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오늘 비트로 팀원들로 부터 재능기부를 받고 보니 테니스 기본 원리를 모르고 쏟았던 노력이 실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방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대 안유경은 국악을 전공하는 음악대학생이다. 평소 오래 앉아서 관악기를 다루는데 테니스를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두 시간 동안 지도를 받은 안유경은 포핸드의 원리를 제대로 깨달은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3월 14일 비트로 팀원들은 서울대학교를 방문했다. 1년에 두 번, 대학생 행사에 무료로 코트를 제공해 주는 서울대 스포츠 진흥원 소속의 운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이 운동부는 체육 전공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부의 학생들을 뽑는데 소수 정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25명, 4학년부터 대학원생 선배들 오비라고 하는데 총 60여명이다. 다른 학부의 테니스 동아리처럼 100명이 넘는 숫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테니스에 진심인 학생들을 뽑아 개개인을 다 챙기며 가족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전성원 회장은 “월,수,금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잔디코트 3면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며 “백핸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배워보니 역시 힘을 빼고 컨트롤해서 스윙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실력별로 세 파트로 나눠 행사를 진행하는데 반바지를 입고 씩씩해 보이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1주일 전에 전역하고 참석했다는 견우진은 “정확하게 치는 방법과 타이밍 그리고 방향 조절등을 배웠다”며 “앞으로 어떻게 후배들을 지도해야 하는지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깨닫게 된 것이 최고의 득템이다”고 했다.
A그룹을 맡은 박현도 팀원은 학생들이 질문하는 부분을 만족시킬 만큼 집중적으로 지도해 나갔다. A그룹에서 레슨을 받은 심리학과 정다운은 현재 테니스 조교를 하고 있다. 앞으로 선수들의 멘탈 코치, 심리 치료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정다운은 “백핸드 스핀을 걸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 지도를 받아 해답을 얻게 되었다”고 전했다.
베테랑 나이에도 실력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고운섭 팀원은 B그룹 학생들에게 짧은 랠리를 통한 동작의 정리와 숙달, 컨트롤 항상을 위한 랠리를 연습을 시켰다. 또 타점에서 앞에 대한 이해, 공의 높이와 몸통회전, 두껍게 맞추기 위한 그립의 리드, 중심 이동등 학구파 답게 깊이 있는 이론과 실기를 선보였다.
오픈부 아버지로 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테니스를 배운 김광호는 “그동안 슬라이스를 너무 얇게 쳤다는 것을 깨달았고 두껍게 맞추는 연습을 해 머지않은 미래에 전국대회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초급자를 맡은 이순규 팀원은 포핸드의 몸통 회전과 지면 반발력을 이용하고 팔의 내전을 통해서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것을 학생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이 지도를 받은 이은지는 “탑스핀을 배운 후 감아 치는 것만 집중했는데 몸 회전을 하면서 30센치는 더 길게 쳐야 위력적인 샷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대학생 테니스 저변확대에 든든한 후원을 하고 있는 주)학산 비트로 최창국 전무님이 부산에서 오셔서 참관했다. 비트로는 최근 호주산 크나이슬 라켓을 수입해 홍보하는 중이다. 서울대스포츠 진흥원 박일혁 교수는 재능기부 현장에서 직접 스윙을 해 보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늘 학생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참스승의 모습이다. 재능기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서울대 교정의 바람은 이미 봄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