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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주 제일 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성훈(사도광탄)
러브코리아 5차 탐방
일시 : 2007년 10월 13(토) 1박 2일 탐방지 : 하동 쌍계사 차 시배지 매암 차 박물관 섬진강 기차마을 탐방인 : 포플러,이문종,성훈,성훈1
청주 출발(저녁9:30)~구례 보석사우나(12:00)~화개장터(08:00)~ 쌍계사 차 시배지,칠불사(09:00)~매암 차문화 박물관(1:00)~ 섬진강 기차마을(3:00)~청주로 이동(5:00)
자유를 노래하는 섬진강
지리산 중턱에 자리한 쌍계사,칠불사를 가려니 옛생각에 거북이를 버린다. 힘센 토끼를 타고 즐거움을 가득 품은채 출발한다.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취침을 하려니 생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인지 서로들 한잔 생각이 고개를 내민다. 1박의 즐거움이란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옆 치킨집에 들러 시원한 맥주한잔으로 내일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치킨집 주인은 보디빌더다. 전남대표로 85kg급에 내년 6월 전국대회에 출전한단다. 나이는 36세 총각이고 이름은 최진상이다. 선한 시골청년으로 보인다. 사람냄새가 나는것이 나를 즐겁게 한다. 같이 합석해 보디빌더에 대해 많은 얘기도 나누었다. 우리일행중 한명이 맘에 들었는지 피쳐 2개를 연신 제공한다. 역시 사람냄새는 이런냄새일진데...막힘이 없이 열려져 있어 좋다. 우리 일행 한명을 버리고 올려다가 보쌈해서 찜질방에 가둬두었다. 찜질방안에 남자수면실,여자수면실이라고 팻말이 붙어있는데 이상하게도 왜 남자들은 버젓이 여자수면실에서 잠을 청하는가. 여인네 그 기운을 받고 싶은건지. 향기가 그리웠나보다. 변태인가. 어찌됐건 보쌈한 처자는 그날 합방했다.
아침은 화개장터에서 먹기로 하고 재첩국을 주문한다. 프리미엄이 붙어서인지 가격은 7,000원한다. 맛도 맛이지만 재첩이란 단어는 서정적인 느낌이다. 고향같은 포근함이 떠오른다. 섬진강과 그 주변의 위대한 자연현상과 맞물려 여인네들의 기계를 동원하지 않은 원초적 행동의 손동작속에 재첩은 그 손에 이끌려 채취된다. 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모습들...재첩은 그래서 맛있다. 조영남은 화개장터를 노래했지만 내 생각으론 섬진강을 노래한 것처럼 느껴졌다. 조영남은 노래할때 화개장터보단 섬진강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 분명하다. 섬진강은 그러한 힘을 갖고 있었다.
토끼는 섬진강 17번국도를 따라 질주한다. 하동은 머리에 지리산을 두고 있다. 그 강인한 산맥의 물줄기는 굽이굽이 강하게 요동치지만 하동에 닿아 이내 고요함으로 내려놓는다. 고요함의 물의 흐름 안쪽으로 모래톱은 쌓인다. 그 모래톱은 섬진강 생명의 핵심이다. 그래서 그 모래톱은 모래톱으로서 아름답고 섬진강과 한몸이다. 빛에 노출된 강물과 모래는 재잘거림으로 요란하다. 강주변 산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푸름의 색은 강하다. 강물은 그 푸름에서 왔으니 강인함의 연속이지만 그 강인함으로 일군 모래는 여리고 푸름의 강함을 녹여 아늑함으로 바꿔버린다. 강가에서 보는 모래는 그래서 우뚝하다. 내가 사는 고향 바로 옆으로 백마강이 흐른다. 어릴때 추억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그 백마강은 죽었다. 개발논리로 그 모래는 어디인지 모를 건물에 쳐발라져 있다. 시멘트에 섞여 색도 추억의 색이 아니다. 고향가서 백마강을 바라보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화계장터를 거쳐 쌍계사 차 시배지로 향한다. 십리벚꽃길은 뒤로하더라도 그길은 고향의 길이다. 포근함,고즈넉함이란 단어는 이곳에서 따온 듯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휘젓어 놓는다. 산과 계곡과 벚꽃길, 그 안에 포근히 묻혀있는 마을들, 그 고향의 길 주변으로 차 밭이 우리를 쌍계사까지 안내한다. 지리산 茶는 뿌리는 깊은 골짜기 바위를 뚫고 대지의 기를 흡수하며 위로는 밤하늘을 향해 기를 받아 신령스런 기운을 간직하게 된단다. 그래서 쌍계사 주변이 차 시배지가 됐으리라.
차 마시는 법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러우니 고상함을 찾을 수 없다. 홀로 마시면 그윽하고 둘이 마시면 빼어난 것이요 셋은 멋이라 하고 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 일고여덟은 그저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동다송]
[다서] 에 '찻잎은 그 따는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이르면 차맛이 떨어지고 늦으면 차의 향이 흐트러진다. 곡우 전 닷새가 가장 좋고 곡우 후 닷새가 다음이며 다시 닷새 뒤가 또 그 다음이다' 라 하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 보니 우리나라 차는 곡우 전후는 너무 이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한 때다. 찻잎을 따는 법은, 밤새도록 구름이 없고 맑은 날에 밤 이슬을 흠뻑 머금은 잎을 딴 것이 제일 좋고 낮에 딴것은 그 다음이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따지 말 것이다.
향기로운 차는 한 잔만 마셔도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 하늘에 오르는 듯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알 수 없지만 차란 그러한 힘을 갖고 있는 듯 싶다. 10월에서 12월까지 차꽃이 핀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차꽃을 따서 술을 담가 2주후면 그 맛을 볼 수 있다 한다. 나도 차꽃술을 2주후면 볼 수 있겠다. 쌍계사를 들러 찻집에서 차 한잔 하고 다시 칠불사로 향한다.
칠불사는 토끼봉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쌍계사의 말사로 원래는 칠불암이 였으나 지금은 규모가 커져 칠불사로 바뀌었다. 신라 김수로왕의 일곱아들이 성불했다해서 칠불사다. 그곳에는 유명한 아자방(亞子房)이 있다. 2중 온돌로 되어 있는데 온돌이 亞자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이름붙여졌는데 한번 불을 때면 한달에서 석달까지 그 온기가 남아 있다 한다. 그 온돌은 1000년의 세월을 견디었다. 아무 고침도 없었다 하니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묘향산,금강산,지리산 아자방을 거치지 않으면 큰 스님이 될 수 없단 얘기도 전해내려 온다. 이곳 칠불사는 매일 점심공양을 한다. 오늘은 특히 문수재일(매달 음력 초나흘)이라 해서 문수보살께 기도를 올리는 날이라 한다. 법명이 어떻게 되는진 모르지만 스님에게 차 한잔 마실 수 있는지요? 라고 물으니 스님들이 계셔서 오늘은 힘들겠단다.
칠불사를 빠져나와 다시 화개장터를 지나 19번 국도를 다시 달린다. 최참판댁을 지나면 매암 차문화 박물관이다. 최참판댁을 스쳐 지나가면서 왜 이곳을 박경리 선생님은 토지의 무대로 등장시켰는지 난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한마디로 낙원이다. 이곳 마을은 명당임에 틀림없다. 내 첫 외마디는 바로 그 말이었다. 이리도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무릇 명당은 딱딱한 풍수지리를 차치하더라도 마음이 포근하고 편안하면 명당이라 했다. 칠갑산이 그랬고 이곳은 더 하다. 명당의 기운은 내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여민다. 가을의 향기는 너무 진하게 내 온몸으로 퍼져 나를 환각상태로까지 치닫게 만든다. 이런 기분은 나도 첨이라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이 마을 앞으로 들녘이 펼쳐져 있는데 그 모습은 일반 들녘이 아니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는 도통(道通)의 길이었음을 이 무지한 중생도 어느정도 감지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매암 차문화 박물관에 들러 다원도 돌아보고 차도 음미해본다. 이곳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차밭의 80%는 자생종이 아니다. 야부끼라 해서 일제강점기때 일본에서 들여온 차나무다. 요즘은 농약이 들어가지 않은 채소,과일이 없을 정도지만 우리나라 다원들도 농약과 비료를 많이 준다. 농약을 실은 비행기는 새벽에 서산에서 날라온다. 차에 관심있으신 분은 고인쇄박물관 앞에 차와 다구를 파는 다구점이 있다. 그곳에 들르면 차를 원없이 마셔볼 수 있고 차에 대한 많은 얘기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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