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세벌식 p2가 기존 세벌식만큼 편리하면서도 3줄배열이라 더 편하다고 해서 날개셋에 깔아서 써 봤습니다. 한 15분 정도만 사용해서 제가 잘못 안 걸수도 있겠지만 기존 세벌식과 달리 'ㄹㅁ'이나 'ㄹㄱ'같은 겹받침은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데도 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공세벌식은 'ㄹㅁ'나 'ㄹㄱ' 등을 포함해 겹받침을 쉬프트로 넣을 수 있는 반면에 신세벌식은 그렇지가 않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왜 신세벌식은 기존의 공세벌식을 그대로 따라야 할까요? 공세벌식은 겹받침을 한번에 넣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홑종성 조합에는 영 좋지 못하게 종성이 배열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ㄹ의 경우 겹받침 대부분에서 쓰이고 있는데도 상단 줄에 있어서 조합을 할 때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겹받침을 조합하기에 용이한 형태로 배열을 한 번 해봤습니다
물론 이건 실험안일 뿐이고 종성 겹받침 부분위주로 고려했으며 실사용을 하지 않아 실제로 쳐보면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참고용으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저렇게 배열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겹받침에 잘 쓰이지 않는 종성을 전부 하단줄에 배치해 겹받침 조합이 상단줄과 중간줄 사이에서 전부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ㅊ ㅆ ㄷ ㅋ ㅍ ㅇ 같은 종성은 겹받침을 만들 때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저렇게 배열했습니다. ㅌ 같은 경우 겹받침에 쓰이지만 빈도수가 낮고 ㄹ하고만 결합하므로 저 위치에 배치했습니다.
두 번째는 소지의 사용 감소입니다. 기존에는 자주 쓰는 ㅇ 이나 ㅁ, ㅅ이 소지로 쳐야 해서 소지의 피로도가 높았습니다. 이 배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ㅈ ㅊ ㅎ가 소지에 배정되어 있어 소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겹받침에 쓰이는 종성을 같은 손가락으로 치지 않게 배열했습니다. ㄴㅎ,ㄹㅎ,ㄹㅁ,ㅂㅅ,ㄴㅈ,ㄹㄱ 모두 다른 손가락으로 치게끔 설계해 연타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자주 쓰이는 ㅇ이 검지손가락에 위치해 연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지로 치는 것보다는 힘이 강한 검지 연타가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위의 배열이 아니더라도 겹받침이 없는 신세벌식 특성상 종성의 재배열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댓글 제가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을 때에는 타자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이 3줄 한글 배열이어서 공세벌식보다 손가락 움직임이 덜 필요한 것은 맞지만,
겹받침 치는 데에 손가락 움직이는 순발력과 정교함이 더 필요합니다.
손목을 붙이는 타자법이 그 순발력과 정교함을 줄이는 원인 가운데 가장 중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대한 원인은 수동 타자기에서 이어진 글쇠판의 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2타 가운데 맨 아랫줄에서 마지막 타를 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저는 P2에서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나서야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P2을 넘어서는 무언가 더 획기적인 제안이나 시도를 못했던 것은 홀소리+받침 조합 때문입니다.
보여 주신 배열에서는 강(ㅏ+ㅇ), 검(ㅓ+ㅁ), 즉(ㅡ+ㄱ) 등에서 같은 손가락을 거듭 쓰는 때가 생깁니다.
왼손에서는 이런 피로 유형이 공세벌식 자판에서 거의 또는 전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실무에서 한 달쯤 견디며 열심히 쓰면 자칫 병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로 저는 신세벌식 2012에 이어 신세벌식 P를 제안하기까지 너무 많은 실험안을 만들고 버리는 삽질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P2을 또 제안했습니다.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수정을 거듭했던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워낙 좁은 영역에 걸리는 문제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한때 박경남 신세벌식 자판의 ㅏ와 ㅆ 자리를 그대로 따라보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실무에 써 보고 피로를 느낄 때까지 보내는 시간이 제가 새 실험안을 제안하는 주기에 더해지곤 했는데,
여기를 보완하면 저기가 나빠지는 식으로 기약 없이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직 저도 P2보다 나은 배열을 찾는 일에 관심을 끊지는 않았지만,
자판을 몸을 움직여 시험하면서 겪는 괴로움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못하고 있습니다.
@팥알 가벼운 마음으로 말을 꺼냈는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확실히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신세벌식 p2 원안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어쩌면 갈마들이가 양날의 검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갈마들이 덕분에 한글을 더 쉽게 칠 수 있는 세벌식 자판을 만들 수 있었지만 반대로 가장 최적화된 자판을 만들기가 훨씬 어려워지게 되었으니까요. 갈마들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어느 한계 이상으로는 나아지지 않으니 적당히 만족하며 쓸 수 있지만 갈마들이로 더 최적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밤빵 갈마들이는 정말 약이기도 독이기도 합니다.
상식 선에서는 윗글쇠를 누르는 행동이 좋게 볼 까닭이 없어 보이는데,
공세벌식 자판에서는 윗글쇠를 누르면서 손가락 피로를 푸는 이점을 절묘하게 누려 왔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은 실용성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고칠 수 있는 폭이 넓은데,
간편해 보이는 신세벌식 자판이 조금만 잘못 고치면 실용성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도 자꾸 깜빡하곤 하는데, 신세벌식도 공세벌식도 아주 희한한 유형입니다.
아직 딱 맞는 설계 이론이 없을 만큼 특히 신세벌식 쪽은 연구할 거리가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P2은 우선 제가 받아들여 쓸 수 있어야 하는 제약 때문에 더 큰 모험을 벌이지 못했지만,
참신세벌식처럼 새로운 배열로 도전하는 일도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고친 배열을 시험하는 일에서 겪은 괴로움이 커서,
좋지 못한 배열을 최대한 미리 걸러서 몸소 시험할 배열 수를 줄이는 것에도 필요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