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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8월 31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831화] 허점투성이 학교 성범죄 예방
CCTV는 고장나 있거나, 사람 출입이 잦은 곳은 감시하지 못했다. 일요일이라고 '배움터 지킴이'는 나오지 않았고, 70대 경비원 한 명만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10년 전 성폭력 전력이 있는 범인은 혼자 학교에 온 12세 지체장애 여학생을 본관 현관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22일 광주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사건이다.
정부가 전국 5,800여개 초등학교에 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하고, 휴일에도 '배움터 지킴이'를 두어 아동 성폭력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여전히 벌건 대낮에, 그것도 학교 안에서 버젓이 아동성폭행이 벌어지고 있다.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경비원은 범인을 쫓는 것은 고사하고, 인적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고 피해 아동을 돌려보내 범인 검거에 애를 먹게 했다.
이처럼 범죄에 무방비인 학교가 한 둘이 아니다. 경찰청은 6월 전국 초등학교 5,858 곳의 방범실태를 점검해 그 중 20.7%인 1,212곳을 범죄취약 학교로 분류했다. 퇴직경관을 이용한 배움터 지킴이도 4,497곳(76.8%)에는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수도권과 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 대도시는 낫다. 이들 지역에는 학교당 평균 4~6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경북과 강원은 학교당 한 대에 불과하다. 배움터 지킴이 역시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가 1명씩 두고 있지만, 강원 충남 지역에는 전무해 아동 성폭력등 범죄에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시ㆍ도 교육청은 예산 부족, 사업 우선순위 타령만 하다가 학부모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이제야(9월) 추경에 예산 129억여원을 편성해 각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를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학생 수가 100명 미만이어서 대상에서 제외되는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런 학교가 15%나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빈틈없는 대책과 관리, 감독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를 안전지대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831화] 기어이 상지대를 분규사학 만들겠다는 교과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정이사 선임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상지대의 정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교과부는 어제 상지대 쪽에 지난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임한 8명의 이사 중 사퇴한 1명을 제외한 7명과 교과부가 선임한 임시이사 1명 등 8명의 이사 명단을 통보했다. 개강 첫날 기습을 당한 상지대 쪽은 즉각 재단 사무국을 점거해 농성을 시작하고 정이사 거부 투쟁을 천명했다. 사학분규를 억제하고 해결해야 할 교과부가 오히려 사학을 분규의 회오리 속으로 밀어넣은 셈이다.
교과부는 이런 조처를 이주호 장관이 임명장을 받기 직전에 결행했다. 신임 장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전임 장관의 배려인 모양이지만, 틀려도 한참 틀렸다. 이주호 장관은 차관으로서 집행 과정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미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교과부의 이번 조처는 국회의 의견조차 묵살한 채 이뤄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는 여야 합의로 새달 6일 교과위를 열어 사분위원장 등을 출석시켜 상지대 문제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 상지대 비대위 쪽에 따르면, 변재일 교과위 위원장은 이런 합의에 따라 안병만·이주호 당시 교과부 장차관에게 행정처분을 6일 교과위 회의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교과부 쪽은 변 위원장의 요청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긍정적 답변을 한 적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변 위원장의 말대로 긍정 검토를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면 더 큰 문제지만, 확답을 안 했다는 교과부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회를 경시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해결 노력조차 지켜보지 않은 채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교과부가 애초부터 비리사학과 한통속으로서 분규 해결엔 뜻이 없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하는 사태를 겪고 출범한 새 내각이 출범 첫날부터 국회를 경시하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라면, 이번 행정조처를 취소하고 국회 논의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831화] 수준별 이동수업의 虛點 보완을
고려대 교육학과 박사학위 논문에서 중2 때 학업성취도가 하위 20%에 속한 학생 6172명의 1년 뒤 성적 향상도를 따져봤더니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영어 4점, 수학은 7점 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위권 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별보충수업이 되레 성적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어·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2~4단계의 수준으로 나눠 가르치는 수준별 이동수업은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중·고교의 85%가, 그 외 지역에선 76%가 시행하고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교육 효율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분·적분까지 뗀 학생과 이차함수를 이해 못하는 학생이 뒤섞여 배우는 교실의 학습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하위권 학생 가운데 수준별 이동수업을 받은 학생들 성적이 상위권·하위권이 섞여 배운 학생들보다 낮게 나온 것은 학교들이 상위권 학급만 신경 쓰고 하위권 학급을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학교에선 하위권 학급에는 기간제 교사를 주로 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학습부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낙오자(落伍者)라고 생각하게 되고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도 잃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교육성과가 뛰어나다는 핀란드 학교에선 학습부진아로 분류하는 학생 10% 정도에 더 관심을 쏟는다. 핀란드 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묶어 10명 이하로 학급을 편성하고 담임 외에 보조교사를 배치해 쉬는 시간까지 생활지도를 해준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는 유급(留級)시켜 1년을 더 배우게 한다.
하위권 아이들을 평균 학력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학교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교육 당국이 학습부진 학급엔 더 실력 있는 교사, 더 많은 학습보조 교사를 배치해줘야 한다. 수준별 반편성을 몇 단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어떻게 해야 수준별 수업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학습부진 학생 가운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학교와 선생님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더 열의와 관심을 갖고 보살펴주는 것이 사회를 공정(公正)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학교와 교장에 대한 평가도 그 학교가 하위권 학생을 얼마나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는가를 갖고 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831화] BK21 탈락 대학들 불만 앞서 자성하길
올해 2단계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BK21) 대상에서 30여개 대학 사업단이 탈락했다. 문제의 사업단 소속 연구원과 학생들은 당장 실직 위기에 처하고 등록금·장학금 수혜에서도 제외될 판이다. 해당 대학·사업단은 개강에 임박해 탈락 사실을 통보받은 데다 평가도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성과가 부진한 사업단을 배제시키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누누이 밝혀왔다. 해당 대학·사업단은 달갑지 않은 통보에 반발부터 할 게 아니라 경쟁력 갖추기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BK21 사업은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지식경제의 중심에 설 만큼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게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1999∼2005년 1단계로 1조 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단계인 2006∼2012년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과 박사후과정 연구인력 학비 등으로 2조 3000억원을 집행하게 된다. 인재대국과 과학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동력을 국민의 혈세로 창출하자는 국책사업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된 사업단은 이에 걸맞은 실적과 성과를 내는 게 당연하다. 연구는 뒷전인 채 수혜만 누리려 드는 대학·사업단이 태반이었기에 대학사회의 취로사업이니 밑빠진 독이란 지적을 받아온 것 아닌가.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동떨어지게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은 도태되고 축출돼야 마땅하다. BK21 사업이 시행 12년차를 맞지만 우리의 지식과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지난 2004년 수출시장 1위 품목 중 첨단기술이 4개이던 것이 2008년 고작 1개로 뒷걸음쳤다는 무역협회의 분석도 나와 있다. 일부 대학의 지적대로 BK21 사업의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적과 성과는커녕 국민혈세만 축내는 대학·사업단은 상시감독·평가와 냉엄한 조치를 통해 과감히 솎아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831화] LH 고강도 사업구조조정부터 서둘러라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 결과를 보면 LH의 경영 부실과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은 예상한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후 양 공사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온 것이 부실의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분양토지만 해도 2003년 2조7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17조700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결국 무분별하게 집행되고 있는 사업을 축소 · 중단하는 등 사업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경영개선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법적 근거조차 없는 기반시설 부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요구에 의거해 도로개설 하천정비 등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4조7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조3000억원은 이런 비용을 조성원가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된 2008년 이후 집행된 것이었다. 토지보상 비용 또한 당해 사업지구와 관련이 없는 지역의 과다 보상선례를 인용해 지급하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물론 LH가 부채 규모 109조원(지난해 말 현재)에 이르는 빚더미 기업으로 전락(轉落)한 데는 임대주택 건설을 비롯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부실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이지송 사장은 어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해 "임대주택 건설분에 대한 정부 출자 비율을 19.4%에서 30%로 확대하고 주택기금 지원단가도 평당 200만원은 올려야 한다"며 지원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경영부실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면서 국민 혈세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에 앞서 스스로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물론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축소 · 중단 · 폐기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실행에 옮기는 등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들 또한 LH 회생을 위한 지원책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831화] 자율적인 상생풍토 조성이 정부 역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기업 오너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상생풍토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활력을 북돋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상생협력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상당수 대기업들은 중소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납품단가 현실화를 비롯해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 강화, 상생펀드 조성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생협력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대기업에서 주도하는 상생노력이 단기에 그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생문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대책회의에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할 경우 상생협력에 대한 총수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라도 해도 과언인 아닌 기업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 총수가 직접 상생협력을 챙기고 나설 경우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협력사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준 김승연 한화 회장의 행보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후 한화 계열사 CEO와 임원들은 협력업체 방문을 정례화하는 등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지적할 것은 총수들의 대책회의 참석이 압력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생협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추진될 때 효과도 크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해 등 떠밀려 타율적으로 추진될 경우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상생협력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여건을 조성해주는 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는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상생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 상생협력의 자율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자제돼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홍권희(논설위원)-20100831화] ‘지속가능성 보고서’ 쓰는 경영시대
현대모비스가 4월 ‘아름다운 동행, 희망의 첫걸음’이라는 첫 번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펴냈다. 86쪽짜리 책자에는 이 회사가 지난해 경제 사회 환경 등 세 영역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78개 지표를 중심으로 정리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해 회사 실적을 재분석했고 글로벌 검증기관의 검증도 받았다.
비즈니스에 바쁜 대기업들이 컨설팅을 받아가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이유는 주변의 요구가 커진 때문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은 국제 투자자나 거래 기업에 경영 실적과 향후 전망을 잘 설명하면 그만이었다. 요즘은 매출 이익 등 실적 외에 이산화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윤리 인권 등 사회적 분야에서 어떤 공헌을 했는지도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기업 경영자도 과거에는 주주들만 잘 모시면 됐지만 요즘은 소비자 종업원 하청업체 금융기관 시민단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도 잘 소통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쓰지 않은 기업이 당장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법적으로 작성 의무도 없다. 현재는 국제기구나 연구단체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에 보고서 제출을 권유하는 단계다. 관련 기구에 가입하면 1, 2년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이 붙는 정도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계표준이 완성돼가고 있어 수년 내에 평가 및 인증제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과 미국의 정부나 기업이 국제 입찰과 계약에 앞서 ‘지금까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 달라’는 조건을 언제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국내 기업이 하청 중소기업과 아무리 상생을 잘 해도 이를 검증된 보고서로 정리하지 않으면 실적을 인정받기 어렵다. 평소 실력은 좋지만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공인기록이 없는 선수와 같다. 거래기업이 주는 감사패 또는 상생 활동이 소개된 기사 스크랩 정도로는 국제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체계가 갖춰진지 이제 10년 정도다. 국내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핵심기업 현대모비스도 올해 들어서야 보고서를 냈다.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신경을 쓰면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우등생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면제되지 않는다. 업종과 소재지 등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나름대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노력을 하고 이를 보고서로 정리하면 된다. 지역사회에 기여한 일본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에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첫해인 1999년 10개사에서 지난해 1400개사로 급증했다. 국내 기업 참여는 2003년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SDI 등 3개사에서 지난해 54개사로 늘었다. 중국은 한때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를 수용했고 지난해에는 52개사가 GRI에 보고서를 냈다.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적응이 우리도 빠르지만 중국은 더 빠르다.
국내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노사관계 환경 반부패 인권 등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정보를 함께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제159조2항)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상장기업은 정식 보고서 발간은 아니라도 이 정도의 정보 공개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0831화] 진실게임
쌀로 밥만 지어먹는 게 아니다. 고대 힌두교도들은 거짓말쟁이를 ‘쌀알 테스트’로 가려냈다. 쌀알을 씹은 뒤 뱉어내면 참말, 못 뱉으면 거짓말이라 판별했다. 거짓말할 땐 불안해서 침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쌀알이 잇몸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현대적인 거짓말탐지기를 처음 만든 건 1920년대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이었다. 거짓말하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점에 착안해서 최고 혈압을 재는 기계를 발명했다. 혈압의 높낮이와 함께 호흡의 빠르기, 땀 배출량 등 생리적 활동을 종합 측정하는 최신 탐지기의 시조 격인 셈이다.
40년대에 만화책 작가로도 데뷔한 마스턴이 창조한 전설적 캐릭터가 ‘원더우먼(Wonder Woman)’이다. 배트맨·수퍼맨처럼 남자 영웅만 판치던 만화계에 최초로 등장한 여성 수퍼 히어로였다. 그녀의 최강 무기는 바로 ‘진실의 올가미’. 이 마법의 올가미 밧줄로 꽁꽁 묶어 매면 그 어떤 악당이라도 한 치의 거짓 없이 진실을 고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거짓말탐지기는 원더우먼의 밧줄과 달리 오류가 많다는 게 정설이다. 병적인 거짓말쟁이일수록 아무런 신체적 변화도 없이 탐지기를 감쪽같이 속여 넘긴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진실을 드러내는 건 “거짓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다.
한술 더 떠 자기 스스로조차 속여 넘긴 경우라면 진실과 거짓의 분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걸 믿으려 드는 게 인간의 속성인 탓이다. 기억은 종종 소망에 굴복한다. 정치인들의 잦은 거짓말도 “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벨라 드파올로(캘리포니아대·심리학) 교수는 지적한다. 어쩌면 우리 총리 후보자를 낙마하게 만든 말 바꾸기 역시 간절한 바람과 기억이 뒤섞인 결과는 아니었을지. 그러나 그 어떤 탐지기보다 강력한 물증들 앞에서 결국 진실은 드러나고 말았다.
청문회장 말고도 곳곳에서 진실 공방이 지루하게 펼쳐지는 요즈음이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김연아 선수, 대한산악연맹과 산악인 오은선씨가 대표적이다. 양편 중 어느 한쪽은 거짓을 말하고 있을 텐데 지켜보는 이들로선 판가름이 좀체 쉽지 않다. 청문회를 열어 밝힐 수도 없으니 더 이상 진실한 편이 억울하지 않게 원더우먼이라도 나서 주면 안 되려나.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831화] 집시의 수난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 동방에서 왔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사람들. 낮보다는 밤이 더 어울리는, 까만 눈에 별빛을 담고 웃는 사람들. 그 옛날 유목민의 포효는 사라지고 이제 유랑민의 노래로 남은 사람들. 그래서 뿔나팔 대신 현(絃)의 선율에 애환을 싣는 사람들. 집시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인류에게 집시라는 존재는 특이한 영감을 주었다. 그동안 집시족이 보여준 무소유의 삶과 자유로운 영혼은 인류의 자산이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과 무용은 특히 ‘집시풍’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음악에는 푸른 달빛이 스며들었고, 무용에는 갈망이 배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박자가 아무리 빨라도, 춤동작이 아무리 격렬해도 그 속에 슬픔이 있다. 달빛 아래서 춤을 추는 집시 여인, 그렇게 ‘춤추는 슬픈 여인’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집시 여인은 가사가 다소 엉뚱해도 우리 대중음악에까지 녹아들었다.
비디오아트 창시자로 영혼이 자유로웠던 백남준은 22세기의 최강국으로 불가리아를 꼽았다. 불가리아 인구 중 집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백남준은 서로 ‘소통하는 자’들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강력한 통신력은 심령력이고, 이 능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리가 최강국을 이룰 것이라고 예견했다. 소통 능력은 문명과 구속과 형식을 거부하는 집시에게 건강하게 남아 있다고 본 것이다.
집시가 수난을 받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국으로 흘러들어온 동유럽 출신 집시 수백명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로 강제 추방했다. 우리의 낭만적인 생각과는 달리 유럽인들의 집시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야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더럽고 게으른 걸인 취급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유럽 전체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나서 쫓겨나는 집시를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폭력의 희생자들’로 규정했다.
집시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그들에 대한 신비감이 엷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집시들의 영혼이 건강하리라 믿는다. 집시 여인은 여전히 슬픈 춤을 출 것이고, 앞으로도 집시는 지구촌 곳곳을 떠돌면서 우리 붙박이 삶들을 향해 ‘잘 살고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서양원(국제부장)-20100831화] 김정일 방중에 담긴 코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환대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외면했다. 대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에 대해 외신에서는 미국에 대한 `확실한 모욕(definite insult)`이라고 평가한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 혈맹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중국 뒤에 숨어 한ㆍ미ㆍ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제재 공세를 피하고 경제원조를 얻어보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특히 44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앞두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인정받으려는 계산도 있었다고 분석된다. 이런 김 위원장 행동은 마치 조선시대 사대주의 구태를 보는 듯하다. 다음 권력을 맡을 세자를 정할 때마다 책봉사를 보내 명과 청에 신고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역시 소외됐는가. 김 위원장이 언제, 무엇 때문에 방중을 결정했고, 무엇을 논의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들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북한 문제를 잘 관리하고 한반도 불안을 막아내려면 중국과 더 긴밀해지도록 포지셔닝해야 한다. 특히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시 긴급하게 입장을 조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이 우리 요구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정도의 전략과 카드를 개발해야 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째 세습되는 북한 체제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국제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북한 주민 생활이 피폐해지고 탈주민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북한 내 권력싸움이 격해지고 주민 반발이 거세진다면 중국의 관리지원도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 동서독에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3개월 전인 1989년 8월에만 해도 이를 점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ㆍ15 기념사에서 밝힌 통일세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우리 희망은 북한을 개혁ㆍ개방시키고 경제 수준을 어느 정도 올려놓은 후 통일을 하는 점진적인 방식을 원한다. 통일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내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통일은 급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래기획위원회는 급작스럽게 통일됐을 때 비용이 2조1400억달러로 점진적 통일 방식보다 7배나 많이 든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북한 경제 재건을 새마을운동과 경제 개발이 전개됐던 70년대식 남한 모델을 따른다면 통일비용 중 상당액은 투자 개념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통일 과정은 투자라는 관점에서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정교한 경제통합 전략을 마련해둬야 한다.
동북아 상황이 요동치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는 극도로 악화된 남북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야 한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논의가 있었을 때 어떻게든 이를 단절하지 않고 대화국면을 이어 갔으면 어땠을까.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그렇게 무자비하게 천안함을 침몰시켰을까.
우리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물리적인 응징도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 측 동의를 얻지 못했고 폭침 사태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끌어내는 데 그쳤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 2개월여 있으면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또 돌발행동을 못하도록 단속을 해야 한다. 안보 리스크를 줄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통일ㆍ외교ㆍ안보팀 수장들이 경색국면을 풀 철학과 능력이 부족하다면 바꿔서라도 국면 전환을 해야 한다는 많은 지적이 있음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극도의 긴장된 상태로 MB정부가 끝났을 때 MB는 남북 관계를 가장 잘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