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작 세시간 전 교보생명과 이순신 아자씨 사이 도로에 자리를 잡다.
- 12가 좀 넘은 시간에 친구와 나는 광화문에 도착했다.
둘다 아침, 점심 모두 안먹은 터라 배가 무지 고팠지만 자리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신문과 풍선방석(?)을 받아들고 이순신 아자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일찍 간건 아니지만 조선일보 사옥의 전광판이 정면에서 보이는 아주 그럴싸한 자리를 잡아 행운이었다. 광화문은 전광판이 많아 좋다.
* 경기 시작 두시간 전 "아저씨~!!! 여기여~!!!"
- 무턱대고 준비도 없이 간지라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다. 옆에서 햄버거며 김밥이며 먹는데 침이 꿀꺽~!! 다행히 김밥 아줌마, 얼음물 아자씨들이 간간이 지나가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불러댔다. 그사람들 정말 대박만났다. 얼음물 한개에 천원 김밥 한개에 천오백원이었는데 그리 바가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김밥 두개 얼음물 세개 그리고 풍선막대 두개를 샀다. 빨간걸로. ㅋㅋ 햇볕이 정말로 뜨거웠다. 아스팔트 위라 그 강도는 정말로 대단했다. 아직도 곳곳에서 줄을 서지 못해 긴 열의 사람들이 중간에서 서서 헤맸다. 사람들이 앉아라!! 앉아라!!! 하고 외쳤다. 나는 이해가 안갔지만 어쨌거나 경찰들이 그 사람들을 배려해 이미 자리잡고 앉은 수십만의 사람들을 뒤로 움직이라고 하고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자리 이동이 두세번 있었다. 어쨌거나 그럭저럭 질서정연했고 경찰아저씨가 선창하는 대로 질서! 질서!를 외치며 서로 자리를 맞추었다.
* 경기 시작 한시간전 "갈까?"
- 여기저기서 더위에 지쳐한다.
응원도 신바람도 더위앞에선 한수 양보해야 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땡볕을 참아내고 있다.
소주를 마셔대던 사람들도, 시끌벅적 하던 여고생들도 지쳐서 조용하다.
친구는 옆에서 한참 졸더니 가자고 한다.
기다린게 아까워서 그럴 순 없지. 연예인들이 나와서 행사를 하는데도 그리 분위기가 업되질 않는다. 자리가 뒤로 갈 수록 더 그런 듯 하다.
회사 끝나고 오기로 한 친구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 핸폰이 안터진다. 교보생명 앞이라는데 보이질 않는다. 옆에 앉은 여고생들이 결국 가버렸다. 사람들이 빽빽히 앉은 열사이를 헤집으며 어디를 가는지 계속 움직인다. 더워서 집에 가는지... 그늘을 찾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옆에 여고생들이 버리고 간 헴버거와 콜라가 사람들 발길에 터져버렸다. 우째~!!!! 짜증이 더욱 솓구친다. 앞뒤로 빈 공간에 발을 집어넣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 나는 열이 받을대로 받어 "아~!! 왜 지나다니고 X롤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본인들도 미안했는지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화를 내지는 않는다. 앉은 사람들이 나가라~!! 나가라~!! 를 외쳤다.
그래도 싸움은 없었다.
* 드뎌 경기 시작이다~!!
- 다 죽어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살아난다.
전광판에 준비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비칠때마다 대~!한민국~!!! 을 외친다. 이운재~!! 이운재~!! 히딩크~!! 히딩크!!
드뎌 시작~!
꽹과리와 북, 드럼, 나팔이 곳곳에서 운을 띠우면 대~! 한민국~!!!이 한목소리로 답을 한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뒤엣 사람들이 앉아라! 앉아라~! 를 외치기 때문에 모두다 자기자리를 지키고 앉아 질서정연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앗~! 아........ 앗~!!! 아...... 와아아아~!!! 아.........
를 되풀이하는 놀람, 환호, 탄식....
아무리 대형 전광판이라지만 공이 누구 발에 있는지, 저 선수가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고, 해설도 잘 들리지 않으니 결정적 순간이 있을 때마다 순간 조용해진다. 그리고 리플레이나 그후 상황을 보고 옵사이드다~!! 파울!! 을 확인하고는 그때서야 터지는 함성!!!! 대~!! 한민국~!!!
전반전이 끝났다.
경기 상황이 신통칠 않아서인지, 너무 더워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참~!! 경기 시작한지 몇분 안되 실려나가는 애도 있었다.
어쨌거나 덥기는 무쟈게 덥다. 뜨겁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후반전이 되서야 친구와 가까스로 연락이 돼 우리 자리로 왔다.
셋이 응원을 하니 좀 더 흥이 난다. 원래 오기로 한대로 8명이 다 왔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전도 터지는 골 없이 그대로... 연장 전반... 연장 후반...
그렇게 모든 게임이 끝났다.
연장 후반이 끝나고 승부차기가 시작되니 앉아있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모두 일어선다.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 홍명보까지... 한사람씩 공을 찰때마다 모인사람들은 펄쩍펄쩍 뛰며 소리 지르고 서로를 얼싸 앉는다. 종이를 날리고 물을 뿌린다. 나도 그 물을 맞고 흠뻑 젖어버렸다. 우리의 4강이 확정되자 사람들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교보생명 꼭대기에서 A4지 수백만장이 뿌려진다. 조선일보 사옥에 승리의 순간에 맞춰 "가자!! 요코하마로!"라는 대형 현수막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높이 뛰며 환호한다.
애국가가 1절부터 4절까지 울려퍼진다. 애국가가 끝나고 또다시 함성~!!!
* 경기가 모두 끝나고....
- 이제 흥분한 사람들이 거리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간간이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사람들이 거리위로 쏟아진다. 중간중간에 우리보다 더 흥분하며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대는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팔이 아프도록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쳐댔다.
친구들과 나는 양 사이드에서 끊임없이 터져대는 폭죽 속에서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가다가 더이상 힘이 없어 포장마차로 향했다.(호프집은 이미 만원)
환호와 거리행진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이미 도로는 점령상태~!!! 지하철 역 위로 올라탄 많은 사람들은 아래로 손을 뻗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끝나지 않는 하이파이브를 쳐댔다.
참~!! 중간중간에 남자친구위로 목마를 탄 걸들이 있었는데 젤 부러웠다. (하하;; 여담.. ^^:;)
승리의 기쁨에 겨운 사람들의 미친 행각들은 TV에서 본 그대로였으며, 나 또한 같이 미쳐 주었다.
포장마차에 들어가니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고픈 배를 채우고서는 지하철에 탔다.
지하철에 타서도 응원의 행렬은 마찬가지~!!
* 이번엔 카 퍼레이드~!!!
- 건대역에서 친구 두명과 합류, 한 친구가 가져온 차에 올라타 태극기를 걸고 대~!! 한민국을 외치며 건대, 천호를 지나 양평까지 우리는 달렸다. 우리같이 애들이 떼로 몰려타 소리지르는 차를 만나면 달리는 차에서 하이파이브~!!!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신호등앞에 서있는 사람들, 애 어른 아줌마 할거 없이 우리가 소리를 지르고 손을 내밀면 차로 다가와 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손을 맞춰주었다. 그재미에 시내를 도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 양평에 도착하니 이미 새벽이었다.
양평에 가서 맥주 한잔 하고 거기 행사에 당첨돼 상품도 받고 해뜰 무렵이 다 돼 집으로 왔다.
세 명의 친구들은 다시 2차하러 가고 나와 친구 둘이서 집에 들어와 새빨갛게 탄 팔에 감자를 붙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 그날 하루를 마감했다.
여기까지.
어쨌거나 사실 나는 한국팀이 4강한거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감격적으로 흥분되지는 않는다.
내가 광화문에 왜 갔을까...
내가 왜 목이 쉬도록 대~!! 한민국을 외치고 펄쩍펄쩍 뛰었을까...
왜 바보스런(?) 그 행각에 적극 동참했을까....
나는 미치고 싶었고, 소리지르고 발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를 만큼 질렀는데도 아직 모자란 것 같아
낼 25일 4강전 응원에 또 나갈 예정이다.
낼은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가야지~!!
ㅎㅎㅎ
그야말로 붉은 악마네.
천사는 분명 아니니.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