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이형택이 세계 랭킹 2위이자 올시즌 프랑스 오픈 우승, 윔블던 준우승자인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맞아 선전했지만 아쉽게 패했다.
예선을 통과해 전날 본선 1회전을 승리한 이형택은 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계속된 ATP 투어 마스터스 시리즈 ‘Rogers Cup’(총상금 245만 달러) 2회전에서 2번 시드의 나달을 맞아 접전끝에 0(4-6, 3-6)2 로 무릎을 꿇었다.
세계 2위와 85위의 대결이었지만 결코 경기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형택은 경기 내내 긴 랠리에서 견고한 플레이를 했지만, 결정적으로 나달의 묵직한 탑스핀 스트로크에 고전했고 중요한 순간에 뼈아픈 범실을 쏟아내며 패하고 말았다.
이형택은 게임 시작과 함께 서비스 게임을 무난히 지키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으나, 다음 두 개의 서비스 게임에서 러브로 브레이크 당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이형택 역시 나달의 네번째 서비스 게임에서 접전끝에 브레이크에 성공했지만, 결국 1세트를 4-6으로 내주었다.
2세트 들어서 초반 컨트롤의 안정을 찾은 이형택은 나달을 좌우로 흔들며 ‘forced error’를 유도해 내었고, 좀더 침착한 플레이를 하며 브레이크를 한 번씩 주고받은 채 3-3까지 이르렀다.
승부처는 일곱번째 게임. 30-40의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이형택의 드롭발리가 사이드라인에 아슬하게 걸치며 득점으로 연결되나 싶었지만, 발빠른 나달이 런닝 포어핸드로 위력적인 스트로크를 날렸고, 이에 이형택은 라켓을 가져다 대긴 했지만 아쉽게도 볼이 반대편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며 다시 3-4로 브레이크 당해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3-5에서 이형택은 서비스 게임을 맞이했으나 트리플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첫 두 포인트는 과감한 공격 플레이로 살렸으나, 마지막 매치 포인트에서 나달의 정교한 패싱샷에 발리가 네트에 걸리며 결국 1시간 28분간의 접전에서 분루를 삼켰다.
이형택은 위닝샷에서 나달에 17-13으로 앞섰으나, 범실에서 29-16으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양을 쏟아내며 경기를 힘들게 풀어갔고, 공격적으로 나선 순간의 범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리턴에서의 실수도 다소 나와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이형택은 경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나달에게 승리를 헌납하지 않고 나달로 하여금 끝까지 승리를 쟁취하게 만들 만큼 높은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었고,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격려를 받기도 했다.
이형택은 윔블던 후 시작된 하드 코트 투어/챌린저급 대회 14 경기에서 11승을 거두는 등 매우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고, 나달과의 경기에서도 근접한 경기를 보여주며 시즌 마지막 그랜드 슬램 대회인 ‘US 오픈’(8월 28일 개막)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이형택은 2000년 US 오픈에서 자신의 그랜드 슬램 최고 성적인 16강까지 올랐던 경험이 있다.
이번 대회의 성적으로 다음 주 발표될 랭킹에서 -다른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변동의 가능성이 있지만- 70위권 후반에 이름을 올릴 전망인 이형택은, 이번 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장소를 옮겨 또 하나의 마스터스 시리즈인 ‘웨스턴 & 서던 파이낸셜 그룹 마스터스’(총상금 245만 달러)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 ⓒPhoto by Matthew Stockman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나달(좌)과 이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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