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이때 울리는 정민의 핸드폰 문자음 소리.
정민 : (문자를 읽는 장난스레) 인생 최대의 라이벌을 만난다! (보며) 오늘 제 운세가 그렇다는군요!
세훈 : (농담하는) 사실 서 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검토하러 일부러 왔습니다.
정민 : (순간 기분 상하지만 내색치 않는, 장난스레 빙긋이 웃는) 검토요? 그럼 몇 점입니까?
시간경과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 놓여 있다.
세훈 : (왼손으로 포크 드는데)
정민 : (동시, 포크 드는 세훈의 왼손을 잠시 보는, 죽은 동생이 생각나는)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왼손잡이였어요!
한 고집 하시겠네요.
세훈 : (빙긋이 웃는) 왼손잡이라구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한테는 해당되는 얘기네요!
정민 : (툭 던지듯 내뱉는) 난 고집 센 사람 취미 없는데!
세훈 : (시선 맞추며) 생각했던 거 보다 무척 공격적이시군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서 이사님,
어떻게 하면 힘을 넣느냐 하는 것보단, 어떻게 하면 힘을 빼느냐가 더 중요한 때가 있습니다.
(시선 맞추며) 기분 상하라고 한 소린 아닙니다!
정민 : (그대로 보는 그리고 툭 내뱉는) 뭐 상해두 할 수 없죠! 앞으로 장사장님이 절 많이 이핼 해주셔야 할겁니다!
내가 좀 삐딱하거든요! (베이컨 한 조각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는)
S#33. H 호텔 입구
이른 새벽이라 사위는 아직 어둑어둑 하다.
세훈과 정민 걸어나오는…
정민 : (보며, 툭 던지듯) 오늘 첫 출근인데 잘해 보세요!
세훈 : (악수 청하며 손 내미는) 잘해 봅시다!
정민 : (세훈이 내민 손잡고 악수하는) 그럼 나중에 또 뵙죠…
세훈 : (오버랩) 서이사님은 출근 안 합니까?
정민 : 이따 봐서요…
세훈 :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뼈 있는) 그건 좀 곤란한데… 거져 월급 줄 순 없지 않습니까?
정민 : (순간 기분 상하는 하지만 내색치 않고 빙긋이 웃으며 툭 던지듯) 그럼 짤르든가요! 이만 갑니다!
(주차장을 향해 가는)
세훈 : (뚫어져라 보는, 앞으로 좀 신경 쓰일 것 같다)
시간경과
세훈의 검은 벤츠, 우회전하려고 신호 기다리고 있다.
이때 정민의 최고급 스포츠카, 세훈의 차 옆으로 다가와 멈춰 서는데.
신호 바뀌자 운전석의 세훈, 정민을 향해 먼저 가라고 수신호 보낸다.
정민의 스포츠카 우회전하고…
뒤이어 세훈의 차도 우회전하는.
앞서 빠져나간 정민의 스포츠 카의 라이트, 두 서 너 번 깜빡이며 고맙다는 듯 싸인 보내는.
S#34. 서린 그룹 아침 전경
어스름이 걷히는 이른 아침…
S#35. 몽타주
서린 그룹 로비, 한산한 풍경… 사람들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서류 가방 든 세훈, 성큼성큼 들어서는, 그 모습 당당하다.
사무실 내부 (※사원들 공간) 들어선 세훈, 우뚝 멈춰서 주위 둘러보면 시야에 텅빈 사무실 풍경 들어온다.
일각 시계는 7시 10분을 넘어 가고 있고 모두들 출근 전이다.
한편, 텅 빈 사무실을 훑어 본 후 돌아서는데.
사무실 내부 (※세훈의 방이 있는 공간) 넓고 긴 복도를 걷고 있는 세훈의 시야에 자신의 방문에 붙은 현판
<CEO WILLIAM JANG> 들어온다.
어느새 방 앞에 다가서자 힘차게 문 열고 들어서는데… 이내 문 닫히고.
S#36. 서린 그룹 로비
서둘러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 활기차다.
그 사람들 무리 속에 복자 보이고, 그 뒤에 자료 든 여진, 죄지은 듯 고개 숙이고 따라오는데…
여진 : 남 피디님!! (헐떡거리며 눈치보는) 같이 가요!
복자 :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여진 : (기죽어, 어제 술 주정 미안한) 말 안 해도 알죠?
복자 : (오버랩) 말 안 해서 몰라! 왜, 또 남복자라고 하지!!
호진(소리) : (반갑다) 어이! 남복자 당신 오랫만이야!!
동시, 복자 돌아보면 호진 환한 미소지으며 서있다.
복자 : (호진 향해 달려가며, 너무 반갑다) 형!!
호진과 복자 반가워 서로 얼싸 안는…
여진 : (누군가 해서 떨떠름한 눈으로 호진을 쳐다보는)
S#37. 남자 화장실
여진, 등진 채 소변보고 있는…
여진 : (투덜거리는, 아니꼽다) 거, 신경 상당히 쓰이네! 대체 무슨 사이길래 침 발라놓은 내 여잘 지가 덥석 끌어안는 거야!
이때 호진 들어서 변기 앞에서는.
호진 : (씩 웃는, 귀엽다) 선머슴아 같은 복자,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여진 : (뜨끔하다, 애써 아닌 척, 여전히 경계하는데) …
호진 : 복자 잡으려면 우선 나한테 술부터 한잔 사요. 확실한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여진 : (순간, 경계심 사라지며) 정말이예요? (약간 비굴) 저… 형이라고 불러두 돼죠?
S#38. 서린 그룹 세훈의 방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 풍경. 책상 위,
‘ CEO WILLIAM JANG.’ 이라는 명패가 보이고 노트북과 서류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그 뒤로 넓은 통 유리창 통해 한강과 도심의 풍경 보인다.
일각 소파 상석엔 서문수 앉아 있고 그 옆자리엔 세훈 앉아 있다.
한편, 남자직원은 서 있는데…
서문수 : 맘에 드나? 신경 좀 썼지… (생색내는) 이 방에 자네 앉히느라 내 고생 좀 했어.
(일부러 들으라는 듯) 이사회에서 반댈 좀 했어야 말이지…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면서
부채를 떠 안는다는 조건은 전무후무하다고 하더구만… (보는)
세훈 : (시선 맞추며 여유 만만)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담하듯 말하지만 의미심장한) 하지만 회장님께서 잡히지 않을 물고기에 밥 주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문수 : (껄껄 웃으며) 제대로 파악한 거 같군! (남자직원 향해) 서 이산 왜 안 오는 거야!
남자직원 : (난감) 저… 회장님! 아직 출근 안 하셨는데요!
서문수 : (얼굴 굳는)
세훈 : (분위기 파악한) 서정민 이사 아침에 만났습니다!
서문수 : (놀라 보는)
세훈 : 회장님께서 걱정 안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자질도 있고 또 뒷받침이 돼 주시는 회장님두 계시구,
유능한 경영인이 될 재목입니다.
서문수 : (흐뭇해) 지금은 우리 서이사가 정신 못 차리고 있지만 언젠간 정신 들겠지!
(보며) 앞으로 우리 서 이사 좀 부탁하네!
세훈 : (그저 조용히 웃는)
남자직원 : (손목 시계보고, 세훈 향해) 회사 업무 전체에 대한 브리핑은 1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먼저 회사부터 둘러보시죠.
S#39. 서린 그룹 복도
세훈과 몇몇의 직원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남자직원 : (세훈 향해) 생산라인만으로 본다면 우리 서린은 세계 시장에서 결코 뒤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판매 라인이 빈약한 게 취약 점이죠. 그래서 얼마 전 홈쇼핑 채널도 인수한 겁니다.
세훈 : (오버랩) 자체 판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건 대단한 경쟁력이죠.
S#40. 서린 그룹 홈쇼핑 녹화장
촬영 중인 녹화장 풍경… 복자, 부조 박스에서 큐 싸인 주고 있다.
이때, 몇몇의 남자들과 세훈 들어서는데…
남자직원 : (세훈 향해) 여긴 A 스튜디옵니다.
세훈 : (둘러보는데)
복자 : (남자 직원 향해) 실장님, 오셨어요… (하다가 세훈 보고 놀라 멈칫)
남자직원 : (복자 향해) 인사하시죠, 이번에 부임한 사장님이십니다!
세훈 : (복자 향해) … 오랜만입니다.
복자 : (놀라 얼떨떨해 보는)
S#41. 서린 그룹 내 휴게실
호진, 휴게실 일각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테이블로 향하는…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앞에 커피 놓는데, 다가가면 복자다.
복자 : 새로 온 사장이 세훈씨라는 거 왜 말 안 해줬어?
호진 :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일부러 안 한 건 아니구 뭐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구…
복자 : (오버랩) 솔직히 난 불편해. 뭐, 일개 피디랑 사장이랑 부딪힐 일은 없겠지만!
근데 어떻게 지은이 소식은 안 물어봐? 예의로라두 물어 봐야 되는 거 아냐? 내 말이 틀려?
호진 : (보는데)
복자 : (보며) 지은이한테 말 해야돼… 말아야돼?
S#42. 서린 그룹 복도
휴게실을 나선 복자, 씁쓸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는… 그러다 핸드폰 꺼내 메모리 버튼 누르는데, 액정 화면에 ‘지은’ 이라 뜬다.
그러나 만나서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해 이내 꺼버리는데…
S#43. 호화 주택가 골목
지은, 양손에 쇼핑 백 나눠 들고 골목 걷고 있다.
S#44. 세훈의 빌라 앞
지은, 가방에서 열쇠 꺼내 대문 열고 들어서는.
S#45. 몽타주
- 깔끔한 헬퍼 유니폼에 에이프런 두른 지은, 집 안 구석구석 청소 시작하는.
청소기 들고 침실로 향하던 지은 통로 벽에 걸린 불새 그림을 보고 잠시 멈춰서 아련하게 쳐다보는. 그 눈빛 슬프다.
- 세탁실, 세훈의 하얀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는 지은, 어느새 와이셔츠는 칼날처럼 반듯이 각이 잡히고
- 부엌, 조리대 앞에 선 지은, 찌개 끓이는 등 저녁 준비하는.
S#46. 서린 그룹 사장실 (동 시각)
세훈,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미란과 통화중이다.
세훈 : (수화기 들고, 서류 보는) 오늘은 안되겠는데… 저녁에 약속이 있어.
미란(전화) : (애교스럽게) 누구랑?
세훈 : (서류에서 눈 떼지 않는, 건조한) 일 때문에! 그래,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 끊고 일어나 양복 상의 입으려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문 열리면, 정민 들어서는…
세훈 : (보는)
정민 : 술 한 잔 하실래요!
S#47. 어느 BAR
분위기 있는 재즈 음악 흐르고 있고…
세훈과 정민, 바텐에 앉아 술 마시고 있다
정민 : (술잔 들이키고, 자조적으로) 이미 분위기 파악 하셨겠지만 난 우리 아버지 회사에 관심 없습니다!
세훈 :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 그럼 서 이사님은 뭐에 관심이 있습니까?
정민 : 돈 버는 거 빼구 다요!
세훈 : (오버랩) 서이사님은 풍족하게 자라서 돈이라는 게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거 모르죠?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가난한 자는 부를 이길 수 없는 게 세상이니까! (술잔 들이키는)
정민 : 물론 일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이란 거 좋은 하인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주인이 되기도 하죠.
(술 한잔 마시고 농담처럼 내뱉는) 장 사장님도 속물인가 봐요?
세훈 : (건조하게 웃으며) 그럴 수도 있죠. 돈 싫어하는 사람 있겠습니까.
정민 : 돈, 돈, 돈! 돈이라!!… 구차하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술잔 들이키고는) 난 어릴 적부터 야망 같은 게
별루 없었어요. 돈 많은 아버지 덕에 많은 걸 갖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그냥 결정만 하면 됐으니까!
여기서 대학을 갈까… 아니면 유학을 한번 가볼까… 아버지 회사에 들어갈까… 내 사업을 해 볼까…
뭐든지 내가 정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세훈 :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며) 그런 환경에 감사해야 합니다!
정민 : 물론 감사야 늘 하고 있죠… (위를 향해 보며) 저기 높으신 분한테!
세훈 : (픽 웃는 그러다 보는) 저한테 할 말이 뭡니까?
정민 : (보는 날카롭게) 사주의 눈치나 보는 충실한 대리인 역할 같은 건 하지 마십쇼!
물론 오늘 아침에 보니까 그럴 분은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세훈 : (그저 웃는 그러다 보며) 좋습니다! 세상엔 예외라는 게 있는 거니까 서 이사님 출근 시간은 봐 드리죠.
정민 : (봐 준다는 말에 기분 상해 묘하게 픽 웃는) 우린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는 성향이 다분한 것 같군요!
(세훈의 잔에 술 따라주는) 한잔 받으시죠!
S#48. 세훈의 빌라 주방
식탁 위에는 색색의 반찬들이 그릇마다 정갈하게 담겨져 있고…
지은, 기다림에 지친 듯 식탁 의자에 앉으며 시계 보는.
주방 일각에 걸려있는 벽시계, 9시 40분이다.
시간경과
어느새 벽시계, 열 시를 가리키고…
지은, 강대표와 통화 중이다.
지은 :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늦으시는 거 같애요. 네… 강대표님, 그럼 그렇게 할께요. (핸드폰 끊는)
S#49. 거실
지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는…
거실 둘러보던 지은, 다림질해 거실 옷걸이에 그냥 걸어둔 와이셔츠 발견한다.
다림질 한 뒤 옷장에 넣어 두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고 와이셔츠 들고 침실로 향하는…
S#50. 세훈의 침실
고급스런 잰 스타일의 가구들,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지은, 와이셔츠와 세탁물들 옷장 안에 정리하는…
그리고 옷장 닫으려다 한켠에 삐져 나와 있는 낡은 코트 자락을 발견하고 제대로 걸어 놓으려 매만지는데…
순간 당혹하는…
이어 떨리는 손으로 코트 꺼내들다 얼굴 싸늘히 굳어지는 지은의 얼굴 위로
지은(소리) : 디자인 괜찮지? 세훈씨 코트 없잖아, 한 번 입어봐! 응?
지은의 손에 들린 코트,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동시, 세훈의 차가운 목소리 들려온다.
세훈(소리) : 도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지은, 하얗게 질려 뒤돌아보면…
세훈, 술에 취해 넥타이 풀어헤친 채, 방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 묘한 눈빛으로 지은을 바라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