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의 편리함과 비정함 ◈
스왈로 폴스 섬의 괴짜 과학자 플린트 록우드는
정어리가 유일한 식량인 마을 사람들을 위해
‘플레즈므드퍼’라는 기계를 개발했어요
하늘을 나는 이 기기는, 지상에서 원하는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물의 분자 구조를 바꿔 해당 음식을 합성한 뒤 투하하지요
‘햄버거’라고 치면 공중에서 햄버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식이었어요
같은 이름의 동화가 원작이고 한국에선 2010년 상영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한 장면이지요
무인 비행기가 드론(drone)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35년 윌리엄 해리슨 스탠들리 미 해군 제독의 영국 방문이
계기가 됐다고 하지요
당시 영국군은 대공포(對空砲) 훈련용 공중 표적으로
여왕벌(Queen Bee)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인 비행체를 사용했는데,
이를 살펴본 스탠들리 제독이 귀국 후 미군에 같은 용도의
무인기 개발을 지시했어요
이 일을 맡은 그의 부하가 벌의 수컷을 뜻하는
‘드론’으로 명명했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드론'이란 이름은 벌의 수컷 이름이지요
군사용으로 시작된 드론은 군사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해
뿌리를 내린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군사작전 중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개발된 GPS(위성항법장치)가
오늘날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서비스 등 일상의 필수 기술이 된 것처럼
‘드론 없는 생활’은 조만간 상상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지요
이미 영국은 지상 100m 고도에서 폭은 500m,
길이는 서울~대구 거리에 이르는 265㎞ 구간에 드론 전용
고속도로 개통을 준비 중에 있어요
그런데 전남 여수시가 외딴섬 10곳을 오가는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지요
라면 한 봉지 사려 해도 하루 4편뿐인 배를 타고
7㎞ 떨어진 곳으로 왕복 80분 오가야 하는 대두라도 주민들이
드론으로 짜장면 두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배달받고
환호하는 모습이 어떤 신문에 실렸어요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연상되는 장면이었지요
음식과 생필품 배달을 시작한 드론이
앞으로는 의약품과 혈액 운반 등 산간벽지 응급 의료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 이후엔
승객 수송용 드론 운항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지요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 세계 곳곳의 하늘에
10억대에 달하는 드론이 다닐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드론이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운송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지요
공상과학 영화를 그대로 봐도 무방하지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초소형 드론으로 사람을 염탐하는 문제도
급증할 수 있다하니 걱정이지요
드론은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파괴를 조장할수도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점령지를 불태우기 위해
공중에서 금속 물질 ‘테르밋’을 투하하는
일명 ‘드래건 드론’을 전장에 투입했어요
7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삼림 지역 위를 저공 비행하며 불꽃처럼 보이는 것을
투하하는 영상이 올라왔지요
마치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드래건 드론’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드론은 알루미늄과 산화철이 혼합된
특수 금속 ‘테르밋’을 녹인 물질을 투하하고 있어요
2200도의 온도에서 연소하는 테르밋은 금속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불 태울 수 있지요
1890년대 독일 화학자에 의해 발견됐으며
원래는 철로를 용접하는데 사용됐어요
이후 독일군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상공에 폭탄으로 투하하면서
군사 무기로 사용되기 시작했지요
독일과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테르밋 공중 폭탄을 사용했어요
이 물질은 러시아군 병력에 직접 타격을 입히거나
러시아군을 숨겨주는 나무나 숲을 빠르게 불태울 수 있지요
우크라이나 60기계화여단은 ‘드래건 드론’에 관해
“어떤 무기도 달성할 수 없는 정확도로 적의 위치를 불태우며
적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했어요
전직 영국군 장교이자 군수 산업 전문가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적에게 공포를 자아내는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고 했지요
드러먼드는 “매우 끔찍한 물건”이라며 “드론을 사용해 테르밋을
배달하는 건 매우 혁신적이다.
나는 그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영국의 반전 옹호 단체인 ‘무장 폭력에 대한 행동’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전에 테르밋을 드론으로 투하해 러시아 탱크를
영구적으로 무력화시켰지요
강렬한 열이 빠르게 점화되어 탱크 내부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지요
군사 전투에서 테르밋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민간 표적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요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2년 보고서에서
테르밋과 같은 소이탄(불을 붙이기 위한 탄약의 종류)은
“끔찍한 인적 피해로 악명이 높다”고 했지요
인체에 사용됐을 때 4~5도 화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근육, 인대, 힘줄, 신경, 혈관, 심지어 뼈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고 했어요
드러먼드는 “우리는 여러 대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군이 자신의 위치를 이탈한 사례를 봤다”며
“우크라이나가 드론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심어줄수록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테르밋은 러시아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했지요
이제 드론은 일상생활을 넘어 군사무기로 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어요
드론의 편리함은 좋지만 치명적인 무기로는
사용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우크라이나군이 테르밋 드론을 사용하는 장면.
▲ 우크라이나군이 배포한 신무기 '드래건 드론'의 공격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