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57) 살기(殺氣)어린 검무(劒舞)
한편, 익주목 유장은 유비의 군영 십 여리를 앞두고 상장군 장임(張任)에게 명한다. "이제부터 정예병을 앞세워 유비군에게 우리의 위용을 보이게 하라."
이리하여 서천 유장의 기마병 일단이 전진 배치되어 유장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영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유비 진영으로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양 쪽이 지근거리에 이르자 서천의 군사들이 유장의 앞 길을 열어준다.
유장이 호위군사 앞으로 보이자, 유비가 천천히 다가와 마상의 유장에게 예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형주목 유비가 형님을 뵈옵니다."
"허허허, 현덕 ! 정말 보고싶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구먼, 허허허허 !..." 유장은 친근한 의미로 유비에게 연실 웃음을 보였다. 이어서 유장이 말에서 내리자 유비는 그를 부축하면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위용 넘치는 군대와 장수들을 보고, 소인이 실로 감탄을 했습니다." "아 ! 고맙네, 고마워 ! 이렇게 대군을 이끌고 달려와 주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네."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유비는 손수 유장의 손을 잡고, 병영 안으로 안내 하였다. 유비의 군막에 차려진 간단한 환영연 준비는 유비와 유장이 서로 빗겨 앉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고, 양 쪽의 수행 장수를 위한 자리는 중앙을 두고, 마주보게 차려져 있었다.
"현덕, 앉게나." "앉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앉을 것을 권하고 자리에 앉자, 양측 수행 장수들도 각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유장이 술잔을 들고 말한다.
"아우, 현덕이 친히 형주군을 이끌고, 내 청에 의해 천리 길을 달려와 장로 격퇴를 돕겠다고 하니, 이런 깊은 호의에 서천 백성들을 대신하여 감사드리네, 그리고 모두들 잔을 함께 듭시다." 유장은 유비를 바라보며 말을 맺으며 자리에 함께한 군사와 장수들을 향하여 잔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하는데, "고맙습니다. 허나, 청이 하나 있는데 부디 들어주십시오." 하는 것이 아닌가 ? 유장은 즉석에서 응락한다. "말해보시게." "사실, 첫 잔은 천자께 올려야 옳치요." "아, 응 ?" "이 순간에도 천자께서는 역적 조조의 손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 유씨 종친들이 역적을 멸하고 조정의 권한을 되찾아 주시길 고대하고 계십니다. " "아, 하 ! 현덕의 충심에 천지가 감동할 것이네, 그러면 아우님 청에 따라 천자께 첫 잔을 올립시다." 비로서 유장이 유비의 깊은 속마음을 알아 채고 흔쾌히 좌중을 향하여 잔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유비는,
"천자 앞에서 우리 황실 핏줄들이 맹세합니다. 필히 역적을 몰아내고 한실을 재건하겠습니다." 하고, 외치며 비로서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좌중의 모두가 한잔씩을 마시고 난 뒤에 유비가 유장을 향하여 말한다. "이렇게나 먼 길을 마중나와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저의 군사들도 사기가 한층 양양해졌습니다."
"천리 길을 와주었는데, 이정도 영접은 당연히 나와야 할 것이 아니겠나 ? 먼 길을 오는라고 수고가 많았네. 허허.. 그런데 아우님, 군사는 얼마나 데리고 왔는가 ?"
"보군 삼만에 기병 이만, 모두 오만의 병사가 최일선에서 목숨걸고 싸우겠습니다." "좋아 ! 장로 진영에서는 지금, 마초까지 가세한지라, 예봉이 날카롭네. 쉽지않은 싸움이 될 것이야. 헌데,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패하면 어쩔건가 ?"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형님을 위해 한중으로 진격, 한중 땅을 수복할 것이고, 패하게 되면 군을 재정비해 다시 싸울 것입니다." "승리도 패배도 않는다면 ?" "음... 그리 되더라도, 형님의 명에 따라야 하겠지요. 형님께서 떠나라고 하시면 즉시 군을 수습하여 형주로 돌아 갈 것이고, 형님께서 남아 있으라고 하시면 남아서 명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형님께서 군마만 남기고 돌아 가라고 하시면, 그 즉시 모든 군마를 형님께 드리고 저 혼자 형주로 갈 것입니다."
"아 하 !... 전부터 아우의 인의는 들었네만, 오늘 보니 그 이상이로구먼. 자 ! 이 잔을 들어 경의를 표하겠네." 유장이 술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 이미 방통과 눈짓을 주고 받던 장군 위연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으로 나서며 유비와 유장을 향하여 말한다.
"주공, 주연의 흥을 돋구기 위해 소장이 검무를 춰 볼까 합니다." 유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유장이 허락한다.
"좋지, 좋아 ! 어디 한번 보세, 형주 장수의 위용을 말야. 응 ? 하하하하 !...." 그러나 서천의 상장군 장임은 위연이 나설 때 부터 긴장하며, 매서운 경계의 눈초리로 위연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위연은 유장의 응락이 떨어지자 즉석에서 번쩍이는 장도를 뽑아 들고 검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위연의 검무는 쏘는 벌 처럼, 날으는 나비 처럼,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좁은 군막 안이었지만 구석구석을 벌판 한가운데 처럼 날고 휘저었다. 그리고 그의 칼 끝은 유비와 유장의 코 앞으로 왔다갔다 했는데, 유비는 순간, 위연의 검무에서 살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공간의 감정은 서천의 상장군 장임에게도 감지될 수 밖에 없었다. 장임은 이러한 살기를 느끼자 즉각,
"검무에는 짝이 필요하니, 저도 함께 춰보겠습니다." 하고, 소리치며, 위연의 검무에 끼어들어, 같이 공방을 나누면서 검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두 장수가 한참 어울려서 춤을 추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살기가 등등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위연이 검무를 추면서 유장을 흘겨보면 장임은 똑같은 눈초리로 유비를 흘겨 보는 것이었다.
"챵, 챵 !" 두 장수가 벌이는 검무의 공방은 날카로운 칼 끝 만큼이나 부딪치는 소리도 듣는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저도 거들겠습니다 !" 방통의 눈짓을 받은 유봉이 나서며 검무에 합세한다.
"검무라면 저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서천의 장수, 냉포(冷苞)와 등현(鄧賢) 등의 두 장수가 제각기 칼을 들고 나와 춤에 어울린다. 유비가 살기가 충만해지는 데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친다.
"멈춰라 ! 이 자리가 홍문연(鴻門宴)이 아니어든, 이 무슨 무례한 짓들인가 ? 우리 형제는 지금 기꺼이 만나 통음하고 있으니, 위연과 유봉은 즉시 검을 거두고 물러가라 !" 유장이 그 소리를 듣고 크게 감격하며 그 역시 자기 부하들을 큰소리로 꾸짖는다. "우리 형제가 흉금을 털어놓고 대사를 도모하려니, 장임, 등현, 냉포는 썩 물러가라 !"
이리하여 먼저 위연과 유봉이 먼저 칼을 손에서 떨어뜨리자, 이어서 서천의 장수들도 손에서 칼을 놓아버린다. 유비가 서천의 장수들 앞으로 다가가서 입을 연다.
"여러 장군들, 나는 귀관들의 주군과 같은 핏줄로 이제 한 배를 탓으니, 더 이상 의심하지 마시오. 이 유비가 여러분 앞에서 맹서컨데, 배신은 절대 없을 것이오. 훗날 여러분의 주공께 불의한 짓을 범한다면 그때 누구든 나를 베시오."
"현덕 ! ...아, 현덕 !..." 유장은 감격에 겨워 하면서 유비를 거듭하여 불렀다. ...
*주 홍문연 검무의 유래. 블로그 검색란에 <열국지 (59) 홍문 대연회>를 넣어 검색하시면, 항우가 유방을 홍문 대연회에 초대한 술자리에서 항우의 군사 범증이 항우의 종제(從弟) 항장을 시켜, 술자리에서 검무를 추게 하면서 유방을 제거하려 하였던 사건입니다. 검색하여 보시면 그때의 긴박했던 사정을 아실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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