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천살리기운동본부(이하 하천운동본부) 전문가 6명은 지난 1일 온천천 수영강 동천 학장천 등 부산지역 도심 하천 4곳을 답사한 후 부산지역 도심 하천 살리기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하천 살리기는 부산시의 도심 하천 정비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 5명 중 1명 거느린 온천천
온천천은 부산 금정·동래·연제구 등 3개 구에 걸쳐 흐른다. 온천천 주변에만 부산 시민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71만 명이 산다.
하천운동본부 전문가 6명은 이날 국제신문 취재팀과 함께 온천천 상류인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구서동역 뒤편에서 답사를 시작했다. 전날 내린 비로 금정산 계곡수가 흘러들어와 수심 40㎝ 아래 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물고기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동래구 도시철도 동래역 인근으로 내려오자 오리 10여 마리가 헤엄치며 볼거리를 연출했지만 상류의 깨끗했던 물이 탁해져 바닥을 볼 수 없었다. 조덕준 동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온천천이 하천이냐 하수도냐는 논란이 일 정도였지만 온천천 종합정비 사업으로 굉장히 좋아졌다. 상류의 맑은 물이 하류로 내려올수록 탁해지는 것은 생활하수의 유입을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천관리를 하수 정책과 연계해 생활하수를 제대로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는 "몇 년 전 일본 공무원이 온천천에 견학와서, 손을 많이 댄 연제구 쪽보다 동래구 쪽을 높이 평가했다. 인공성을 배제하고 생태성을 회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강미애 학장천살리기시민모임 대표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서울 청계천을 뛰어넘는 하천이 온천천이다. 하지만 인라인스케이트장 같은 체육시설물이 너무 많고 온천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스토리텔링도 부족하다. 온천천 생태학습관이 건립되면 생태교육과 함께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상레저 최적의 도심하천 수영강
수영강은 수상레저가 가능한 도심 하천이다. 최대현 수영강사람들 대표는 "수영강의 좋은 조건을 제대로 살리면 전국 최고의 도심 하천으로 키울 수 있다. 수영강 둔치에 인공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초화를 심는 것보다 억새를 심으면 예산이 적게 들고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 꽃, 유채, 보리를 번갈아 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체계적인 식생 관리를 주문했다.
김승환 교수는 "수영강의 가능성은 크지만 수영강 하면 떠오르는 자랑거리는 없다. 상류 곳곳에 숲이 형성돼 있어 자연스럽다. 이 같은 하천의 원풍경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생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하천 정비에만 예산을 쏟아붓고 이후 식생관리를 비롯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사후 생태모니터링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미애 대표는 "오는 12월 도시고속도로에 막혀 있던 온천천과 수영강 산책로가 연결되는 만큼 온천천의 금정·연제·동래구와 수영강의 해운대·금정구가 큰 틀 속에서 온천천과 수영강 통합관리에 나서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준경 온천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전북 전주천 하면 쉬리를 떠올리듯 생태모니터링을 통해 수영강에 서식하기 적합한 물고기를 찾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항 바닷물로 되살린 동천
동천은 부산 도심의 허파인 서면을 흐르는 썩은 하천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여름철이면 악취가 나고 하천 바닥이 부패하면서 기포와 함께 덩어리(스컴)가 수면 위로 떠올라 미관상으로도 불결했다. 부산시는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동천 하류의 북항 바닷물을 하루 5만 t씩 끌어와 서면 광무교, 문현금융단지, 범3호교 3곳에 설치된 경관조명시설 사이로 방류하고 있다. 이 덕택에 5등급이던 수질이 3등급으로 개선됐다.
하천운동본부 전문가가 동천 범3호교 인근 산책로를 둘러봤을 때 가로수인 녹나무의 잎이 말라 있었다. 방류되는 바닷물이 분수 형태로 분출되면서 바람을 타고 나뭇잎에 닿았기 때문이다. 이후 부산시는 분수의 세기를 약하게 조절하고 있다.
강미애 대표는 "동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여들이다 보니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섞이는 곳으로 소금의 농도가 다양해 여러 가지 생물이 서식)이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이근희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 사업부장(전 하천관리담당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현대백화점 부산점 인근에서 나오는 KTX 지하수 하루 5000t과 성지곡수원지 계곡수를 끌어와 동천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대표는 "교통난과 상인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동천 복개복원 시범사업을 적극 추진한 뒤 전포천 가야천 부전천 호계천 등 지천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의 강' 선정 학장천
학장천은 사상공단 외곽을 통과하는 죽은 하천이었다. 부산시도 사상구도 버려진 하천으로 여기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이 2000년에 결성돼 정화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이 같은 주민 노력에 자극을 받아 부산시와 사상구는 2004~2005년 8억 원의 예산으로 학장천 지류인 구덕천을 생태 하천으로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상승세를 타고 학장천은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광역시·도별 하천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고향의 강' 사업 대상 하천으로 선정되면서 사업비 480억 원을 지원받아 생태 하천으로 거듭날 전기를 마련했다.
이준경 실장은 "학장천의 유지용수를 위해 낙동강물 하루 3만 t을 끌어와 낙동강 하구와 연결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학장천 '고향의 강' 사업을 인근 낙후된 주거지의 도시재생과 연계해 추진하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덕준 교수는 "동서대 인근 학장천은 하천 살리기 덕택에 10년 만에 집값이 오른 것 같다. 제대로 추진하면 버려졌던 하천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