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저렇게 써놓기는 했지만 심신론, 즉 마음과 몸의 문제에 대해 제가 아는게 없습니다.
이정모와 처치랜드의 책에서 관련된 주제를 설명해 놓은 것을 훑어본 정도이죠.
심신이원론적 입장, 이를테면 마음과 몸은 별개이지만 동시에 작동한다는 류의 설명(데카르트는 물론이고
신경학의 아버지인 헐링스 잭슨의 이론도 여기에 포함될 것 같습니다...)은 좀 난감하네요. 기계 속의 유령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폴 처치랜드의 제거적 유물론(eliminative materialism)쪽이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제리 포더 등의 기능주의는 얘기가 또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진화심리학은 '역설계'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
서 기능주의에 깊게 뿌리 박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 쓰다보니 또 모르겠네요. 아직 기능과 구조, 기능과 적응문제, 기능과 실재 등등의 개념적 차이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제가 한 질문을 설명하는 것조차 어렵군요.
사실 이건 진화심리학을 포함한 심리학 일반에 대한 질문인데요, 추상적인 어휘를 배제하고 질문을
다시 바꿔보겠습니다.
"신경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신경과학이 심리학을 대체하게
될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해부학이 암만 발달해도 생리학을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기능주의적인 건가요?
글이 난잡해서 원... 답글이나 달릴지 모르겠네요.
오랫동안 고민했던 건데 시간이 흘러도 전혀 정리가 안 돼서 그냥 올려봅니다.
우문현답을 기대합니다. |
첫댓글 신경학이 발달하면 결국 뇌 속에 있는 모듈들에 대한 기존 모델들이 신경 회로도로 환원되겠지요.
하지만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환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듈들에 대한 모델들이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적절한 모델이 그런 환원의 속도를 높일 것입니다.
모듈은 기능의 단위입니다. 설사 환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모듈에 대한 모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보다 더 실제 뇌에 부합하는 모델로 수정되겠지요.
진화 심리학 이전의 기능론에서는 기능이 직관적으로 정의(?)되었습니다.
반면 진화 심리학에서는 기능 개념이 진화 생물학의 탄탄한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진화 심리학의 기능론이 이전의 기능론과 구분됩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개체 수준에서 포괄 적합도를 촉진하는 것이 기능의 최종 목적(?)입니다.
더 정확하게, 유전자 수준에서 이야기하자면 유전자의 복제를 촉진하는 것이 최종 목적입니다.
이 둘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유전체내 갈등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모듈에 대한 모델'이라는 말을 '실재에 대한 표상'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진화심리학은 적응문제의 명세서에 의해 결정되는 '기능'의 문제와 '실재를 적절하게 표상'하는 문제 두 가지를 다 다룬다고 보면 될까요?
또 한 가지. 모듈이 기능의 단위라고 할 때요, 그것은 해부학적 구조를 가리키는 건가요? 눈이라는 해부학적 단일 기관이 수많은 기능(친족을 식별하고, 짝을 고르고, 경쟁자의 능력을 평가하고, 먹이를 발견하고, 사기꾼을 탐지하는 등등)에 관여하는 사실을 놓고 볼때, 모듈이 해부학적 구조를 가리키는 건 아마도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진화심리학 이전의 기능론이 매우 허술했다는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랜디 네스가 정신질환을 새롭게 분류할 필요성을 얘기할 때 거론했던 점들이 좀 더 분명해지네요.
'실재에 대한 표상'으로 무엇을 뜻하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적응적 문제 역시 모델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것 역시 "실재에 대한 표상"입니다.
적응적 문제에서는 "실재"가 과거 환경에서 작동했던 선택압이라면, 모듈에서는 "실재"가 심기 기제들 또는 뇌회로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모듈은 결국 해부학적 구조입니다. 적어도 완성된 미래의 심리학에서는 그렇습니다.
단, 현재의 불완전한 심리학에서는 해부학적 구조와 완전히 일치시키기가 힘들지요.
한편으로 눈은 수 많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 하나의 기능 즉 시각이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글을 참조하십시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122
'실재에 대한 표상'이라고 할 때 제가 의도한 건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표상'이었습니다.
얘기를 하면서 들은 생각인데, 해부학과 생리학의 관계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관계와는 다른 듯합니다.
기능주의에 입각해서 심리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에 한계가 있을 것 같군요.
링크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투비/코즈미디스나 그 동료 및 제자들이 쓴 글에 익숙해있는 저로서는 매우 신선한 논의네요.
저도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대체할 필요가 있을까요? ^^;;;; <신경과학의 발전은 이미 신경윤리학을 비롯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논제들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는데요. 신경과학의 발전이 아마도 심리학과 결합한 (혹은 다른 학문과 결합한) 새로운 학문을 출현시키지 않을까 싶은데.....어쩌면 이미 있는 것도 같고요..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제 생각입니다. ^^ 과학이 발전해서 신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그 시점에 이르르면 과연 종교가 없어질까요?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신경과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인간 심리의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 이상'이란 논의도 인간 심리에서도 적용될 수 있겠죠. 생각보다 인간의 심리에서 상황이란 요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감정은 그저 신체반응의 지각이라는 논의도 있었습니다만, 실제론 여러 감정들이 비슷한 신체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상기해야겠죠. 실제 인간의 감정은 상황과 그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 그리고 신체반응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신경과학이 매우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심리학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학문
(더 나아가 보다 더 많은 학문들)이 접점을 이루어서 연결을 잘 시키느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