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김세영
혓바닥위에 얹어 먹는 것보다
입술로 빨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세 살 때
국수 가락을 젓가락에 걸고
후루룩, 빨아 먹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칭찬하던 걸
내 입술은 기억하고 있다
젖을 뗀 후
손톱이 문드러진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서투른 젓가락질에 토막 난
국수 가락 붙은 손가락을
후루룩, 빨아 먹었다
막내 이모 시집가던 날,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가늘고 긴 잔치국수와 함께
후루룩, 빨아 먹었다
“밥 먹어라” 어머니가 부르면
“나중에요” 하다가도, 언뜻
“국수 먹어라” 부르는 환청 소리에
후루룩, 다람쥐처럼 달려갔다
지금도 국수를 먹을 때는
가락이 끊어지지 않도록
유년의 밤 낚시터에서
입질에 팽팽해진 낚시줄을 감아올리듯
조심조심 빨아 먹는다
멸치국물 냄새가 나는
국수집 앞을 지날 때는
어머니의 말랑한 젖꼭지와
이모의 도톰한 입술을 기억하는
내 입술의 세포들이
갯지렁이처럼 오물거린다.
『시와 문화』 2013년 봄호
첫댓글 후루룩 먹고 싶네요 즐감했습니다.
국수에 대한 나의 편식 편애에 대한 사유서 입니다. 한시인님도 국수 먹을 때 이런 느낌을 가지십니까?
고교 동기가 유난히 국수를 좋아해요 등산 후 망향 국수를 먹었는데 기호 식이 되었어요, 냉면 라면, 스,파게티 , 짜장 면은 모두를 좋아해여
국수가 먹고 싶어집니다. 이토록 국수가 멋진 시로 탄생하는군요. 후루룩.후루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