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레(농기구)모양인 서래峰
(전북 완주군 고산면)
다음 불 로그;-kims1102@
창밖 햇살이 너무 좋다고 아내가 맵시 있게 차려입고 집을 나서다
찬바람에 놀라 두꺼운 옷과 머플러, 장갑을 다시 집어 들었다.
아직 목도리와 단추 풀기엔 이르구나,
낭만적인 상상으로 일렁이는 마음은 이미 봄인데,
진짜 봄은 아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나보다.
여보! 아직 목도리 풀지 말아요, 잘못하다간 감기 들어요.
요 며칠사이 눈이 내리고,
비가오고, 개었다, 흐렸다 날씨가 제 맘 대로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가슴 설레는 처녀들 옷차림만 저만치
봄 마중을 나섰다.
남쪽에서 사붓사붓 올라오던 봄이 미련이 많은 동장군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는데 봄이 오는 소리는 두근두근하기만 하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결국 봄”이다.
“그대 왜 그리 두터 운 옷을 아직 입고 있죠, / 왜 창문 굳게 닫고
있죠, / 솔직한 맨살 바람을 만나게 해줘요 / 처음엔 쑥스럽겠지만
(윤종신의 詩 “결국 봄”에서)
오늘 산행 할 서래봉은 위봉산 및 되실峰 뒤에 위치한 산으로 동성山,
안수山, 서방山을 연결하는 중간역할을 하는 산이다.
서래峰을 오르려면 위봉山城으로 시작하여 되실峰을 거쳐 오르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서래봉정상은 봉우리가 세 개로 이루어져 있고 모심기전 논의 흙을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엊그제,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 날은 영등할매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날이다.
20일간 지상에 머물며 온갖 심술변덕을 부리는데 날씨가 화사하면
딸과 함께 오고 비가 내리면 며느리와 같이 온단다.
영등할매 잘못 모셨다간 모진 칼바람에 돌개바람 맞는다 했는데,
이 기간에는 어부들은 바다에 나가길 꺼린다.
그래서 날씨가 변덕스러웠나?
이날은 머슴들이 마음껏 놀고먹을 수 있는 “머슴 날”이기도 한데
추워서 미룬 일들 이젠 슬슬 일어나 농사채비 할 때란다.
오늘 산행은 위봉山城 서문에서 출발해:-
되실峰(603m) -서래峰(705m)갈림길 -계봉山(555m) -안수寺
-고산 자연휴양림 매표소로 하산하는 코스다.
바람은 하는 일이 많다.
비를 나르고 기온을 조절하며 식물의 씨를 퍼뜨린다.
바람은 주인이 없다. 한곳에 묶어둘 수 없기에 바람이다.
그 대신 부는 때와 계절, 방향 등의 특성에 따라 이름을 갖는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된바람, 황소바람이 고개를 숙였다.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섭씨5도 안팎 오른다는 예보다.
추위가 아직 물러간 건 아니다.
주말엔 다시 칼바람 씽씽하다는데 옷장에 겨울코트 아직 치우지마세요.
목감기에 기침까지 겹쳐 간밤을 뜬눈으로 샜다.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감기약을 닷새나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
산행에 불참하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맡은 책임 때문에
아내의 걱정스런 눈빛을 등 뒤로 받으며 집을 나섰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광주역광장,
산행버스가 도착시간이 지났어도 오지 않는다고 가벼운 불평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사람들의 움직임도 한결 여유 있어 보인다.
오늘은 남녀 37명의 회원들이 산행에 참여했다.
산행의 시작은 완주 위봉山城 서문에서 부터 시작했다.
위봉山城은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里에 있는 조선시대의 山城으로
사적(제471호)으로 지정되었다.
1675년(숙종: 1년)에 축성하였고,
1808년(순종: 8년)에 관찰사 이 상황이 중수하였다.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있는 太祖의 영정과 始祖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한 것으로 동학농민운동 때 전주부성(全州府城)이 동학군에 의해
함락되자 태조의 영정과 시조의 위패를 피난시킨 일이 있었다.
지금은 성벽 일부와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이 남아 있는데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門樓)는 붕괴되어 없어지고 높이 3m, 너비 3m의 아치형
석문만 남아 있다.
산행 1팀은 위봉山城 서문(西門)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했고,
산행 2팀은 산행 1팀의 하산지점인 고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내렸다.
나는 체력부담을 느껴 산행 2팀으로 참여했지만,
오도재에서 서방山 -종남산 -송광寺로 하산하는 코스산행도 했었고
서래峰 -되실峰 -태조암 -위봉사로 하산하는 코스산행도 했었다.
서래봉은 농기구인 “써레”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으로
주변 산중에서 가장 높은 주봉이지만 암릉의 화려함이나 조망에 있어선
계봉山(안수山)만 못하다.
말하자면 서래봉과 계봉山을 잇는 4km의 능선 길 조망도 좋지만
오늘산행의 묘미는 암릉美가 탁월한 계봉山이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계봉山산행을 시작하려는데 고산 자연휴양림관리소 직원이 직접 나와
안내장을 주면서 계봉山 산행코스와 안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계봉山은,
안수山(安峀山)이라고 하며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554m이고 주봉우리는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봉우리이다
오도재를 분수령으로 서방山, 위봉山과 남북으로 맞서고 있다.
서방山(617m)이 종남산(610m)에서 이어지는 연봉 중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오도치(五道峙)를 분수령으로 하여 계봉山(안수山)과 남북으로 맞서고
있고, 동쪽으로는 되실峰, 위봉山城과 마주보고 있다.
옆에 있는 종남산과 함께 김제평야와 산간구역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서방山의 이름은 아미타불의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라는 뜻의
서방정토(西方淨土)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산행은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산세도 크게 보이지 않았고 500m 급의 낮은 산으로 생각했다.
산행 路는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활엽수 잎들로 수북이 덮여 있다.
늦가을에 진 낙엽들은 눈비 내리는 긴 세월을 지냈어도 지금까지도
완전한 형체를 유지하고 바삭거리고 있다.
바람이 지나간 이야기며, 간밤에 있었던 야생동물들의 사랑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거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자 로프가 설치된 바위길이 나온다.
몇 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 버렸다.
산 아래서 볼 때는 대단치 않게 보이던 산이 바위봉의 연속이었다.
“위험지역” 표식이 있는 곳마다 쇠줄과 로프, 손잡이용 링과 쇠 발판이
어김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걀峰을 지나고 계봉山을 오르는데 서너 곳에 “위험지역”표식이 있었다.
암벽 좌우로는 바위 절벽뿐이었고 바로 옆에 헬기장과 고찰 안수사가
보였다.
안수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이다.
삼한시대에 창건되었으며 창건설화에 따르면
전주부(全州府)는 지네의 형상을 하고 있으므로 봉황이 닭으로 변한
형상의 계봉山에 절을 지어 산의 기세를 눌러 주어야 지역이 평안하고
나라가 평화롭다고 해서 이 절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삼한시대는 불교가 전래되기 전이므로 신빙성이 떨어지고
口傳에는 신라 말기에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구전이 믿을 만하다.
안수寺는 보수공사를 하는지 지붕을 하얀 커버로 씌워놓았다.
총무에게 전화를 해보니 산행 1팀은 서래峰을 지나 계봉山(안수山)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하산을 하는 데도 암봉은 아니어도 경사가 심해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지표면은 녹아있고 땅속은 얼어있어 여러 번 미끄러졌다.
한참을 내려오니 관리사무소 건물들이 보이고 산행버스가 있다.
산에 못간 양동매씨들이 한 잔 술에 취해 세월의 아쉬움을 넋두리하고
있는데 마음이 측은해진다.
매씨여! 설어라 마소 / 청춘 없는 오늘이 어디 있었겠소,
팔순나이에 산행버스 타고 와 / 좋은 산 바라보는데
정상이 따로 있나요 / 앉은 곳이 정상이라오,
한 잔 술에 취해 둘러보는 자연 /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것
내 마음이 산이요 / 산이 내 마음이로다.
산행 1팀들이 내려오면서 계봉山의 묘미를 극찬하고 있다.
오늘 산을 선정해 준 산행이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는다.
모두가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회원들이 모두 모이자 하산주가 시작되었는데 생태 탕에 생김치,
공기 밥이 불티나게 팔린다.
오늘도 안전사고 없이 회원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마쳐
기쁠 따름이다.
(2012년 2월 24일)
첫댓글 매씨여! 설어라 마소 / 청춘 없는 오늘이 어디 있었겠소,
팔순나이에 산행버스 타고 와 / 좋은 산 바라보는데
정상이 따로 있나요 / 앉은 곳이 정상이라오,
한 잔 술에 취해 둘러보는 자연 /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것
내 마음이 산이요 / 산이 내 마음이로다.
정말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한편의 인생시라 여겨집니다...
감사히 읽어보고 갑니다...
신창골부부가 함께 산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구나"생각하네.
카페에 들려 흔적까지 남겨주니 더욱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