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이홍위의 깊은 恨을 흘려 보낸 영월 청령포에서.
주변에서 [왕사남, 왕사남] 해외에서도 [왕사남]을 외쳐대어 천오백만 대에 내 한 명도 누적 관객수에 숫자를 올렸다.
단종의 역할과 엄홍도의 역할을 맡았던 박지훈과 유해진을 논할 때, 내 가슴엔 단종의 그 어둡고 처절하고 우울하고 막막하고 기막히고 원망스럽고 억울하고 미쳐버렸을 것 같은 그 이홍위의 恨이 서린 청령포를 다녀오고 싶었다.
약 2시간 50분을 달려 찾아간 영월에서 2~3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청령포와 '관음송'.
관음송은 6백년 된 소나무로서 단종 이홍위가 소나무 위에 걸터앉아 자신의 恨을 독백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다 듣고 자랐다하여 ‘관음송’이라 한다 했다.
요즘으로 이야기 하자면 노산군을 위한 관음송만의 '블라인드' 역할.
이 관음송만은 이홍위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엄마면서 누나였던 경혜공주이며 자신의 아내 정순왕후이자 백성이지 않았을까?
함께 울어주었을 이 관음송이 이홍위를 얼마나 많이 위로했을지 짐작할 수 없을 듯 하다.
동이 터 오르고 석양이 질 때면 더욱 더 외로웠을 이홍위.
그러니 한 밤 중에 목을 놓아 울음을 쏟아내니 그 통곡 소리를 듣고 엄홍도가 강을 헤엄쳐 건너가 노산군을 위로했다하니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엄홍도는 노산군의 심리적 아버지가 되어 가는 첫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해가 뜨고 달이 저물어가도 찾아오는 이 없고 목숨을 노리는 그 청첩산중 한 가운데에서 해 질 무렵이면 노산대에 올라 가 한양을 바라보면 그 시름 속에 백성이 있었다고도하니 그 마음 역시 어떻게 헤아려 볼 길이 없다.
그곳에서 미천한 백성인 내가 감히 단종 이홍위 노산군의 그 마음을 시공을 초월하여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
처절하리만치 하늘이 원망스럽고도 그리웠을 그 양가 감정의 소용돌이치는 그 마음 속을 감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른 아침 출발 전 먹으려고 했던 김밥 한 줄도, 영월 서부 시장에서 여러 종류의 먹거리들도, 정릉 앞에서의 산채 비빔밥도 먹히지 않아 다 남겨버렸다.
서부 시장 내 카페에서 손에 지게 된 카페라떼 한 잔과 깊은 한 숨만이 단종 이홍위 노산군에게 줄 수 있는 나만의 슬픈 위로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영월로 출발하려는 그 시간부터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음식이 먹히지 않았던 것은 단종 이홍위 노산군이 음식을 넘길 수 없었던 그 때의 그 심정이 시공을 초월하여 전이된 것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서야 깜찍한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한 달 전부터 5월 14일을 통째로 비워두고 내게 휴가를 선물했던 어제의 하루.
나의 이런 꼬드김에 은근슬쩍 넘어가 준 이쁜 동생들에게도 동행의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