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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盃思慕(배산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雪山
개요
24절기 중 17번째 날로 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에 있는 절기.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한로는 태양의 황경이 195°인 날로 대개 양력 10월 8일 무렵이다. 농촌에서는 한로가 되면 가을이 깊어져 더 추워지기 전에 추수를 힘써 마쳐야 하는 바쁜 시절이다. → 절기.
유래
'한로'라는 말은 '차가운(寒) 이슬(露)'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서 한로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고,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 중후(中候)에는 참새의 수가 줄어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로 기간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1444) 등 한국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 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를 기준으로 기술된 것이어서 한국의 기후와는 차이가 있다.
풍속
옛 풍습에 활짝 핀 국화를 이용해 국화전을 부치고, 국화술을 담갔으며, 붉은 색의 수유(茱萸) 열매를 머리에 꽂아 잡귀를 쫓았다. 조선 중기의 문신 신속(申洬)이 펴낸 <농가집성(農家集成)>과 이 책에 포함된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 등에 의하면, 한로와 상강에는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돕는다고 하여, 음기가 강해지는 가을을 맞아 양기를 보하는 음식으로 권장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9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10월 무렵에 해당)'에 한로 상강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구월령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만산 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을 자랑한다
구월구일 가절이라 화전 천신하세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 잊지 마소
물색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무논은 베어 깔고 건답은 베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를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욱이기
이웃집 운력하여 제일하듯 하는 것이
뒷목 추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일변으로 면화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쌀을 장만할 제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 백주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 놓고
배추국 무나물에 고추잎 장아찌라
큰 가마에 앉힌 밥 태반이나 부족하다
한가을 흔할 적에 과객도 청하나니
한 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아무리 다사하나 농우를 보살펴라
조 피대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