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엄 변상도로 보는 부처님 세상] <68> 선지식이 곧 여래며, 공덕의 곳간이라
‘대방광불화엄경 제68권 변상’
그 유명한 관자재·정취보살도 등장
사람 보살마하살 신…시방세계
부처님 계시지 않은 곳 없듯이
선지식이 지혜의 횃불이며 길
관자재보살 정취보살 등 7명의 선지식을 만나는 장면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80화엄경 제68권 변상도.
80화엄경에서 제68권은 ‘입법계품’에서 아홉 번째 권이다. 선재동자가 바수밀다녀(婆須蜜多女), 비슬지라거사(鞞瑟胝羅居士),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정취보살(情趣菩薩), 대천신(大天神), 안주신(安住神), 바산바연저주야신(婆珊婆演底主夜神) 등 7명의 선지식을 만나는 장면이 변상도에 빽빽하게 새겨져 있다.
‘입법계품’에서 비슬지라거사는 선재동자가 만나는 스물일곱 번째 선지식이며, 첫 번째 선지식인 문수보살 이후 스물여섯 번째 인간 선지식이다. 이후 스물여덟 번째 선지식과 스물아홉 번째 선지식으로는 그 유명한 관자재보살과 정취보살이 등장한다. 그리고 서른 번째 선지식부터 마흔 번째까지 열한 명의 선지식은 신(神)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선재동자의 선지식들은 사람과 보살 마하살과 신들이 총망라되었다. 달리 말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보현행을 하는 이는 누구나 선지식이 되며 아누다라삼약삼보리심을 일으키는 대상이 된다. 나아가 시방세계에 부처님 계시지 않은 곳 없듯이 선지식이 곧 여래며, 공덕의 곳간이며, 지혜의 횃불이며, 문이며, 길임을 암시하였다.
바수밀다녀 선지식은 ‘탐욕의 짬을 여읜 해탈’을 얻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이다. 탐욕을 일으킬 틈조차 없는 해탈이니 일체가 베풂인 삶이다. 그녀는 모든 중생들의 말을 할 줄 알며 누구에게나 자신을 맞춘다. 욕망이 불타는 이에게도 자신을 맞추어 탐욕을 여의게 만든다. 심지어 그녀의 손목을 잡거나 그녀의 입술을 빨아도 탐욕을 여의게 되니 마치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더니 목마른 이가 맞닥뜨린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관자재보살과 정취보살은 보타낙가산에 거주하면서 대자비(大慈悲)한 법을 말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는 보살들이다. 그래서 관자재보살은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해탈문’을 얻어 중생을 구제하며, 정취보살은 ‘보살의 넓은 문 빠른 행의 해탈’을 얻어 시방에 두루 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대천신은 ‘구름 그물 해탈’을 얻어 어려운 길을 벗어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게 하며, 안주신은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을 얻어 부처님의 모든 공덕과 착한 뿌리를 보았으며, 바산바연저주야신은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얻어 중생들의 괴로움을 여의게 하였다.
[불교신문36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